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립 후 간-직-간접투표 오가
1987년 13대서 현 선거제도 정착
직선제 시행에 입후보자 크게 늘어
세 과시위해 지지자 버스 싣고다녀

유세후 전단지 바닥 가득 메우기도

제20대 대통령선거(이하 대선)가 모두 마무리됐다. 헌법 제68조 1항(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임기 만료 70일 내지 40일 전에 후임자를 선거한다)에 따라 치러진 선거이지만 선거 과정에서의 극한 대립과 사전 투표 과정에서의 준비 미흡에 대한 지적들이 겹치고 이어지면서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닉네임까지 얻으며 진행됐으니 앞으로 기록될 우리 정치사에서 이번 대선 과정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우리의 대선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간접-직접-간접선거가 번갈아 시행돼 오다 1987년에 이르러 비로소 현재와 같은 직선제 대통령 선거가 정착하게 된다.

이번 대선은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36.93%를 기록하면서 최종 투표율이 25년(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80.7%) 만에 80%를 넘을 것이냐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왕설래가 많았다. 이와 관련, 역대 대선 기록들을 살펴보면 예상치 못한 투표율 기록에 깜짝 놀라게 된다. 바로 1972년에 치러진 제8대 대선. 투표율이 무려 100%다. 현재로선 상상도 못할 이 경악스러운 투표율은 과연 어떻게, 왜 기록될 수 있었을까.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체육관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전국의 투표소가 체육관 안에 꾸며져서 붙여진 이름은 절대 아니다. 전국에서 단 한 곳 장충체육관에만 투표소가 있었다. 미리 정해진 선거인단이 모여 표를 행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체육관 한 곳이면 충분했던 것이다. 직접선거가 아닌 선거인단에 의한 대선은 8대부터 11대까지 이어진다. 물론 4차례 모두 입후보자는 단 1명, 대통령 당선자 득표율 또한 100%였다.

1972년 유신헌법에 의해 설치된 조직 ‘통일주체국민회의'가 대선을 주도했다. 당시 선거를 통해 선출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졌으니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야만적인 작태가 아닐 수 없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1980년 10월 다행히 개정된 헌법에 의해 폐지된다. 12대 대선(1981년) 때 한차례 더 대통령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가 치러지는 우여곡절을 거치고 13대 대선(1987년)부터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뽑게 된다. 15년 만에 직접선거로 대통령 선거제도가 바뀌게 되니 입후보자의 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역대 최다 입후보자가 격돌한 대선은 직전 대선인 19대 대선으로 모두 15명(2명 중도 사퇴)이 출사표를 냈다. 올해 대선보다 1명이 많았다. 1인 1투표로 주권을 행사하게 되니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은 분주해졌다.

초등학교 운동장, 공설운동장, 강변 등 후보들이 유세를 하는 곳에는 늘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것이 대선 기간 후보들의 세(勢)를 과시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버스를 빌려 수백, 수천명의 지지자를 실어 나르는 일도 일상다반사로 벌어지곤 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여지없이 전단지 등 쓰레기가 하얗게 나뒹굴기도 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여파 등으로 정도는 약해졌지만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후보들은 지역을 돌며 유세를 진행했고, 많은 지지자가 모였다. 그리고 사전투표, 본투표를 거치며 우리의 5년을 책임질 새로운 지도자를 결정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

김남덕·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