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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실향 아픔서린 판잣집·오징어순대…요샌 ‘핫플'로 관광객에 인기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

 

 

강원일보 창간 75주년
취재사진 현장 속으로
1987년 속초 아바이마을

 

전후 실향민들 고향 가까운 속초 정착
지역인구 70% 차지 市 승격에 큰도움
모래사장에 집 짓고 갯배로 시내 오가
드라마 촬영 후 속초 대표관광지 등극


강원도는 분단의 상처를 안고 사는 곳이다. 접경지역을 비롯한 도내 곳곳에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또아리 틀고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내 곳곳에 분단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백사장 모래알만큼 많은 사연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중 속초 아바이마을은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 마을의 대명사로 아픈 손가락이다.

수복된 속초는 북한을 고향으로 둔 실향민들이 다수 유입돼 전체 인구의 70% 정도가 6·25전쟁 이후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로 구성될 만큼 분단사를 품고 있다. 실향민의 유입은 1963년 시로 승격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전쟁이후 수복된 속초지역에 대한 배려로 승격 당시 시의 인구 하한선 5만5,000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정책적 배려가 있어 속초시로 승격됐다.

실향민들이 속초에 정착한 이유는 몇 개의 설이 있다. 첫 번째 전쟁이 끝나면 고향에 빨리 가려는 심리적 요구라는 설, 두 번째 바다에 고기가 많이 잡혀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어서라는 설, 세 번째가 군 관련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모두 전쟁 이후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들로 아바이마을은 속초 청호동에 자리 잡았다. 바다와 인접하며 주인이 없는 모래톱으로 쉽게 터전을 내릴 수 있었다. 속초는 전통적으로 농지가 적다. 따라서 실향민들은 속초 내륙의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바닷가 주변에 자연스레 자리를 잡았다.

오갈 곳 없는 실향민들에게 바다와 인접한 모래사장은 누구의 눈치 없이 정착할 수 있는 안전지대로 보였다. 바다에서 먹을거리를 구하다 보니 고향을 잃은 사람들에겐 바다가 곧 밭이었다. 가족들의 생명을 보장하는 소중한 텃밭인 바다 옆에 자리를 잡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바다에서 풍겨 온 비린내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냄새였다. 집집마다 물고기잡이와 막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고향에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는 피란민들의 애환이 켜켜이 쌓여 있다. 아바이는 함경도 사투리로 아이 많은 친근한 남자를 말한다. 아바이 마을은 실향민들의 삶과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분단문화의 현장이다.

오지도 못하고 가지도 못하는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 온 실향민 마을은 갯배를 이용해 시내로 간다. 갯배는 청초호 하구에 만들어진 아바이마을로 건너가는 이색적인 교통수단이다. 속초 시내와 아바이마을 사이를 가로지르는 50m 남짓한 물길을 갯배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작은 바지선 형태인 갯배는 직접 사람이 와이어 줄을 끌어당겨야 움직이는 무동력 운반선이다. 수로 양쪽에 튼튼한 철선을 고정시킨 후 갈고리를 걸어 힘껏 당기면 배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사공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배에 탄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 배를 끌어야 한다. 갯배에 탑승해 수로를 건너는 시간은 5분 정도다.

1987년 사진 속의 사람들이 시내로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다. 머리에 물건을 인 아주머니, 학교를 가기 위해 가방을 들고 있는 학생, 뒷짐 진 아저씨 등 30여명이 배를 이용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수복상회, 명성비디오와 새마을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지금은 옛 모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골목길에 대문도 없는 판잣집이 드문드문 남아 있다. 초기에 지어졌던 피란민 가옥들은 속초시립박물관 실향민 문화촌에 복원돼 있다. 아바이마을은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 이름난 후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속초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함흥냉면과 오징어순대, 아바이순댓국 등 식당가의 주요 메뉴는 북쪽의 향토음식을 체험하는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남덕·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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