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역대급 영사 사고가 났다. 동영상 디지털 포맷(DCP)과 컴퓨터 충돌로 상영이 50분 지연돼 환불 소동이 일어났다.
11일 오후 8시께 해운대구 소향씨어터에서 상영 예정이었던 ‘라스트 나잇 인 소호’가 시작 2분 만에 상영이 중단됐다. 이 작품은 영국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신작이자 한국 정정훈 촬영감독이 촬영한 작품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현장에 있었던 관객 강 모(28·대구) 씨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자막이 없다가 상영이 중지됐다”면서 “30분 쯤 기다리다가 예매해 놓은 버스를 타야해서 결국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자리를 떴는데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이런 영사 사고가 일어나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영화는 예정보다 50분 지연된 이후 상영할 수 있었다.
소향씨어터 상영 ‘라스트 나잇…’
프로그램 오류 자막 없이 내보내
SNS 등 “어이없다” 글 이어져
당초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영화의전당 야외극장과 실내인 소향씨어터에서 같은 시각 상영 예정이었다. 국제적 화제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오픈 시네마’ 섹션에 초청받았다. 코로나19 탓에 거리두기 좌석을 운영하면서 실내인 소향씨어터에서도 같은 시각에 상영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진거다.
SNS에도 불만이 가득했다. “날씨가 추워서 야외표를 양도하고 실내인 소향씨어터 표를 구했는데 결국 야외에서 본 사람이 승리자”라거나 “부산국제영화제 7년 개근인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 “관계자들의 안일함이 느껴진다”는 글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BIFF 관계자는 “9월 말 10월 초 소향씨어터에서 시험 상영했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 DCP 방식으로 상영하다보니 콘텐츠가 컴퓨터와 충돌했고 컴퓨터를 재부팅하는 과정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티켓은 전원 환불 처리했다”고 전했다.
상영이 갑작스레 지연된 경우는 또 있었다. 11일 첫 상영한 ‘프렌치 디스패치’(웨스 앤더슨)는 배급사의 요구로 전자문진표를 작성해야만 영화관 입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사전에 안내되지 않았고, 상영 시간에 맞춰 관객이 몰려들면서 입장이 지연되고 말았다. 결국 상영관인 소향씨어터 외부까지 긴 줄이 늘어선 끝에 10분 늦게 상영할 수 있었다.
또 9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상영한 영화 ‘수베니어: 파트Ⅰ’(조안나 호그 감독)의 경우 화면이 안 나오는 영사 사고로 20분 지연 상영됐다.
이에 대해 BIFF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영사사고는 매년 5~6건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2년 만에 행사를 재개했고 방역을 비롯해 챙겨야할 부분이 늘어나면서 잘 챙기지 못한 부분은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폐막까지 영사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