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포함되면서 전국의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방향’ 연구용역 결과가 이르면 10월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북은 농협중앙회와 한국마사회 등 55개 금융,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농생명 수도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는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27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3년 발주한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방향’ 연구용역 결과가 올 하반기, 빠르면 10월께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연말에는 전국 혁신도시 실태조사까지 마무리돼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를 계기로 대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분산, 전남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요구하는 등 광역단체 간 경쟁은 부처 이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러나 세종 행정수도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부처 이전이 현실화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휘발성 높은 구호에 가려 정작 실질적인 공공기관 유치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북자치도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전북도는 자체 연구용역을 통해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한국투자공사, 중소기업은행 등 55개 기관을 이전 대상으로 선정했다. 특히 농생명·금융 분야를 핵심 축으로 삼아 맞춤형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기존 혁신도시에 집적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등 농업 R&D 기관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농협의 경우 공공기관으로 분류하기에 무리가 있어 본사이전을 명시하고 있는 농협협동조합법 개정 등 별도의 노력이 병행돼야한다는 이중고가 있다.
농협과 마사회가 전북혁신도시에 들어올 경우 연구개발·금융·유통이 결합된 ‘농생명 수도 전북’의 위상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한국투자공사 같은 자산운용 기관까지 확보한다면 농생명 기반 금융산업 생태계 구축도 가능하다.
전북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농협과 마사회는 전북 혁신도시 2기의 상징성과 실질적 효과를 동시에 담보할 카드”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도민 여론도 예민하다. 농촌진흥청 일부 부서의 수도권 회귀 시도가 지역사회에 큰 실망을 안기면서, 도와 정치권은 이번 2차 이전에서 농협·마사회 같은 굵직한 기관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거센 요구에 맞닥뜨리고 있다.
마침 전주를 지역구로 둔 김윤덕 국회의원이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정무적 환경은 어느 때보다 우호적으로 조성됐다. 공공기관 이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수장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만큼, 전북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에도 전북이 소외된다면 혁신도시 정책의 취지와 도민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정치권과 한목소리로 치밀한 논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