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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동산 불장 앞에 속절없는 부산 도시재생

 

국비를 들여 추진하던 부산의 도새재생사업이 ‘부동산 광풍’에 쓰러지고 있다. 사업 부지에 민간 아파트가 추진되면서 지자체가 국비를 반납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관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 사상구청은 이달 초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상구 엄궁동 지불마을 새뜰마을사업의 국고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새뜰마을사업은 국토부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다. 기반시설이 부족한 마을에 △주택 주거개선 △공용주차장 조성 △집수리, 골목길 정비 등을 진행한다. 국비 70%, 구비 21% 시비 9%가 투입된다. 새뜰마을사업은 2015년 시작돼 현재 부산에서 총 17곳(표 참조)에서 진행 중이다.

 

“마을 새단장보다 재개발이 낫다”

국비 반납하고 아파트 건립 추진

엄궁 지불마을 주민 대부분 이주

전포 밭개마을도 추진위 꾸려

관 주도 새뜰마을사업 한계 뚜렷

주민 중심 사업으로 전환돼야

 

 

 

사상구 엄궁동 지불마을(엄궁동 3·4통 일원 1만 4943㎡)은 2019년 대상지로 선정돼 내년까지 총 45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한 시행사가 362세대 아파트를 짓겠다고 사상구청에 신청서를 내면서 사업이 어그러졌다. 새뜰마을사업은 사업지구 면적 50% 이상에서 재개발 등 다른 사업이 진행될 경우 사업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69%가 겹친다. 시행사는 주민 80% 이상 토지사용권한 승낙을 받았고 주택사업승인만 남겨뒀다. 이 때문에 사상구청은 이미 확보한 국비(27억 2000만 원)와 이자를 내년 9월까지 반납해야 한다. 사업의 일환으로 11억 원에 매입한 공영주차장 용지(540㎡)도 다시 매각해야 한다. 기존 거주민들 역시 토지나 건물을 처분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

 

16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지불마을은 을씨년스러웠다. 주민들이 떠난 빈집과 폐가에는 폐가구와 가전제품이 쌓여 있었다. 일부 집은 창문이 깨지거나 대문이 없는 상태였다. 일부 주택에는 빨래가 걸려 있어 사람이 사는 흔적도 있었지만, 마을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주민들은 대체로 환영한다. 지불마을은 총 184가구지만 공사 부지는 약 100세대가 포함됐다. 부지에 포함된 주민 대부분은 이주했고 현재 7가구만 남아 있다. 전직 통장이었던 한 주민은 “처음에는 골목길이나 마을 환경을 바꾸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지만, 나중에 건설사에서 아파트를 짓겠다고 해서 주민들이 환영했다”면서 “현재는 일부 가구만 남아 보상금 문제로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향후 공공주택 사업이 엎어지면 다시 도지새생을 추진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한다.

 

부산진구 전포2동 밭개마을 역시 재개발 추진 움직임이 있다. 새뜰마을 대상지인 밭개마을 역시 최근 재개발 추진준비위가 꾸려지면서 부산진구청은 사업 변경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부동산 시세의 가파른 상승세 영향이 크다. 주민들은 도시재생을 통한 부동산 가격 상승보다 아파트 개발을 통한 수익 극대화가 낫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지불마을 한 주민은 “재개발이 엎어지거나 하세월인 경우도 많은데, 최악의 경우 국비까지 사라져 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했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정주철 교수는 “대구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도시재생사업이 뒤집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국은 자치조직이 활성화돼 주민들이 직접 원하는 시설이나 인프라를 유치하는 식의 도시재생을 하는데 우리는 관이 중심이다”며 “주민들이 합의한 사안이면 뒤엎지 못하도록 지구단위계획 등으로 지정해서 기존 주민이 쫓겨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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