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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뮤지컬 '청춘소음'… 벽 뒤에 숨은 당신 나와 같나요

 

"당신과 나 사이 고작 십오 센티 벽 하나, 내 방은 당신의 바로 근처에 있죠."

서울의 낡은 빌라, 작은 방 안에서 작가 오영원이 글을 쓰고 있다. 그의 직업은 여행지를 홍보하는 작가, 이탈리아의 맛있는 음식과 풍경 등을 읊어내는 그의 뒤로 고물 장수의 확성기 소리와 술에 취한 옆집 사람의 푸념도 들려온다.

방음을 기대할 수 없는 이곳에서 꾸역꾸역 여행에 대한 글을 쓰지만 한 번도 여행을 가본 적 없는 랜선 여행작가가 바로 그의 현재 모습이다.

어느 날 오영원의 윗집에 한아름이라는 취업준비생이 이사를 온다. 친구들이 놀자고 꼬드겨도 '월세, 전기요금, 수도요금, 전화비' 등을 되뇌며 팍팍한 아르바이트의 삶을 사는 그에게는 영원이 쓴 여행기가 위안이 된다.

하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활 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일상의 소리를 점차 신경 쓰게 되고, 바람 잘 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뮤지컬 '청춘소음'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으로 오래된 낡은 빌라에 사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행작가, 취준생, 공장 노동자…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덕용 맨션에는 층간소음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작품은 이러한 소재에 청춘이라는 단어가 보여줄 수 있는 희망, 함께 어울리며 나눌 수 있는 위로들을 녹여냈다.

랜선 여행작가·취준생·공장 노동자 등 '층간 소음' 매개로 소통… 웃음속 희망 보여줘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 '올해의 신작' 선정… 내달 26일까지 동덕여대 예술센터 무대


변효진 작가는 "층간소음에 대한 문제가 청년들이 처한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며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겪는 소음도 있지만, 나의 마음을 시끄럽게 하는 소음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행을 가본 적 없는 여행작가의 캐릭터는 청년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세상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변 작가는 "여행을 가보지 않고도 식당과 숙소 등을 자세하게 알려주던 동료의 아르바이트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임에도 극은 귀엽고 깜찍하며 명랑한 분위기로 이어진다. 우리 생활 속 소음이지만 결코 불쾌하게 들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음악들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우진하 연출은 작품에 대해 "황당하고 갑작스러운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소극"이라며 "여행의 조각 같은 무대 위에서 상황마다 웃음을 자아내며 함께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소시민이자 청춘들이 이 과정을 어떻게 알아가고, 또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는지를 중점적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영원의 곁에는 늘 자신이 좋아하는 피노키오 인형이 자리하고 있다. 아프지 않은 척, 행복한 척, 괜찮은 척하며 각자의 소음 속을 살아가는 청춘들. 인생이란 여행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길을 용기 내어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모습은 과연 어떠할지를 유쾌하게 그려낸 뮤지컬 '청춘소음'은 2월 26일까지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