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10월 27일~11월 2일)이 마무리됐다. 장기화하는 한미 관세협상, 고조되는 미국과 중국 갈등 등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커지던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흔들리는 세계무역 질서를 비롯해 근본적인 대외 환경 자체가 녹록지 않은 만큼, 다음 단계인 ‘실용외교의 심화’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을 맞게 됐다.
지난달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이 통과한 최대 시험대였다. 양국이 회담 직전 극적으로 ‘연간 최대 200억달러 분할 투자’에 합의하면서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고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핵추진 잠수함’을 의제로 꺼내 승인을 얻어내면서 안보와 관련한 숙원 하나를 해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각각 처음 대좌한 한중·한일 정상회담도 우호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호혜적이고 안정적으로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총리와도 교류·협력을 이어가기로 하고 ‘셔틀 외교’ 역시 지속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협상 결과에 따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미국과 관세·안보 협상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양해각서(MOU)와 팩트시트 문구를 다듬는 작업은 진행 중인 만큼 국익이 침해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세부사항을 점검해야 한다.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과 대표들은 ‘APEC 정상 경주선언’을 지난 1일 채택했다. 경주선언은 먼저 올해 APEC의 3대 중점과제인 ‘연결·혁신·번영’을 기본 틀로 무역·투자, 디지털·혁신, 포용적 성장 등 APEC의 핵심 현안에 대한 주요 논의를 포괄해 담았다. 또 인공지능(AI) 협력·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대한 회원들의 공동 인식과 협력 의지를 집약했다. 특히 ‘문화창조산업’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하고 협력 필요성을 명문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