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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안용모의 신비의 북극을 가다] 북극바다 6개의 별 로포텐제도

빙하가 만든 6개의 보물섬…하얀 설산 밑 붉은 통나무집 '강렬'

 

◆ 북극해의 파라다이스 로포텐제도(Lofoten Islands) 가는 길

 

북극을 향하기 전 여행자는 지난 여름 로포텐제도의 레이네(Reine)와 오(Å)마을의 사진 몇 장에 반해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섬 로포텐으로 향했었다. 여름의 신비스러운 로포텐이 눈 쌓인 겨울 모습은 어떨지 동경해 왔다. 로포텐 제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촌' 이라는 타이틀과 '바다위의 알프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완벽하게 동의 했다. 나르비크에서 확인한 북극행 쇄빙선은 여전히 폭설과 혹한으로 발이 묶여있어서 다시 겨울 로포텐의 비경이 기회를 준거 같아 폭설에도 망설임 없이 로포텐행 시외버스를 탔다.

 

​ 북극권 깊숙이 자리 잡은 로포텐 제도는 북부 노를란주 노르웨이해에 위치하고 있는 군도로 노르웨이 대구어업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북극권 내에 있으며, 본토와 떨어져 있는 이 제도는 빙하의 침식으로 물에 가라앉아 이루어진 6개의 큰 섬들로 이루어져 남북으로 110㎞에 걸쳐 뻗어 있다. 섬들마다 독특한 아름다운 경치와 동화같은 마을들이 산재되어 있고, 각 섬들은 E10번국도와 터널, 교량, 배편으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바다위로 솟은 높은 산들과 만년설의 자연경관, 어부들의 전통가옥 로르부(Rorbuer)와 군데군데 늘어선 대구 덕장이 어우러진 마을과 항구는 그림같이 아름답다. 유럽 사람들도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가고 싶어 하는 지역으로 손꼽는 곳이다. 북극권 북쪽에 있으나 따뜻한 북대서양 난류가 흘러 기후가 온화한 편이다.

 

300번 시외버스는 나르비크에서 출발하여 로포텐의 땅 끝 마을 오(Å)까지 약 350km의 거리를 8시간동안에 걸쳐 운행한다. 도대체 폭설 속에 어떻게 장거리를 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으나 투어버스를 탄 것처럼 곧 주변경관에 빠져들었다. 노르웨이 버스는 유난히 창이 넓어 로포텐이란 자연작품을 조망하기 최상이다. 버스 안에서 보는 주변 풍경이 마치 거대한 한 폭의 풍경화 같다.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달리는 버스에서 눈보라와 로포텐의 아름다움이 만들어내는 멋진 풍경들을 만난다. 눈 덮인 높은 산과 피오르의 풍경사이로 섬들을 연결하는 신호등이 있는 1차선의 유선형 교량이 내리는 눈 속에 심미적 멋으로 어우러진다. 엽서를 만들고 싶을 정도의 풍경이다. 보면 볼수록 빠져들어 아름답다는 탄성이 부족하다. 노르웨이인들의 영혼 속에 자리한 신비로운 존재와도 같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겨울 동화마을의 우아함이 담겨있는 눈 속의 동네들을 지난다.

 

 

야속한 눈보라와 세찬 강풍에 버스도 지쳐갈 즈음, 험난한 자연과의 싸움을 보상이라도 해 주듯 환상과도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어떤 수식어도 부족할 것으로 만들어 버릴 웅대함과 장엄함. 눈 속의 염려를 고스란히 씻어 주던 로포텐의 풍경.​ 매서운 눈보라 사이로 다행히 짙은 구름들은 모두 흩어지고 파란 하늘빛이 조금 드러난다. 이 위대하고 장엄한 자연 앞에 한없이 작고 나약함을 느끼고 기억하고 싶어진다.

 

오전에는 눈이 쏟아지고 강풍이 불다가도 오후에 들어서서 햇볕이 쨍쨍, 또다시 저녁에는 태풍 같은 칼바람이 분다. 하늘의 구름은 북극해의 거센 바람을 타고 빠르게 움직인다. 자연경관도 사람을 압도하지만 날씨역시 몽환적이다. 햇살과 구름이 섬을 뒤덮은 모습이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 하다. 차가운 북해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인 집들. 북극권에 속하는 로포텐 제도에는 눈 지붕을 쓴 우람한 산들로 이어진다.

 

버스는 없는 승객을 찾아다니듯이 마을 정류장에 들리고, 잠시 전망 좋은 휴게소에 멈추었다. 생선버거가 명물이라는 걸 얼핏 들어 보게 되면 먹어야겠거니 했는데 마치 카페처럼 되어있는 이곳에는 동해안 건어물 가게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다. 상품 중엔 대구포가 가장 많은 것은 여기 로포텐제도에 대구가 잘 잡힌 이유다.

 

얼마를 달렸을까? 다시 강한 눈보라와 어둠이 내려앉는다. 버스는 레크네스(Lekness) 정류장에 멈추어서 더 이상 운행이 불가하단다. 다행히 버스에 동승한 현지인의 친절한 안내로 어렵게 이곳의 호텔을 예약 할 수 있었다. 물론 감사한 마음에 목에 걸고 있던 하회탈 링 타이를 선물로 드렸다. 로포텐군도의 지리적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눈 속의 레크네스 마을을 살펴보니 인근의 옛 학교는 박물관으로 개조되었고, 작은 도서관은 문을 열어 그곳에서 잠시 여유를 찾으며 여행정보를 수집했다.

 

 

 

◆ 자연이 만들어준 로포텐의 명물 대구 덕장

 

로포텐의 자연환경 말고도 유명한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대구어업의 집산지다. 겨울에 대구들이 로포텐제도 근해로 알을 낳기 위해 모여들기 때문에 어장이 풍부하다. 로포텐제도의 바닷가 곳곳에 청정해풍에 대구를 말리는 덕장이 눈길을 끈다. 잡아서 건조시킨 대구들은 남쪽의 베르겐으로 옮겨져 전 유럽으로 수출되기 시작하며 유명해졌단다.

 

이미 1000년 전부터 시작된 뿌리 깊은 대구산업은 지금까지도 관광산업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로포텐의 경제 산업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의 대구 생산지다. 이곳에는 1m가 넘는 대구가 잡히는 어장이란다.

 

 

로포텐 제도는 바이킹 시대에 바이킹들이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르웨이 북쪽으로 진출하고, 로포텐 제도에서 잡아들인 대구를 말려 해외 원정길에 식량으로 사용하면서 그 중요성이 강조된 곳이다. 대구는 가장 중요한 식량 자원으로서 아이슬란드를 거쳐 그린란드까지, 그리고 영국과 네덜란드 등지로 퍼져 나가며 수산물 시장이 확대됐다.

 

대구어업은 예나 지금이나 로포텐 제도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기둥이지만, 최근에는 매혹적인 섬의 풍경을 즐기러 들어오는 관광객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입도 못지않단다. 대구어업이 한창인 이른 봄에 로포텐 제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낚시를 즐기거나 대구 떼를 따라 들어온 범고래를 보는 투어에 나선다. 로포텐 제도의 명물 대구는 대대로 이들을 먹여 살린 소중한 보물이다.

 

 

◆ 로포텐의 상징 빨간 로르부(Rorbuer)

 

로포텐 제도를 여행하다 보면 알록달록한 색깔의 집들과 그림 같은 피오르를 만나게 된다. 특히 붉은색의 로르부 통나무집들은 어부들이 사용하던 창고 겸 숙소였으나 지금은 여행객을 위한 고급 숙박시설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로르부는 노르웨이어로 인간을 뜻하는 로르와 숙박을 뜻하는 부를 합친 말로 로포텐제도에서만 볼 수 있는 어부들이 사는 오두막을 개조해서 만든 숙박시설이다.

 

물론 가격이 적지도 않지만 운치 있는 로르부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빨간색 목조건물에 흰색창틀을 한 로르부는 모두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주방이 있어서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다. 물가가 비싼 노르웨이에서 식비를 조금이나마 절약하기에 좋다. 붉은색 로르부 건물이 주변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강렬해서 여행자의 시선을 빼앗아 간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군데군데 솟은 바위산들과 그 아래 자리 잡은 붉은 색상의 로르부가 한 폭의 그림같이 조화를 이룬다.

 

로르부가 대부분 빨간색인 이유는 두 가지의 설이 있는데, 바다에서 많이 잡히던 고래나 대구의 피를 발랐다는 것과 빨간 생선기름을 페인트로 칠했다고도 한다. 대구를 잡기 위해 모여든 어부들이 숙소나 창고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던 빨강색 벽과 남색지붕의 로르부도 대구산업과 더불어 발달된 로포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볼거리 중에 하나다.

 

일종의 독채 팬션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어 지금도 그 본래의 쓰임새대로 사용되고도 있지만 여행자를 위한 숙소로 더 유용하다. 이곳에서 머무르며 잠시 바이킹이 되어보는 체험을 하는 것도 색다른 여행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