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조선 시장 ‘수주 절벽’ 국면 속에서도 국내 조선업이 ‘빅3’를 중심으로 수주 방어에 성공하며 점유율 20%대 회복이 유력해졌다. 특히 거제에 본사를 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로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창원·통영·고성 등 도내 협력사 라인까지 연쇄적으로 숨통이 트이는 흐름이다.
◇‘질적 성장’으로 점유율 반등=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글로벌 누적 발주량은 4499만CGT(1627척)로 전년 동기 대비 37% 급감했다.
전 세계적인 발주 침체 속에서도 한국은 1003만CGT(223척)를 수주하며 점유율 22%를 기록했다. 수주량은 전년 대비 5% 소폭 감소했으나, 경쟁국인 중국의 수주량이 47%나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독보적인 성과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신조선가 지수의 상승이다. 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을 지수로 나타낸 신조선가 지수는 최근 190까지 치솟으며 역대급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 조선업이 단순히 물량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LNG 운반선 등 고가 선박 위주로 수익성을 챙기는 ‘질적 성장’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거제 ‘빅2’ 수주 쾌속 질주= 경남 조선산업의 핵심 축인 거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실적도 견고하다. 한화오션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0척, LNG 운반선 13척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98억3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지난해 실적(89억8000만달러)을 이미 돌파했다. 삼성중공업 또한 LNG 운반선과 셔틀탱커 등 총 74억달러 규모를 수주하며 목표치 달성을 위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경남 조선은 ‘거제 대형 조선소’만의 산업이 아니다. 선박 블록, 기자재, 도장·용접, 배관, 안전장비, 물류까지 창원 국가산단과 통영·고성 일대 협력 네트워크가 함께 움직인다. 발주가 줄어드는 국면에서라도 수주가 유지되면 협력사 가동률과 납기 물량, 숙련인력 유지, 지역 고용 안정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수주 공백이 길어지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도 협력사다.
이러한 수주 훈풍은 창원 등 경남 전역의 협력 네트워크로 옮겨가고 있다. 거제의 대형 조선소들은 선박 블록, 기자재, 도장·용접, 배관, 안전장비, 물류까지 창원 국가산단과 통영·고성 일대 협력 네트워크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수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협력사 가동률이 상승하고, 이는 곧 지역 고용 안정과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미국발 ‘반사 이익’과 과제= 업계에서는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 움직임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등이 논의되면서 글로벌 선주들의 발주 물량이 한국으로 옮겨오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7%까지 떨어졌던 한국의 수주 점유율이 1년 만에 다시 20% 선을 탈환하게 된 주요 배경이다.
하지만 숙제도 적지 않다. 수주 물량을 소화할 숙련된 인력 확보가 생산 현장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또한 중국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오고 있는 만큼, 자율운항 선박이나 무탄소 연료 추진선 등 차세대 초격차 기술 선점이 향후 ‘빅사이클’의 주도권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국내 조선업이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로 의미 있는 성적을 냈다”며 “내년에는 글로벌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력난 해소와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한다면 경남 조선 생태계 전체가 확실한 반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