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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잃어버린 대학생활 2년 … 답답한 ‘코로나 학번’

전문대생들 캠퍼스도 제대로 밟아보지 못하고 졸업할 판
4년제 대학도 낭만은 커녕 채용시장 얼어붙어 걱정 태산

 

 

#.광주지역 2년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는 A(여·20)씨는 요즘 달력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A씨는 9월에 개학하는 학기를 끝으로 졸업을 앞두게 된다. 하지만 실기수업·현장실습 등 실무능력을 익히기엔 부족한 비대면 수업을 많이 받은데다, 학교를 나갈 일조차 많지 않아 동기 뿐 아니라 선배, 학과 교수님들과의 유대관계 등을 쌓을 기회도 없었다. 당장 취업정보를 얻고 스펙을 쌓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A씨는 “개학하면 곧바로 취업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채용 시장이얼어붙은 상황에서 취업 정보를 얻을 곳도 없어 불안하다. 2년 대학생활을 허송세월 보낸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해보지 못한 2020년, 2021년 대학 입학생인 ‘코로나 학번’들의 불안,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방·스터디카페 등을 캠퍼스 감아 1~2년을 보내면서 대학에서 새롭게 만난 또래 친구들과의 교류, 만남 등 대외활동을 통해 새로운 인간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박탈당한 상황에서 군 입대, 취업에 대한 답답함도 커 휴학·반수 등을 고민하는 학생들도 많아지는 분위기다.

◇“벌써 2년째지만 학교 건물도 잘 몰라요”=광주지역 4년제 대학 항공서비스학과에 다니는 B(여·20)씨는 지난해 입학한 코로나 학번이다.

B씨는 2학년인데도, 캠퍼스도 제대로 밟아 보지 못했다. 선배들과의 교류 기회도 많이 줄었는데, 취업을 희망하고 있는 항공업계의 경영난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애가 탄다.
 

B씨는 “고교생 때 기대했던 대학 축제, 동아리활동은 포기한 지 오래”라며 “이제 취업만 바라보고 있는데 선배들도 취업이 안되는 상황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코로나학번 C씨는 지난해 1학기 때 중간·기말고사 때 2차례만 수도권에 있는 학교를 갔다. 나머진 전부 비대면으로 진행하면서 갈 필요가 없었다. 올해도 전공수업 한 개만 대면 수업으로 이뤄졌다. 100명 넘게 듣는 수업이지만 동기들하고 술 한 잔, 차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교수 얼굴은 더더욱 모른다. 지난해 군대를 가버릴까 생각했지만 복학한 뒤 달라질 것을 기대하고 1년을 버텼는데 그대로다.

2학년 때는 동아리도 가입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대면 모임이 없어 선배나 동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이대로 군대를 갔다가 복학하면 선배, 동기, 교수들도 전혀 모르고 신입생과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 취업 전쟁터로 내몰릴 것 같아 휴학을 고민중이다. 코로나를 피해 군대 간 학생들도 전년에 비해 많아졌다는 통계가 나오지만 군대를 갔다가 제대를 앞둔 친구들은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할 지 고민중이다.

◇개학하고 4개월 후면 졸업인데…=3년제 대학 방사선학과 2학년인 D(여·20)씨는 “방사능 촬영기계 사용법을 온라인 영상사이트 줌(Zoom)으로 익힌 날이 더 많다”고 했다. 현장실습·실기수업으로 1년 내내 배워도 능숙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D씨는 “비대면 수업은 집중하기 쉽지 않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벌써 졸업”이라며 “2학기부터는 병원 실습 과정이 포함됐는데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칫 실습도 못해보고 졸업하면 현장 대처 능력이 부족한 졸업생을 어느 병원이 뽑겠냐”고 하소연했다.

간호, 보건, 사회복지, 보육 전공 등 필수적으로 실습을 받는 게 필요한 전공 과정의 졸업예정자들이 조마조마한 이유다. 올 초만 해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데 필수적인 실습시간을 채울 실습기관(보건소, 사회복지관 등)들을 찾는 게 여간 어려웠다는 말도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악화된 취업시장에서 실무능력도 떨어지는 졸업생들로 찍힐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9년 58.7% 이었던 20~29세의 고용률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5.7% 로 3%포인트 감소했으며, 올 6월까지 약 56.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계획도 줄지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신입 사원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기업이 17.3%로, 전년도 같은 기간 조사(8.8%)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