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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경북 순직 소방 영웅 38人 '숭고한 희생, 초라한 예우'

화재·구조 현장 사고 늘어도…순직자·유족 지원은 뒷걸음
소방청 20년간 추모 예산 '0'…보훈청 올해 지원 30% 삭감
주점 불길 속 인명 찾다 2명 사망…감전된 인부 구조하다 휘말리기도
격무·과로에 숨진 사례도 다수…실종자 수색, 환자 이송 중 쓰러져 별세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숨진 김수광· 박수훈 소방관을 포함, 위험직무를 수행하거나 격무·과로에 시달리다 순직한 경북 소방 '영웅'들은 30명이 넘는다.

소방관 순직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 때뿐이다. 소방·보훈당국은 순직자 예우 예산을 지원하지 않거나 되려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명구조, 화재진압 중 사고 휘말려 순직한 영웅들

4일 소방청에 따르면 1945년 경북소방본부가 창설해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50년 이후 경북에서 순직한 소방대원은 이번 문경 순직자까지 모두 38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화재진압과 구조·구급, 항공 등 위험직무를 수행하던 순직자(훈장 수여자 기준)만 12명(31.6%)이나 된다.

칠곡소방서 119구조대 김성훈(28세, 이하 순직 당시 연령) 소방교와 최희대(37) 소방교는 2005년 10월 13일 오후 6시 12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의 불이 난 지하 단란주점에서 "건물에 할머니가 있다"는 주민 말에 인명을 수색하려다 30분 뒤 이들을 찾으러 들어간 동료 구조대원들에게 업혀 나왔다. 산소호흡기를 쓰고도 유독가스에 질식해 순직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천소방서 김경오(25) 소방사는 1997년 11월 15일 오후 4시 27분쯤 경북 성주군 선남면 한 식품 제조업체 저장탱크 속에서 감전돼 쓰러진 인부 4명을 구하려다 함께 감전돼 순직했다. 임용 11개월차 막내였던 그는 2대 독자였던 데다, 결혼 1개월 만에 사고를 당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김천소방서 이현묵(44) 소방원은 1975년 5월 13일 오전 6시쯤 김천시 부곡동 한 벽지 제조공장 화재를 진압하려 공장 슬레이트 지붕에서 물을 뿌리던 중 지붕이 깨지며 건물 내부로 추락, 기계에 머리를 부딪혀 쓰러진 뒤 같은 날 오후 9시쯤 순직했다.

이 밖에 경북 칠곡 출신인 중앙119구조본부 배혁(30) 소방장도 2019년 10월 31일 손가락 절단 응급환자 이송 요청을 받고서 헬기로 독도에 출동했다가 환자를 태운 채 이륙했으나 2분 만에 독도 동도 주변 600m 해상에서 추락, 순직했다.

◆격무에 건강 악화해 순직하기도

격무와 과로에 시달리다 건강이 악화해 순직한 사례도 다수 있다.

김천소방서 119구조대 송재식(46) 소방장은 2005년 8월 7일 오전 10시 20분쯤 김천시 조마면 감천에서 물놀이 실종자를 찾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동료의 구급조치를 받고 병원 집중치료실에 옮겨졌으나 같은 달 25일 끝내 순직했다. 잇따른 물놀이 실종자 수색 출동으로 피로가 누적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소방서 119구조대 박진호(26) 소방교는 소방에 임용된 지 2개월 만인 2011년 12월 30일 오전 0시 39분쯤 구급출동 현장에서 환자를 구급차에 태워 이송하던 중 쓰러졌다가 정신을 차려 병원에 옮겨졌으나 같은 날 오전 4시쯤 끝내 순직했다. 그는 쓰러진 와중에도 구조한 시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등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천소방서 유진오(56) 소방장은 1993년 12월 7일 갑작스러운 과로 증세에 병원을 찾았다가 간암 의심 소견을 받고 서울 대형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6년 뒤 순직했다.

영주소방서 김인현(48) 소방장은 2005년 12월 26일 오후 5시 10분쯤 출동대기근무를 하던 중 몸 상태가 나빠져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순직했다.

성주소방서 이이웅(57) 소방정은 2000년 2월 7일 간 악성종양 수술을 받았으나 간기능 악화와 다량 출혈로 치료 이틀 만에 순직했다.

◆"예우한다더니"…소방청, 추모식 예산 '0원'

국민 안전에 힘쓰다 세상을 떠나는 소방대원이 속출하는데도 관계 당국은 '순직 소방관 예우'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거나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과 국가보훈부 대전지방보훈청 등에 따르면 순직 소방공무원 유족들을 회원으로 둔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간 매년 11월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을 열어 왔다.

소방청은 추모식이 처음 열린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예산 지원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지난해 추모식에선 예산 5천만원 가운데 대전보훈청이 국고보조금으로 4천만원(80%)을 후원했고, 추모기념회가 후원금과 유족 회비로 나머지 1천만원(20%)을 충당했다.

대전보훈청이 2016년부터 매년 4천만원씩 지원하던 추모식 국고보조금도 올해는 정부 예산 삭감을 이유로 30% 줄어든 2천880만원에 그친다.

소방청은 뒤늦은 올해 처음 순직 소방공무원 사업 예산 1억원을 반영했다. ▷소방청장 위문품 5천만원 ▷올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조성하는 '소방영웅길' 5천만원 등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신규 예산을 편성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보훈청이 추모식을 위해 기념회에 지원한 민간 보조금도 소방청이 보훈청에 적극 요청해 이뤄졌던 일"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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