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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딸·아들 걱정에, 참사 영상 떠올라…‘이태원 트라우마’

156명의 사망자 낸 ‘이태원 참사’
광주·전남 지역민에도 큰 후유증
자녀 타지 보낸 부모들 ‘안절부절’
지자체, 정신건강 상담센터 운영
술자리 취소·모임 자제 움직임도

 

 156명의 사망자를 비롯해 3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광주·전남 지역민에게도 큰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참사 현장에 있었던 이들 외에도 SNS와 언론을 통해 참사 현장 영상 등이 유포되면서 수많은 시민들이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시민이 자신이나 자녀들도 참사에 휘말릴 수 있었다는 불안함,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다는 무기력감 등을 호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겪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타향살이 자식들 어쩌나…부모들 발동동=대학이나 직장 등을 이유로 자녀를 서울이나 타지로 보낸 부모들은 참사 이후 자식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부모들은 혹시나 변을 당하진 않을까 매일 밤 자녀들에게 안부전화를 걸고, 인파가 몰리는 서울보다는 안전한 고향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임재식(59·나주시)씨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인천에서 생활을 시작한 딸에 대한 걱정이 요즘 부쩍 늘었다. 임씨는 “자녀를 둔 부모로서 피해자 부모의 아픔에 통감한다”며 “우리 딸과 비슷한 또래들이 손쓸 수 없이 참사에 휘말렸다는 사실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씨는 지난 3월 인천의 한 공공기관에 취업한 딸 현주(26)씨에게 매일 확인전화를 하고 있다. 원래 한달에 한 번 정도나 하던 통화를 매일 하는 바람에 딸이 불편해 하지만 마음이 불안해 어쩔 수 없다는 게 임씨의 말이다.

 

문영환(64·광주시 남구 진월동)씨도 3년 전 직장일을 하느라 경기도 일산에 터를 잡은 딸 지은(26)씨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로 밤마다 전화해서 딸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됐기 때문이다. 문씨는 “딸에게 ‘가까운 광주 쪽으로 이직하면 안되느냐’, ‘독립을 원한다면 광주에서 독립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설득중”이라고 전했다.


◇“참사 장면이 계속 떠올라요” PTSD 주의보=광주시의 심리지원센터에는 참사와 관련한 트라우마, 이른바 PTSD를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PTSD는 전쟁·고문·자연재해·사고 등 심각한 외부 스트레스를 겪은 뒤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를 뜻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광주시와 자치구, 시·자치구별 정신건강복지센터 실무자들은 지난 1일 긴급 회의를 열고 시민 심리안정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자치단체와 센터가 참여하는 심리지원단은 24시간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 센터를 운영하고 1일까지 15명에게 전화 및 대면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가 위탁 운영하는 광주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도 참사 직후 관련 상담 접수를 시작해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5명의 가정에 전문 상담사를 보냈다.

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 따르면 광주에서는 참사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경우보다 언론·인터넷 매체·SNS 등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한 경우가 많았다. 참사 순간을 찍은 영상, 시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진 등을 접하면서 마치 현장에 있는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상담을 요청했던 한 시민은 “참사 당시 상황을 우연히 영상으로 봤는데, 그 이후로 두통이 생기고 불안감, 죄책감이 들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눈만 감아도 영상에 본 장면이 떠오른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번 참사 피해자는 10~20대 특정 연령대에 집중됐는 데, 자신의 또래가 화를 입은 경우 ‘나도 그런 상황에 놓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감정이입도 깊게 된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불안감과 우울감, 상실감, 죄책감, 메스꺼움, 심장박동 증가, 수면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임상심리학회도 PTSD 회복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지침을 통해 심호흡과 충분한 휴식을 하고 자신을 위로·격려해야 하며, 사고 관련 기사·정보에 몰두하는 것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숙연한 분위기에 회식·술자리도 줄줄이 취소=광주·전남 직장인들은 ‘국가애도기간’에 맞춰 회식이나 술자리를 최소화하고, 모임을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주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 중인 박현정(31)씨는 “3~4일 이틀 동안 직원 워크숍을 열 예정이었는데 전부 연기됐다”며 “피해자를 추모하고 애도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식·술자리는 물론 다른 기념식, 행사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김준표(29)씨도 “평소 매주 1~2회 정도는 정기적으로 동료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지곤 했는데 참사 이후로는 당분간 술자리를 하지 말자는 분위기”라면서 “교정에도 조기(弔旗)를 걸어 놓고 학생들과 함께 애도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내 또래라니 더 숙연해진다”며 말끝을 흐렸다.

 행정안전부는 공직자들에게 단체 회식과 과도한 음주 등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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