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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9> 하얀 세상속의 겨울왕국 키루나

연중 200일 이상, 밤하늘에 神들이 춤추는 이곳
스웨덴 최북단 인구 2만3천명 소도시…북극 근접 오로라 볼 수 있는 최적지
지구 대기 연구하는 우주기지도 설립
매년 1월 '스노우 페스티벌' 열리지만…인근 철광광산 채굴로 땅 주저앉아
논의 끝 2050년 내 도시 통째로 이전

 

◆ 자연과 빛이 만든 순백의 마을 키루나

 

키루나(Kiruna)는 스웨덴 최북단에 위치한 인구 2만3천명의 소도시다. 짧고 시원한 여름과 추운 긴 겨울이 있는 북극 기후로 가장 추운 기온은 영하 40도까지도 내려가고, 평균 영하10도 이하로 내려간다. 눈은 보통 9월 하순에서 5월 중순까지 지속되지만 일년내내 내리기도 한단다. 북극과 근접해 있는 키루나는 오로라를 감상하기에 좋은 위치와 환경을 지닌 곳으로 연중 200일 이상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설국의 동화마을 키루나에서 신비롭고 독특한 자연을 경험하기 위해 눈길을 나섰다. 눈이 부실정도로 온통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듯 펼쳐지는 풍경에 추위를 잊은 가슴이 뜨거워진다. 눈과 마음을 현혹하는 겨울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취한 것일까. 마음속에 그려온 꿈속의 겨울을 만난 것 같다. 여행정보센터에서 '시티 인 모션' 이라는 가이드 투어에 등록하니 시청은 물론 키루나 교회를 투어 할 수 있다.

 

 

 

철로 만든 시계탑이 인상적인 시청 건물에는 키루나와 이 지역 광산사이의 유대 관계를 상징하는 독특한 철탑이 있다. 크리스탈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시청 건물은 햇볕을 듬뿍 받도록 설계되었다. 아래층의 복도와 거대하고 밝은 중앙의 공간은 이글루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문의 손잡이는 순록 뿔과 자작나무로 만들었고, 바닥은 이탈리아 모자이크가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흥미로운 미술품전시는 물론 사미족의 수공예품도 감상할 수 있다.

 

저 만큼 눈 위 우주기지 에스레인지(Esrange Space Center)의 로켓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스웨덴이 우주관광을 추진하는 미국·영국 기업들과 손잡고 최북단에 발사 기지를 마련했단다. 키루나는 북극권에 위치한 지역으로 지구대기와 우주환경을 연구하기에 최적이다. 눈 속에 묻힌 아담한 역사박물관은 극지방에 인간이 정착하기까지의 역사와 현장이 잘 갖추어진 새로운 한계를 뛰어넘는 독특한 경험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작지만 큰, 살아있는 박물관은 우리가 또 다른 자연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 키루나의 눈 축제

 

눈이 쌓이고 혹한의 추위가 엄습할 때 키루나 사람들은 스노우 페스티벌로 눈과 겨울을 즐겁게 맞이한다. 눈 축제는 1986년부터 키루나 도심 한가운데에서 매년 1월 마지막 주말에 열린다. 눈 축제기간 동안 눈 조각, 개썰매, 피겨 스케이팅, 라이브 음악 공연이 눈으로 디자인 된 어린이 놀이터에서 펼쳐진다.

 

축제의 주요이벤트는 키루나 국제 눈 조각 대회로 매년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이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키루나 눈 축제는 지역 주민과 참여자 그리고 여행자 모두가 다양한 볼거리를 즐기며, 토착 사미사람들과 함께 전통적인 추운 날씨와 두껍게 쌓인 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오로라가 눈부시게 빛나는 밤하늘과 지상 눈 조각의 아름다움은 매혹적이다. 눈꽃이 만발하고 눈 쌓인 공원에는 남아있는 축제시의 눈 조각들이 여행자에게 이국적인 새로운 설렘으로 다가선다. 뒤늦게 찾은 여행자는 축제시의 눈 조각 옆에서 그날의 함성과 분위기를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얼음놀이 공원에는 예쁜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며 눈꽃축제에 한발 늦은 여행자를 위로하듯 미소를 날리고, 눈썰매 캐리어를 함께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눈은 동심을 일깨우고, 동화의 전경을 여행자 앞에 펼쳐 보인다.

 

 

 

도로 양옆으로 내린 지 얼마 안 된 눈이 둑처럼 쌓여 있다. 북쪽을 보니 짙푸른 하늘에 서서히 연한 자줏빛과 보랏빛이 감돈다. 바로 위 하늘에서 아주 작은 점이 반짝이는 것으로 보아 오늘 첫 별이 뜬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해돋이를 본 다음 돌아서서 정말 근사한 해넘이를 보는 기분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3시다. 북극권의 극야 기간에만 볼 수 있는 마법 같은 푸른빛이 도는 시간이 찾아온 것 같다.

 

 

서둘러 오두막으로 향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을 밟을 때마다 표면의 단단한 부분이 유리처럼 깨진 뒤, 그 아래 보드라운 눈에 무릎까지 파묻혔다. 오두막 장작불가에 순록 가죽을 깔고 앉아 가죽 물주머니에서 따뜻한 커피를 따라 마시며 스웨덴 계피 빵 시나몬 번을 먹으니 달콤하다. 따뜻한 모닥불이 마술을 부렸는지 세상에서 제일 포근한 설국의 품에 안긴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과 순백의 풍경만으로 가슴이 벅차다. 하늘이 얼마나 맑았는지 하늘의 별이 다 쏟아지겠다 싶을 정도로 별들이 많다. 이때 밤하늘을 수놓는 꿈같은 신들의 춤인 오로라가 아름다운 커튼을 드리운다.

 

 

 

◆ 천상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키루나 교회

 

다음날 자작나무가 눈을 입고 늘어서 있는 기분 좋은 길을 따라가니 키루나 교회(kiruna pastorat)가 나온다. 1912년에 건축된 아트앤크라프트 양식으로 지어진 독특한 디자인의 키루나 교회는 이 지역 토착민인 사미족의 전통 오두막집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고 한다. 국영철광회사의 매니저가 의뢰하여 지어진 이 교회는 스웨덴 건축가 구스타프 위크만의 작품이다. 2001년 스웨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공 건축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목조로 이루어진 내부의 아치형태 구조가 인상적이다.

 

 

독특한 빨간색의 목재 건물인 아름다운 키루나 교회에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교회 외부는 붉은 칠을 한 목재로 되어 있고, 앙증맞은 탑 꼭대기에는 작은 십자가상이 놓여 있다. 눈 덮인 교회 지붕에는 크리스찬 에릭손의 청동 조각상이 빛나는데 수줍음, 사랑, 믿음, 슬픔 등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교회에 들어서니 짙은 색 목재에 새겨진 우아한 조각과 소박한 제단이 인상적이다. 교회 내부는 약 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지만 무척 아담하게 느껴졌다. 교회 바로 앞에 있는 종탑은 하얀 눈 속에 붉은 건물이 드러나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얼어붙은 시간을 알리는 종탑의 모습이 더 신비롭게 보인다.

 

 

 

◆ 철광광산으로 이사하는 키루나

 

눈 속의 키루나 어디에서든 하얀 연기를 내뿜는 철광광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LKAB(스웨덴국영철광회사)에서는 여행자들에게 철광광산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KAB 철광은 세계에서 가장 큰 철광광산이다. 100여 년 전에 세워진 LKAB 철광은 키루나 마을이 존재하게 된 이유라 할 수 있다. 안내자가 LKAB 철광광산이 키루나 지역에 미친 영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여기에서 광산 채굴이 남긴 구덩이로 인해 키루나 도시 전체가 이주해야 하는 이유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런데 50년에 걸쳐 이 도시를 이주시키려는 계획에 대해 설명 듣고 깜짝 놀랐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철광석의 90%는 이곳에서 생산되는데 하루에 에펠탑을 6개를 만들 수 있는 규모란다. 1900년대 초반 철광석이 채굴되면서 키루나는 탄생했다. 갱도가 깊어질수록 땅에 금이 가고, 지반이 침하되는 일이 발생했다.

 

 

광산이 도시를 삼킬 것이라며 시민들이 아우성을 쳤다. 결국 광산 운영 공기업과 시당국, 주민이 참여하는 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수차례 공청회를 통한 논의 끝에 도시 이전 결론이 내려졌다. 키루나 시와 주민 그리고 LKAB는 도시 경제의 동맥인 탄광을 포기하지 않는 대신 전례 없는 도시이사를 택했다. 도시를 통째로 동쪽으로 3.2㎞ 옮기는 방안 '키루나 포에버(Kiruna 4 ever)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2004년 이전 결정 후 도시의 이동은 2014년에 시작되어 2050년까지 계속된단다. 거대한 이주 계획에 LKAB가 부담하는 액수는 10억 달러가 넘는다. 인류가 발전함에 따라 황폐해지고 있는 지구환경은 최근 대규모 기상재해로 우리에게 경고를 주고 있다. 그로인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원의 채취로 인한 키루나의 도시이동 프로젝트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전 프로젝트를 계기로 키루나는 북극권 특유의 눈과 오로라 같은 천연 자원을 살린 관광 마을로 살아남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먼 훗날 다시 찾았을 때는 키루나가 더 아름다운 설국으로 자리하고 있기를 기원하며, 겨울왕국의 엘사가 되어 신비의 얼음호텔로 향한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특집부 weekl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