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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화정동 참사’ 콘크리트 품질·양생 불량 확인

화정 아이파크 수사본부, 산업안전보건공단 재해 의견서 공개
“공급 과정 현대산업개발 관여” 증언 확보…광주일보 지적 사실로
임의 구조변경·설계 하중 초과 등 최초 붕괴·연쇄 붕괴 원인 규명
경찰, 유화제 대신 물 탄 콘크리트 타설 가능성 등 상세 조사 나서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와 관련, 불량 콘크리트를 사용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경찰은 특히 불량 콘크리트 공급 과정에 현대산업개발측이 관여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현장 작업자의 증언을 확보, 관련성을 수사중이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2일 수사 브리핑을 갖고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 의견서’ 를 토대로 관련자들의 신병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재해조사 의견서에는 꼭대기층의 최초 붕괴원인과 이후 연쇄 붕괴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 내용이 담겼다.

◇최초 붕괴 원인은?=산업안전안전보건공단은 최초의 붕괴 원인으로 ▲임의 구조 변경 ▲설계 하중을 초과한 하중 등을 꼽았다.

39층 PIT층(배관 등 각종 설비를 모아두는 층) 하중을 떠받치기 위해 ‘거푸집 공법’에서 ‘데크 플레이트’ 방식으로 공법을 변경한데다, 7개의 콘크리트 담 형태의 지지대가 오히려 하중을 지지대로 쏠리도록 하면서 아랫층 슬래브를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경찰 분석과 비슷한 맥락이다.

데크용 콘크리트 지지대를 설치함에 따라 바닥의 하중 지지 구조 및 하부층 구조 상태가 기존 설계보다 하중을 더 받게 됐고, 이에 따라 하부층에 대한 동바리(지지대) 보강이 필요했으나 오히려 동바리를 해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콘크리트를 타설함에 따라 하중이 설계 기준을 초과하면서 피트층 바닥이 붕괴됐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국토부의 사고조사위원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전문기관의 조사결과가 아직 남아있지만, 이번 재해의견서를 토대로 검찰과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를 협의했다.

현재까지 경찰이 업무상과실치사상·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한 인원은 현대산업개발 직원들과 공사현장 감리, 하청업체 관계자, 펌프카 업체 관계자 등 총 19명이다. 경찰은 추가로 혐의를 입증해 조만간 구속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17개 층이 잇따라 무너진 이유는?=최초 39층 PIT층이 무너지면서 하부 층들이 연쇄 붕괴한 원인도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연속 충격하중 ▲건물 구조적 취약성 ▲콘크리트 품질불량 등의 3가지를 원인으로 들었다.

1t의 콘크리트가 3m 낙하하면 그 하중이 3.8t으로 증가하는데, 이러한 붕괴의 충격이 연속으로 하중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입주민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건설 트렌드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구조적 안전에 소홀한 설계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포함됐다.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화정아이파크는 일명 가변형 설계로 방 대신, 거실을 넓게 쓰거나 별도의 방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등 입주자 편의를 반영해 내부 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중을 버텨줄 콘크리트 내력벽을 없애는 대신 합판, 석고보드, 수납형 조립식 벽체로 설계를 하다보니 콘크리트 기둥·보가 있는 구조에 비해 건물압력에 취약한 구조였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품질 불량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2가지 문제점을 확인됐다. 동절기 콘크리트 양생 등 품질 관리 부실로 인해 콘크리트가 설계 기준 강도를 확보하지 못한 점, 국부적인 품질 불량으로 인해 철근과의 부착 강도가 저하된 점 등이다. 또 눈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했고, 보양천막이 찢어져 보양 온도를 확보하기 어려웠음에도 이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CCTV를 통해 확인했고, 현장관계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또 콘크리트를 펌프카로 39층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점도를 낮춰야 하는데,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유화제 대신 물을 타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이 아닌가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콘트리트에 물을 탈 경우 내부에 공간이 생겨 강도에 하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러한 콘크리트 상태를 현대산업개발측이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한 콘크리트 압축강도 분석 결과에서도 붕괴 현장에서 확보한 시료 중 일부는 기준 강도(24Mpa)에 미달한 수치가 나왔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콘크리트 품질 불량은 과실이 밝혀졌고, 정확한 분석결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꾸준히 수사를 진행해 상세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