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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전시리뷰] 인천 전시공간 부연서 11일까지 적산가옥展

개항장에 남은 '일본식 주택'… 되짚어보는 세월의 흐름

 

카마다 유스케·이의중·오석근 공동 기획
한국·타이완·브라질 내 건물 사진 등 배치
나고야성터 퍼포먼스 등 결합 2채널 영상

일제 시대 근대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있는 인천 개항장 거리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적산가옥(敵産家屋)'은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남겨놓고 간 집이나 건물을 일컫는다. 적산가옥의 '적산(敵産)'은 자기 나라나 점령지 안에 있는 적국(敵國)의 재산을 뜻한다.

'적산가옥'전이 인천 중구 경동 46에 있는 전시공간 '부연'에서 진행 중이다. 오는 11일까지 이어질 전시는 일본인 예술가 카마다 유스케와 건축가 이의중, 오석근 작가가 의기투합해 기획됐다.

전시를 보기 위해 '부연'을 찾았다. 일본인이 남기고 간 적산가옥에 대한 전시가 한옥에서 열리는 점부터 이채로웠다. '부연'은 근대에 지어진 생활 한옥을 이의중 건축가가 전시장으로 꾸민 문화공간이다.

이제 '한옥'은 한국인에게도 낯선 건축물이 됐다. 이같이 각별한 공간에 펼쳐진 일본의 주택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와 일본의 건축 차이 혹은 공통점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며 전시로 이끌었다. 

 

 

젊은 일본인 작가 카마다 유스케의 작업은 적산가옥이 한국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작가는 1930년대 건축된 타이완과 브라질, 한국에 있는 적산가옥의 사진 일부를 나란히 배치한 작품 'Japanes Houses' 연작,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2년 한반도와 중국 침략을 위한 군사 기지로 건설한 나고야성(城) 터에서의 퍼포먼스 영상과 한국의 건축물 영상을 결합한 8분43초 길이의 2채널 영상인 '만약 그들이 살아 있다면, 오늘 밤의 달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적산가옥은 미국의 손에 의해 지어지기도 했다. 'Japanes Houses'는 미국이 1943년 소이탄(燒夷彈)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실험을 위해 지은 일본 가옥의 도면과 일본이 소이탄 피해를 줄이기 위해 1938년 설계한 가옥의 도면, 미국인 건축가가 설계한 일본 가옥의 도면을 분할 배치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작품은 '적산'이라는 말에 담긴 '적(敵·enemy)'과 '전쟁'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오석근 작가는 일본인이 잠깐 동안 쓰고 떠난 집을 한국인이 어떻게 수십 년 동안 고쳐 쓰며 살아왔는지 시간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작업을 선보였다. 건축가 이의중은 한국인이 어떻게 이들 건축물을 증축, 변형하며 살아왔는지 옛 도면과 현재 시점에서의 실측 도면을 통해 풀어냈다.

인천이라는 공간과 함께 이러한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의미 있는 전시였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