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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당신 마음을 찍어드려요” 진심 나누는 전주 ‘마음사진관’

사진작가·연극치료사 등 참여
손님들 솔직 이야기 순간 포착
"위로받고 따뜻함 얻어가기를”

 

“마음 나왔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6시 40분 전주시 완산구 남노송동 한 거리. 대부분의 가게가 조명을 끄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 유독 한 가게에서만 환하게 빛이 났다.

가게 전면부 유리창에는 A4 종이로 ‘마음사진관’이라고 적혀 있어 이곳이 사진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부에서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각종 조명기구와 촬영 장비를 설정하는 분주한 움직임이 보였다.

이후 오후 7시가 되자 마음사진관의 문이 열렸고 수줍은 표정과 함께 첫 손님이 찾아왔다.

배우이자 연극치료사인 김건희 씨(42)가 온화한 미소로 “마음사진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그를 자리로 안내했다.

손님과 짧은 안부를 주고받은 김씨는 “지금부터 자신의 마음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라며 현재 자신의 마음을 숫자로 표현할 것을 권유했다.

이에 손님은 6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고 김씨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다시 물었다.

김씨 질문에 잠시 망설인 손님은 “지금 열심히 하고 있다”며 자신을 위로하는 답을 했다. 그리고 손님이 말을 하는 그 순간을 사진작가 송재한 씨(44)가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약 11분의 시간이 흘렀고 창작가인 김온유 씨(25)가 첫 손님에게 손님이 했던 이야기 중 자신을 응원하던 말을 사진에 적어 “마음(사진) 나왔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전달했다. 

마음을 전달받은 손님은 위로받은 듯한 표정과 함께 마음사진관 구성원에게 감사를 전했다. 

첫 손님이 나가고 이번에는 젊은 남녀 커플이 두 번째 손님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씨는 만난지 500일이 됐다는 이 커플에게 색연필을 건넸고 자신을 나타내는 색깔과 자신의 주변인들을 색으로, 거리별로 색칠해볼 것을 권했다.

약 1~2분이 흐른 뒤 김씨는 이들이 채운, 하얀 종이에 담긴 색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전했다.

김씨에게 자신들의 마음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젊은 커플은 서로의 손을 잡은 채 웃었고 이들의 따스한 마음과 이야기를 나나누는 순간은 송씨의 렌즈 안에 담겼다.

잠시 후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마음’이 전달됐다. 이를 본 여성은 “와 너무 예쁘다”며 감탄했고, 남성은 “오늘 함께 와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미소로 답했다. 

이 밖에도 올해 10월 결혼을 앞둔 커플부터 네 자녀를 둔 가족, 사진작가, 자매 등이 이날 마음사진관을 찾았다. 

약 2시간이 넘게 열린 마음사진관은 어둠이 짙게 깔려도 그 어느 곳보다 밝게 빛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고요한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사진관을 찾은 많은 시민은 그간 그들이 말하지 못했던 그리고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마지막 ‘마음’을 전달받았을 때는 그간 자신이 보지 못한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며 환한 미소와 함께 행복을 얻어갔다.

코로나19로 단절됐던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보고자 이날 처음 시작한 ‘마음사진관’에 대해 송재한 씨는 “들러 주신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 속에 저 자신도 위로받는 것 같아 앞으로도 마음사진관을 계속 운영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날 촬영비는 사진관을 찾은 이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진솔한 이야기와 모습으로 갈음됐다.

김온유 씨는 “이야기가 마무리됐을 때 삶을 채우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건희 씨는 “마음사진관을 통해 사람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고 따뜻함을 얻어갔으면 한다”며 “사람들이 몰랐던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으면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