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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집다운 집으로- 안전한家] (하) 아이와 부모가 말하는 안전한 집

“소음 적고 벌레 없는 안전한 집에서 살고 싶어요”

2021년 경상남도 아동 가구의 주거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밀양시와 통영시 7192가구를 대상으로 ‘아동의 행복하고 안전한 성장을 위한 주거환경’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역 선정은 아동 인구수,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 및 자주도, 노후주택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현 거주지가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른 최저 주거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살펴본 결과 아이와 부모 모두 안전한 집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방음, 환기, 병해충과 곰팡이 차단, 방범 장치’ 등 거주지의 환경적 부분 요소를 이야기했다. 최저 주거기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 수준에 관한 지표로서 국토교통부가 공고한 지침이다.

 

아동 7507명과 보호자 7122명에게 현재 사는 집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결과 전반적으로 집 내부적인 시설이나 설비는 ‘안전’하다고 느끼지만 집 주변의 환경적인 요소는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도내 아동 주거실태 들여다보니
밀양·통영 7192가구 주거환경조사
안전한 집 기준 1위로 아동은 ‘환경’
보호자는 ‘누수·곰팡이 문제’ 꼽아

 

구체적 기준 없는 ‘최저주거기준’
기준 모호해 빈곤실태 파악 어렵고
법적 구속력 없어 지원도 힘들어
주거빈곤 해소 위해 조례 제정해야

 

 

 

아동들은 ‘우리 집에서 안전하지 않은 점’에 대한 응답으로, 23.4%가 ‘병해충 및 외부동물 침입’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그다음으로 ‘안전시설 부족’ 15.5%, ‘소음’ 15.3% 순서로 답변했다.

 

‘안전한 집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준’을 선택하는 문항에서는 43.9%의 아동이 ‘환경’을 1순위로 선택했다. 세부적으로는 ‘소음이 적고,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잘 드는 것’,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것’을 가장 많이 선택하는 등 환경적 요인이 안전한 주거에 있어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했다.

 

보호자들은 ‘우리 집에서 안전하지 않은 점’을 묻는 질문에 ‘누수 및 곰팡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아 아동과 다소 차이를 보였지만 ‘소음’ 문제는 아동과 동일하게 선택한 비율이 높았다. 또한 자녀를 안전하게 양육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준’을 선정하는 문항에서도 ‘방음, 환기, 채광’, ‘소음, 진동, 악취, 대기오염’ 등 환경적인 요소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조사 결과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방음, 통풍, 채광, 자연재해로부터의 안전’ 등 거주지의 환경적인 측면은 아동과 보호자가 생각하는 안전한 집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가장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주거 기본법상 ‘최저 주거기준’을 통해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 수준에 대한 지표를 명시하고 있다. 이 지표에는 아동과 보호자가 모두 지적한 ‘구조·성능 및 환경 기준’도 포함하고 있는데, ‘적절한’, ‘양호한’, ‘위험이 현저한 지역이 아닌’ 등 제시된 기준이 모호하고 측정하기 어려워 주거 빈곤 가구 파악과 적극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는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9년 발표한 ‘비적정 주거 거주민 인권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저 주거기준은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측정이 용이하지 않아 주거의 품질에 해당하는 요건들에 대해서는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 산정 시 측정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며, 이에 주거실태조사에서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의 수를 침실 기준, 면적 기준, 시설기준만 적용하여 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호한 기준의 우리나라 최저주거기준과 달리 미국의 경우 13개의 구체적인 평가요소들로 주택의 질을 심사하고 있으며, 영국은 29개의 위험요소로 세분화해 주택을 심사하고 있다. 방의 크기에 따라 창문 최소 개수와 크기를 명시한 국가도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우리나라도 구체적인 최저 주거기준을 마련해 ‘적절’하고 ‘양호’한 주거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법적 강제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최저 주거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최저 주거기준 미달 여부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할뿐만아니라 미달하는 집에 살고 있다하더라도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다.

 

염동문 창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법적 구속력 강화를 통해 최저주거기준의 실효성을 높여야만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들의 주거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장은 “아동의 주거권 증진을 위해 지속적인 주거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거 빈곤 아동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에게 집은 단순히 주거 공간일 뿐만 아니라 학습과 놀이 그리고 심리 정서적 지지체계이기에 주거 빈곤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며 “근본적인 아동 주거 빈곤 해소를 위해 경남에서도 아동 주거 빈곤 지원 조례 같은 아동을 주거정책의 주 대상으로 하는 조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주거 빈곤 아동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넘어 아동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보다 거시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준영 기자 bk604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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