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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하늘과 통하는 성스러운 곳…넋을 위로하다

(137)삼본향과 액운을 막는 답
해촌의 거친 바다와 척박한 땅 극복하고자 신당 마련해 기도
액운 떨쳐낼 답 쌓아…오랜 역사 약천사·대포감리교회도 위치

 

▲삼본향과 어부당 해녀당

대포에는 신당들이 많다. 이는 해촌(海村)의 거친 바다와 농촌의 척박한 땅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더불어 공존하려는 신앙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대포마을 동쪽에 ‘코뜽이모르’가 있다. 오솔길을 따라 숲속을 가다 보면 삼본향을 만난다. 가장 위쪽에 있는 것이 대포 본향당이다. 불묵당에서 궷돌 하나를 모셔다 본향을 설립한 것으로, 당에는 멩실·백지·물색 등이, 신낭(신목) 가지에는 당걸이가 걸려 있다. 마을의 성소인 본향당은 하늘과 통하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주민들은 당신(堂神)에게 빌면 생산·산육·치병이 이루어지는 영적 공간으로 여겼다.

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토산당’이 있다. 본향당과 요드렛당 사이에 있어 ‘샛당’이라고도 한다. 달리 ‘동읫본향’이라고도 하는데, 동쪽 정의고을에서 모시는 신위가 좌정하고 있음을 뜻한다. 토산당은 칠성(뱀신)을 모시는 당이다. 칠성은 곡물을 보호하고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이다. 김정의 『제주풍토록』에 보면, “제주 풍속에 뱀을 신이라 해서 받든다. 이것을 보면 술을 주고 주문을 외우며 신으로 여겨 쫓아내거나 죽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토산당에서 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요드렛당’이 있다. 가장 아래쪽에 있어 ‘알당’이라고도 한다. 이 당은 동쪽 지역에서 모셔온 것이라고 한다. ‘호근모르요드레’와 ‘예촌요드레’와 함께 ‘이씨할망’을 모신다고 한다.

대포포구에도 당이 두 개 있다. 포구 안쪽의 언덕에 개당(어부당)이 있는데, 지금도 어부와 해녀들의 무사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치성을 드린다. 예전에 바다에서 조업하다 빠져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요왕굿을 하기도 하였다. 요왕굿은 1988년도 한라문화제 민속놀이 경연에서 ‘요왕제(龍王祭) 본풀이’라는 주제로 출연하여 장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요왕제는 바다를 생업으로 사는 대포 해민들이 바다를 주관하는 요왕신에게 해상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종교의식이라 할 수 있다.

포구 서쪽 ‘자장코지’에 우뚝 선 바위 위에 관목이 자라는데, 이를 신목으로 한 잠녀당이 있다. 해녀들이 무사 안녕과 해산물 풍요를 기원하는 당이다. ‘도릿발’에도 어부당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마을을 지키는 답

대포의 선조들은 마을이 허한 곳으로 나쁜 액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답[방사탑]을 쌓았다. 풍수상 허한 곳으로 나쁜 액운이 들어와 주민들을 괴롭힌다고 믿었다. 답은 풍수지리적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쌓는 비보(裨補) 신앙의 전형이다. 도내 다른 마을의 답들을 대개 원통형으로 쌓았는데, 대포의 답들은 모두 길고 견고한 성담 형태로 두텁고 높게 쌓았다. 원통형보다 규모에 있어 크고 웅대하여 마을로 들어오는 나쁜 액을 막기에 제격이다. 진동산에 북답이 있었는데 중문관광단지 개발로 사라져버렸다. 바로 그 동쪽에 복원했는데 규모가 축소되어 아쉽다. 기정목에 있었던 동답은 홍수로 무너져버렸고, 길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사라져버렸다. 마을 남쪽의 남답이 그나마 그 자리에 남아있는데, 4·3사건 때 좌우로 4·3성담을 연결했다. 남답은 지형이 낮은 남쪽엔 2단으로, 높은 북쪽엔 1단으로 성담처럼 높게 쌓았다. 남답의 중간 부분에는 석상을 설치하여 바다 쪽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바다 쪽으로 나쁜 액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듯하다. 마을 동쪽 ‘답단이’에도 잘 보존된 답이 있는데, 이것은 강씨 문중에서 조상의 묘를 비보하기 위해 쌓은 것이다.

▲동양 최대의 대웅전을 자랑하는 약천사

약천사(藥泉寺)는 고지도에 ‘낙천사(樂天寺)’로 표기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찰이다. 약천사 남서쪽 구릉지 일대를 과거에 절이 있었다 하여 ‘절모르’라 부른다. 대포 선조들은 이 일대를 대포십경의 하나인 사지구허(寺旨舊墟)라 일컬으며 주변 풍광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1960년대에 약천사로 명명하여 다시 절을 지었고, 1980년대에 새롭게 중창하는 대역사가 시작되었다. 1990년대 중반에 단일 사찰 건물로는 동양 최대의 규모라는 대정광전 불사를 낙성하여 현재의 약천사로 변신했다. 약천사는 제주도의 사찰 관광을 선도하여 사시사철 관광객이 붐빈다.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대포감리교회

대포감리교회는 1952년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주민의 방을 빌려 예배보다가 1953년 대한감리교 본부의 지원으로 교회를 마련했다. 1960년 10월에 대포동 1998번지로 교회당을 이전하였다. 대포교회는 어려운 시대에 종교 보급뿐 아니라 지역 사회를 위하여 한글학교를 열어 계몽운동에 최선을 다하였으며, 구호물자를 유치하여 자선 활동을 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1976년 임관훈 권사가 기증한 대포동 763번지에 교회당을 신축하여 이전했다. 지금은 대포동 771번지로 이전하여 예배를 드리고 있고, 구 교회당에는 아직도 교회 건물과 종탑이 남아있다.

▲바닷가 곳곳에 있는 원담

대포 선조들은 바다밭과 육지밭을 함께 일구며 생업을 영위해왔던 전형적인 반농반어촌이다. 대포 바닷가 곳곳에는 원(垣)들이 즐비하다. 원을 ‘갯담’, ‘원담’이라고도 하는데, 만입을 이루고 있는 ‘개’에 돌담을 쌓으면 훌륭한 원이 된다. 원은 썰물과 밀물의 차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돌그물이다. 밀물 때 원 안에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나가지 못해 가두어지면 잡는 어로 방식이다. 배튼개원·큰엿도원·제배낭개원·큰갯물원·당압개원 등이 있었는데 원형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도릿발원은 다리 같은 암반이 바다로 뻗어있고, 거대한 바위들로 둘러싸인 천연적인 원이다. 이곳은 자연적인 지세 때문에 지금도 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소금빌레 돌소금밭

배튼개 동쪽에는 소금을 만들었던 ‘소금빌레’가 있다. 편평한 빌레 위에 바닷물을 끼얹어 ‘간물’을 만들고, 이것을 솥에서 달여 소금을 만들었다. 전형적인 제주도식의 돌소금밭이다. 1960년대까지도 소금을 생산했었다고 한다. 소금빌레 동쪽에는 바다로 길게 돌출된 암반이 있는데 ‘궤기난덕’이다. 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바위로 지금도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다.
 


▲ 대포항의 도대불

도대불은 야간에 불을 밝혀 포구를 오가는 선박들의 안전 운항을 도왔던 시설로 등명대라고도 한다. 대포항의 도대불은 1942년경 축조한 등대이다. 도대불의 하단부는 사각형을 이루면서 넓고, 상단부로 갈수록 가름하게 축조하여 안정감이 있고 곡선미가 뛰어나다. 현무암을 정교하게 다듬고 시멘트와 혼합하여 여러 층으로 쌓았다. 조형미와 균제미가 뛰어난 석축물로 대포 주민들의 예술성을 잘 엿볼 수 있다. 그 가치가 인정되어 2021년 7월에 제주도 등록문화재로 선정되었다.

글=지리학박사 김오진(질토래비 학술이사)

제주일보 jjnews1945@jejusin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