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일 ‘선(先) 자구노력 후(後) 인센티브’를 골자로 한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에 시동을 걸었다. <관련기사 3·9면>
정부는 여수산단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에 글로벌 과잉공급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NCC(나프타 분해시설) 생산 규모를 최대 370만t 감축하도록 주문하는 등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석화기업들은 이날 협약식을 갖고 연말까지 사업재편 계획을 제출하기로 하면서 업체 간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에서 과잉 설비 감축 및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구조 개편 3대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또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여수·울산·대산)를 대상으로 동시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충분한 자구노력 및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계획 마련과 ‘금융·세제·R&D·규제완화’ 등 종합지원 패키지 제공을 정부 지원 3대 원칙으로 내놨다. 여수산단에는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 NCC, GS칼텍스 등 기업들이 NCC를 이용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화산업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핵심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장관 회의에서 “석유화학 업계가 뼈를 깎는 각오로 사업재편에 나서준다면 정부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이어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지만, 국내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고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잉설비 감축과 근본적 경쟁력 제고”라며 기업들의 향해 강한 메세지를 내놨다.
정부의 발표와 함께 이날 국내 10개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들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자율 협약식’을 열고 총 270만∼370만t 규모의 NCC를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축 목표량은 국내 NCC 생산능력(1470만t)의 18∼25%에 해당하는 양으로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통해 진행한 자율 컨설팅 결과다.
석화기업들은 자율협약을 토대로 연말까지 설비 감축과 고부가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 재무구조 개선 등을 포함하는 사업재편계획을 마련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석유화학 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 개편만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어 “책임 있는 자구노력 없이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려 하거나 다른 기업들 설비 감축의 혜택만을 누리려는 무임승차 기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의 사업재편계획을 검토해 금융, 세제, 연구개발(R&D), 규제 완화 등 지원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석화기업들은 정부에서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탓에 내심 기업간 눈치보기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도는 이번 구조조정이 이재명 대통령의 전남 7대 공약과 국가국정위원회의 15대 과제에 포함된 여수석화산업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남지역은 물론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했던 석유화학 산업이 이미 성숙기, 혹은 쇠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생산 규모 감축과 사업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나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