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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려보는 경북도 명품길 2천km] 88명의 라이더, 동해 생명의 땅으로

동해, 東海, 다채로움, 생명의 바다로 가는 길
산불 지나간 자리 희망의 페달 질주

 

동해는 희망이다. 동해는 소통이다. 새로운 도약이다.

 

지난 3월, 울진등 동해지역에 산불이 발생했다. 서울시 면적의 40%, 축구장 25,000개 규모의 산림이 한번의 실수로 홀라당 사라져 버렸다. 역대 최악이다. 사라진 잿빛속에도 희망은 늘 피는 법이다.

88명의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자전거 라이더들이 뭉쳤다. 희망의 불쏘시개를 틔운다. 서울, 경기, 울산, 경북, 대구등지에서 모여던 두바퀴는 "울진 산불피해 극복을 위한 사랑의 라이딩"에 기꺼이 동참한다.

화마속에 잠시 실의에 빠졌지만, 새 희망의 물동이를 다시 들이붇기 위해서 88명의 라이더들은 동해의 샛푸른 바다길을 달리며 울진땅에, 동해땅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십시일반으로 호주머니도 모았다. "사랑해요! 울진!!" 불끈 쥔 두 주먹속에 모아둔 600만원의 사랑도 전했다.

동해를 내지르는 자전거는 사랑과 희망의 두바퀴다. 그렇다. 동해는 생명이고 푸른바다는 희망이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동해안 자전거 길-해파랑길' (770Km)

 

2016년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을 잇는 동해안 해안선따라 우리나라 최장 트레일 코스가 만들어졌다. 770Km에 이르는 장대한 길이다. 떠오르는 '해' 와 푸른바다의 '파랑'을 본떠 "해파랑 길"이라고 명명되었다. 10개 구간, 50개의 찐한 이야기로 꾸며졌다.

 

길은 제각각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중 경상북도에 걸친, 220Km 길을 달려보기로 한다. 작년 이맘때 경북 25선을 위해 35명이 뭉쳤다. 경주의 주상절리길을 시작으로 포항 호미곶 둘레길, 영덕 블루로드길, 그리하여 울진 왕피천공원에 이르는 지난(至難)한 길이다.

 

7번 국도에 연이어 해안 끝점이 촘촘하게 이어진 동해 해안길은 탄성의 연속이다. 죽어서도 신라를 지키고자 했던 문무대왕릉을 뒤켠에 두고 출발! 화이팅!외친다. 길은 단순하다. 바다끝으로 달리면 그만이다. 감포항, 양포항을 거쳐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구룡포로 접어들자 바다는 북적대기 시작한다. 즐비한 해산물 먹거리촌이 인파들로 분주하다.

 

잠시,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 촬영지인 일본인 가옥거리에 들어선다. 공효진, 강하늘이 구룡포 바다를 바라보며 인생샷을 찍었던 120개 돌기둥 계단 위에서 드라마속 주인공을 꿈꾼다. 혹시, 공효진 닮은 인연이 어디 없나 두리번 댄다. 꿈깨! 달려! 여기서 약10Km만 내지르면 호랑이 꼬리를 닮은 호미곶에 다다른다. 대한민국 동쪽 끝이다.

 

 

일출, 일몰, 사시사철 동해를 향해 뻗친 상생의 손을 만난다. 화합과 번영을 상징하는 의미를 지녔다. 손아귀를 말아쥔 동그라미속에 자전거를 담는다. 얼마나 사진 놀음을 했을까? 또 페달링의 시간이다. '호미곶 둘레길', 포항 영일대까지 약 35Km 구간이다. 바람은 부드럽고 바다는 푸르지만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서너번의 굴곡을 거쳐야한다. 헉헉대기를 서너차례 거치면, 대한민국 산업의 본터인, 포스코를 지난다. 거대하다. 송도를 거쳐 영일대에 진입한다. 온통 생동과 젊음이 뒤섞인 청춘예찬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영일대 끝자락에서 허기를 채운다. 물회 한그릇 뚝딱이다. 스토리는 이어진다. 영일대 전망대, 스카이워크, 스페이스 워크등 잠시도 쉴틈이 없다. 이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드라마 속으로 풍덩 빠져본다.

 

 

◆갯마을 차차차 투어 라이딩

 

동해 길에 젊은 연정의 감성이 더해졌다. Tvn의 "갯마을 차차차" 의 무대가 동해길을 따라 펼쳐진 것이다. "구룡포, 청하시장, 곤륜산, 사방기념공원, 청하시장, 월포해수욕장 등 풍성한 바다길에 다채로움과 감성이 덧 씌워졌다. 칠포 해수욕장 옆켠을 지나 드라마속 '곤륜산 활공장'을 오르기로 한다.

 

약 1키로 남짓의 오르막, 고작 177m 높이에 불과하다지만, 순간 경사 각도 25%이상의 악~하는 업힐이다. 초입의 높은 벽에 헉! 하지만 잠시 숨을 가다듬고 페달을 밟는다. 끌바도 즐겁다. 무정차로 오른 라이더는 자부심 뿜뿜이다. 구름이 발아래로 깔린다. 양사방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들, 최대한 거들먹대며 드라마속 한 장면으로 들어가 본다. 연이어 페달을 밟는다. 사실, 사방기념공원은 슬픈 흔적이다. 그 어렵던 시절, 어깨에 흙짐을 지고 괭이와 삽을 매고, 무너지는 산비탈에 담벼락을 쌓기위해 피땀이 녹아던 이야기터다. 숲길로 난 오르막을 땀 흘려가며 오르다 보면, 왠걸, 덩그라니 놓여있는 통통배 한척을 만난다. 정상에 다다른 것이다.

 

왜 생뚱맞게 배를 가져다 놓았을까? 누군지 모르나 발상의 전환에 박수를 보낸다. 다시, 신나게 다운하여 동해안 종주 자전거길로 접어들어 이가리닻 전망대에서 멈춘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닻"을 닮은 형상이다. 길이 102m, 높이10m의 전망대는 직선거리로 251Km 떨어져 있는 독도를 지킨다는 염원을 담았다.

 

매년, 동해안 사진전이 펼쳐지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소다. 오밀조밀한 얘기거리가 점점 무르익어간다. 드라마속 "윤혜진, 홍반장"이 거닐던 한적한 시장터 마을이 잔뜩 분주해졌다. 조용하던 '청하시장'은 온통 젊음들의 인생샷 놀음에 왁자지껄 하다. 보라슈퍼옆 돼지찌개집 주인은 몰려드는 손님도 귀챦다.

 

그래도, 우리는 기어코 마늘향이 듬뿍한 맛깔스런 돼지찌개를 들이 부었다. 이빨을 쑤시며 엄지척 한다. 시원스런 동해길에 "Must-see, Must-visit, Must-enjoy" 스토리가 합쳐졌다.

 

 

 

◆해파랑따라 영덕찍고, 축산거쳐, 후포돌아, 울진으로

 

넘실대는 동해는 이제 본격적이다. 화진, 장사, 강구, 영덕, 축산, 고래불, 후포,망양을 따라 울진까지 냅따 질주하기만 하면 된다. 길을 놓칠 염려는 전혀없다. 바다끝으로 향하면 된다. 샛푸른 바다는 비릿 내음을 뿜어대고 시리도록 광활한 풍광이 끊임없이 눈앞을 즐겁게 하지만 동해는 결단코 호락하지가 않다.

 

끊임없이 업다운이 계속된다. 내리막을 즐길만하면 또 다른 언덕이 막아선다. 바람은 또 다른 복병이다. 뒷바람이라도 불어주면 "감사"를 연발하지만, 맞바람이 거친날에는 "눈물,콧물"이 되범벅 된다. 그것도 잠시, 대게등 각종 조형물들의 향연이 쉬어 가라고 손짓한다.

 

마을마다 건조대에 매달린 가자미들의 자태도 귀엽다. 한가로이 한켠에 앉아있는 촌로들의 어슬렁댐도 평화스럽다. 동해로 몰려나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시를 읊조린다. 영덕의 대게 형상도 좋고, 고래불의 아치도 좋지만 후포항의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또 색다르다. 투명 유리아래로 파도가 흐른다. 때마침, 호기롭게 일행 한분이 냉커피를 쏜단다. 다들 박수다.

 

이제, 울진 은어다리 인증센터까지 달린다. 동해종주길의 딱 중간이고, 경상북도의 끝점이다. 다들 환호를 한다.

 

 

◆울진 산불극복위한 사랑의 라이딩


지난, 5.28~29일 경상북도 주관 행사에 88명 참석.

다시 울진이다. 이번에는 감사와 사랑을 담았다. 지난 3월, 그 원시림의 땅에서 발생한 산불의 암흑에 다들 마음을 졸였다. 불길이 불영사로 또 금강송 숲길로 접어든다는 소식이 이어질때, 다들 "아~ 안되는데.."를 외쳤다. 울진은 왕피천등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 계곡과 아름드리 금강송을 아우른 보고(寶庫)의 땅이다.

 

 

그 땅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자, 경상북도 주최의 '사랑의 자전거 라이딩' 행사에 다들 으샤으샤 했다. 호미곶을 출발하여, 해파랑길 곳곳을 헤집고, 그리하여 울진땅 왕피천 공원까지 전국에서 평균나이 56세의 88명의 라이더들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행사 둘째날인 5월 29일! 아뿔싸, 또 다른 산불이 울진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부금 전달식을 하려던 공원이 통제될수도 있다하여 부라부랴 인근의 '황금대게공원'으로 장소를 바꾸었다.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다들 표정은 청량하고, 가슴에 뿌듯함이 물씬 흐른다. 경기도 이천에서 참가한 최고령자인 이병일씨(74세)는 "자전거를 통해서 작으나마 울진에 용기를 주게되어 너무 보람스럽다" 고 엄지를 흔들었다.

 

되살림이고 희망이다! 울진은 거듭난다!

그래! 여기는 동해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