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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매일신문과 함께 북극에 서다

북극해 한가운데 하얀 얼음 사막, 해빙 탓 비행기 이착륙 힘들어져
얼음장 같은 바다에 용기 내 '풍덩'…도끼 들고 "환경 살리자" 즉석 연기
16개국 참가 장기자랑 깜짝 우승

 

 

◆ 지구의 심장 북극에 서다!!!

 

세상에서 가장 청정한 얼음 숲을 지나 하얀 얼음사막의 경이로운 북극해에 들어섰다. 누군가 당신은 북극을 꿈꾼 적이 있나요? 이렇게 물어오는 것 같았다. 신비가 느껴지는 대자연 앞에 서면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사실에 눈뜨게 된다.

북극점은 북극해 한가운데 있다. 북극점 도달여정은 길고도 험난하다. 북극은 북위 66도33분 이상을 북극권, 산림생장한계선, 해빙남하한계선, 영구동토선 등 다양하게 부른다. 북극해는 북극점을 중심으로 대부분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평균 수심은 1200m에 달한다.

항해 6일째, 작은 변화들이 나타난다. 파란 수평선이 사라지고 하얀 얼음 지평선이 점점 다가온다. 우두두둑 쩌~억, 쿵쾅! 쿵광! 머리를 부딪고 싸우는 화난 산양처럼 배는 속력을 내 얼음을 가르고 또 타고 올라간다. 선실에서 느끼는 충격이 대단하다.

모든 생명체가 얼음의 지배를 받는 북극해는 하얀 얼음사막이다.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의 끝 북극. 수십만년 동안 내린 눈은 단단한 바다위의 빙원이 되어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하단다. 극저온으로 수분이 공기 중으로 증발되지 않는 하얀 얼음 사막이다.

 

 

모든 방향의 시선에 하얀 바다만 들어온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 서면 어디가 어디인지 방향감각이 사라진다. 모니터와 데이터를 통해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뿐이다.

선장의 목소리가 선실 곳곳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북극해에 도착했단다. 북극점에 갈수 있는 비행기는 기온상승으로 인한 해빙으로 이착륙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단다. 갑판에 나가보니 하얀 바다사막 지평선에 쇄빙선 몬로비아호만이 떠 있다. 저 멀리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가는 하얀 실선이 보인다. 망망대해 북극과의 첫 만남이다. 신기하고 믿기질 않았다.

사실 하얀 바다사막을 보는 순간부터 눈물이 핑 돌았다. 북극은 그 단어가 상징하는 의미 이상의 목적지였다. 20대에 목표했던 것을 이루는 순간이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자. 북극해의 얼어붙은 바다를 보며 북극에 섰다.

거대한 얼음덩이인 북극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북극점의 위치도 항상 변한다. 북극점은 엄청난 크기의 부빙(浮氷)으로 하루에도 몇km씩 이동을 한다고 한다. 현지 스텝들이 GPS인공위성 장치를 통해 정확한 북극점의 위치를 알려준다.

 

 

북극해의 주인공이 된 그곳에서 준비해간 플랭카드를 펼치고, 감격의 만세를 부른다. 북극은 가장 특별한 여행지였다. 하얀 빙원, 혹독한 환경에 살아가는 북극곰들, 제자리로 돌아온 지금 여운이 오래 남는다. 북극에 서다! 수첩 한켠에 적어놓은 버킷리스트 한 줄을 지웠다.

 

 

◆ 북극탐험 폴라플런지와 콘테스트 감격의 우승

탐험을 끝낸 쇄빙선의 뱃머리를 돌려 귀환 길에 올랐다. 북극탐험 축하 이벤트로 북극해 바다에 뛰어드는 폴라플런지(polar plunge)를 열었다. 먼저 희망자에 한해서 신청을 받아 건강상태를 확인한 다음, 어떤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서명을 해야 한다. 5명만이 신청을 했고, 주저하던 탐험가는 대한의 남아답게 용기를 내어 참가했다.

태극기와 모노레일 깃발을 들고 북극해속으로 몸을 던지는 두려움과 설레임을 잊을 수가 없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얼음장 같이 차가운 북극해에 뛰어드는 모습에 모두들 환호와 박수를 친다. 엄청나게 차가웠다. 심장이 아플 정도로 차갑다는 표현은 과장일까? 그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냈다는 성취감이 모든 것을 녹여낸 것 같다.

 

 

그날 밤 북극탐험 참가자들의 각 나라별 1개팀 5명이내로 장기자랑 콘테스트가 있단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대한민국의 탐험자는 혼자뿐이어서 홀로 신청을 했다. 참가한 16개국의 팀들은 많은 것을 준비하여 대부분 3명이상이 출연하고, 소품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혼자이지만 기내에서 받은 안대와 준비한 태극기, 모노레일 깃발 그리고 빌린 플라스틱 도끼를 들고 출전했다. 지구환경을 파괴한 인간 망나니가 북극을 정복하고, 지구환경을 살린다는 즉흥내용으로 오버액션 연기를 했다. 물론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성적발표가 있을 때 관객들의 호응으로 5등 안에는 들겠다는 생각으로 기다리는데 2등을 불러도 이름이 불러지지 않아 실망을 하고 있는데, 우승에 "Ahn Yong Mo, Korea!!!" 정말 감격적이었다. 우승상품은 쇄빙선내 바에서 무제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티켓이 주어졌다. 콘테스트에 수상한 팀들과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지구의 최북단에 도착한 감격을 함께 나누었다.

 

 

그날 저녁 상품으로 받은 와인티켓을 들고 콘테스트에 참가한 팀들을 모두 와인바로 초청하여 우승한 탐험가가 와인을 쏘기로 했다. 이런 아이디어에 선장도 놀라고, 스텝들이 엄지척을 치켜세우며 선상파티를 열었다.

서로의 수고를 위로하고, 무사히 탐험을 마친 것에 대한 축하와 우승의 감격을 함께하는 행사가 되었다. 프로그램 참여팀원들은 함께 노래도 부르고, 얼싸안고 그동안 정들었던 이방인들 모두 다정한 친구가 되어 지구인이 하나가 된 느낌이다.

 

◆ 인류미래의 보고(寶庫) 북극

북극탐험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메시지 그 자체다. 북극이 처한 위기가 곧 지구와 인류의 미래라는 인식의 공유다. 북극은 인류시련의 상징으로 다가왔고, 탐험의 궤적을 되짚으며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극곰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북극생태계가 변하고, 계절적으로 해빙과 결빙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북극은 인류미래의 보고(寶庫)다. 북극의 빙원들도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극지에서 소리 없는 변화들은 언제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지구의 심장부, 북극! 심장이 아프면 우리 몸 전체가 병들게 된다. 북극도 예외는 아니다. 북극은 현재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극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극 지역은 혹독한 추위와 낮은 강수량, 강한 바람 등의 기후조건으로 독특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북극이 차가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을 때 지구도 건강하다. 북극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얼음으로 덮여 있는 차가운 북극해가 유지돼야 전 지구적으로 연결돼 있는 해류순환을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해 지구의 기후를 균형 있게 유지시킬 수 있다. 따라서 북극해를 지구의 심장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런 심장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우리 몸에서 심장에 이상이 오면 그 어떤 병보다도 촌각을 다투는 위급상황이 발생하는 것과 같다. 지금 파괴되고 있는 자연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 인류의 종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북극의 빙하가 수십 년 후에 녹을 것을 예상했으나, 지금 수 년 안에 녹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더 이상 북극점을 스키나 항공으로 갈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빙하가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단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종 환경정책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북극에서 일어나는 일은 북극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할 가장 크고 중요한 과제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