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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길 2천km] ② 세평하늘 금강송 숲길 75Km

승부역에서 분천역을 거쳐 울진 금강송 숲길을 따라서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빛 바랜 얘기지만 우리나라 오지마을을 세글자 'BYC'로 나타내곤 했었다. 속옷 얘기가 아니다. 즉, 봉화(B), 영양(Y), 청송(C)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 세곳 중 첫 손가락이 "봉화"다.

 

"오지게 오지네"라는 외침이 저절로 터져 나오는 첩첩산중이다. 태백산맥의 끝자락 청량산, 청옥산, 비봉산 줄기를 타고 구름위에 살짝 내려앉은 한적한 동네다. 느림의 미학이 딱 들어맞는 고장이다. 경상북도 명품 자전거길 23선팀은 그 오지 마을의 심장부로 들어간다.

 

 

◆ 세평하늘길,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12Km

 

사실 자전거로 달릴수 있는 길이 전혀 아니다. 그냥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또 때론 김빠진 쇳소리를 내는 열차가 스쳐 지나는 굉음을 노랫말 삼아 들으며 한발한발 투덕투덕 걷는 터덕길이다. 살아온 날들도 곱씹어 보고, 살아갈 날들도 재설계 해보는 삶의 습자지같은 그 길이다. 길은 세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구간, 승부역~양원역 '낙동비경길' 5.6Km, 두번째, 백미 구간인 양원역~비동구간 '체르마트길' 2.2Km, 세번째, 비동역~분천역 구간 4.3Km 도합 12.1Km의 트레일이다. 길은 완만하다. 딱히 업다운도 많이 없다. 속도를 높혀서 페달질을 할수도 없다. 그냥 앞만 보고 희희낙낙 대며 주어진 자연을 즐기면 된다.

 

 

어느 방향에서나 시작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해발 600m에 위치한 승부역에서 시작한다. 반야계곡에서 흘러 들어온 물줄기가 석포면을 휘돌아 승부역으로 향한다. 그 물길을 따라 우리도 흐른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 이라는 승부역에서 증거샷을 찍는다. 세평하늘길의 첫 구간 낙동비경길이 시작된다.

 

초입부터 계곡에서 삐죽 솟구쳐나온 바위들이 길을 내비춘다. 마치, 알프스의 한자락을 연상시킨다. 감탄의 탄성이 흘러나온다. "그래! 여기는 신비로운 비경길이야!" 오가는 인파도 없고, 그 잘난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다. 계곡, 물, 나무, 새, 하늘, 구름 이따금씩 협곡열차의 아련한 여운 소리만이 2시간반 내내 길동무가 된다.

 

시시각각 바뀌는 길은 잠시도 눈길을 쉬게 하지 않는다. 탄성과 감탄속에 이윽고, 양원역에 다다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역사다. 1955년 영주~철암을 잇는 열차가 이곳 원곡마을의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역사다. 1988년 만들어져 오지마을의 유일한 수송통로가 된 곳이다.

 

 

 

양원역에서 비동구간에 이르는 길은 스위스와의 자매 결연탓에 '체르마트길' 이라고 불린다. 분명히 마테호른이 내다뵈는 체르마트의 풍광들이 이곳 세평하늘길에도 선명하게 겹쳐 보인다. 본격적인 끌바, 밀바, 들바도 해야 하고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지만 입가에서 터져나오는 미소를 감출수는 없다.

 

"그래! 우리는 지금 비경속에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어". 계곡 위 낭떠러지 언저리로 연결된 데크길을 쾌재를 부르며 지나친다. 이윽고, 비동역을 지나면 길은 자전거의 주행을 허락한다. 길은 한결 널찍하고 계곡도 넓은 강둑으로 바뀐다. 숲속길을 냅다 달려서 목적지인 분천역 산타마을에 당도한다. 분천역은 하나의 자그마한 박물관이다.

 

북유럽 산타마을의 흥취를 일년내내 느낄수 있는 보배로운 간이역이다. 사진관, 우체국, 조형물, 기념관등 옛스러움이 물씬나는 정취로 그득하다. 눈 내리는 겨울이면 설국이 된다. 분천역~양원역~승부역~철암역까지 약27Km 구간을 달리는 V-트레인 협곡열차가 이곳에서 하루 한두차례 운행된다.

 

"처그덕 처그덕" 협곡열차는 향수다. 시간은 벌써 1시를 가르킨다. 석포를 출발하여 이곳까지 약20Km에 불과하지만 꽤나 시간이 걸렸다. 분천역 앞에 위치한 허름한 식당에서 메밀 국수와 전병으로 허기를 채운다. 분천역에서 왠 메밀국수? 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대박의 맛이다. 시어머니 때부터 빚어 왔다는 메밀에 대한 식당 주인장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연신 "잘 먹었습니다. 최고에요" 를 연발하고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빠져 나왔다.

 

 

◆ 불영계곡 옛길, 우리나라 3대 계곡중의 하나 약40Km

 

불영계곡! 누구나 한번쯤은 와 봤음직한 친숙한 이름이다. 자전거는 분천역을 출발하여 울진 방향으로 달린다. 지금이야 협곡위 고가 다리와 터널들이 비단길처럼 울진까지 잘 놓여 있지만 몇 해전만 하더라도 구불구불한 계곡을 따라 조심스레 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자전거는 차들의 엔진이 드문 그 옛적 불영계곡길을 달린다.

 

왠종일 달려도 차량도 오가는 인적도 찾기가 쉽지 않다. 자전거는 길을 독차지 한듯 그 계곡따라 이어진 구부정길을 여유롭게 달린다. 중간에 두개의 재를 맞닥뜨린다. 첫 번째 꼬치비재(486m), 두번째 답운재(619m) 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두개의 재를 넘는것도 그다지 힘든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출발점인 분천역이 해발 400m 가까이에 위치하니 조금만 땀을 흘리면 성취감을 쉽사리 맛볼수 있다.

 

답운재를 지나면 이제 불영계곡길은 본격적인 계곡의 진면목 속으로 들어간다. 통고산(1,017m) 자연휴양림을 지나치면 기암 괴석들의 진수가 언듯언듯 나타난다. 수십미터 발아래 계곡길이 펼쳐지고 기암석들이 모양을 달리하며 협곡을 이룬다. 사실 지금부터 자전거는 덤이다. 해발 약600미터의 정상에서 바다가 있는 울진으로 향하니 온통 내리막길이다. 그냥 양손의 브레이크만 까닥대며 눈은 계곡의 향연을 즐기면 그것으로 끝이다.

 

계곡 라이딩의 끝판왕이다. 하지만 또 다른 계곡의 진수인 청송계곡길과 비교하면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얼음골, 상옥, 하옥, 옥계계곡으로 이름높은 청송의 계곡은 손만 뻗치면 닿을듯한 곳에 물길들이 펼쳐지지만 이곳 불영계곡길은 수십미터 발아래 계곡들이 이어지니 쉽사리 접근이 용이롭지도 않다. 그냥, 눈으로만 즐겨야한다. 그래도 불영계곡은 그 자태 자체로 명품이다.

 

때마침 불영계곡과 왕피천계곡을 엮어서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논의가 한참이다. 그 만큼 명품 길이다. 자전거는 이윽고 광천교 갈림길에 도착한다. 냅따 직진하면 불영사를 거쳐서 울진 왕피천 공원으로 향한다. 왼쪽 소광리 방면으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금강송길이 펼쳐진다. 우리는 왼쪽으로 접어든다. 소광리 계곡속으로 금강송 숲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 금강송 숲길, 소광리 계곡 약20Km

 

우리나라 수목중 최고로 친다는 금강송(金綱松)! 궁궐을 짓거나 수송 수단인 배를 만들때 사용되었다는 금강송! 세월이 지나도 뒤틀림도 없고 벌레에 썩지도 않아 옛적부터 최고의 나무로 칭송되어 온 금강송! 황장목으로 알려져있고 춘양목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수십미터나 쭉쭉뻗은 잘 생긴 녀석들이다. 불영계곡이 웅대함을 자랑한다면 소광리 계곡은 아기자기하다.

 

애초 이곳의 지명은 울진군 서면이었는데 금강송의 본 고장의 의미를 되살려서 금강송면으로 마을 이름을 지난 2015년 바꾸었다. 금강송 숲길은 이곳 소광리에서 시작한다. 세계 50대 트레킹 코스로도 선정되었고 우리나라 제1호 숲길로도 지정되었다. 금강 소나무 숲길은 총6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제1길 보부상길(13.5Km), 제2길 한나무재길(9.6Km), 제3길 오백년소나무 숲길(16.3Km). 최고의 소나무 숲길로 손꼽힌다. 제3길-1 화전민옛길(9Km), 제4길 대왕소나무숲길(10.5Km), 마지막으로 보부천길(15Km)등 다양한 숲길로 이루어져 있다. 트레킹을 위해서는 사전 예약을 해야하고 인원 제한도 있다. 불행히도 자전거는 출입이 안된단다.

 

자전거는 소광리 계곡끝을 지나고 에코리움 캠핑장도 지나고 끝자락인 숲 관리사무소 인근에서 부득이 멈춘다. 대신 금강송숲과 계곡길이 선사하는 상그러운 숲속 향기를 마음껏 즐긴다. 더 이상의 진입이 어렵다는 관리하는 분에게 읍소(?)하여 증거라도 남길수 있도록 숲길 초입에만 살짝 발을 담근다. 인증샷에 다들 위안을 삼는다. 이제, 자전거는 긴 하룻길을 마감하려한다. 자연속에서 꿈꾼 하루다.

 

새삼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감사한다. 더우기 그 땅이 이곳 경상북도에 있음에 참으로 고맙다. 인적이 끊긴 세평하늘길을 출발하여 이야기 간이역 분천역을 갈림길로 해서 웅대한 불영계곡길을 내질렀다. 아! 게다가 금강송 숲길속에서 심신을 흠뻑 물들였다. 75Km, 달리는 내내 자연과 자연으로 이어지는 자연인의 삶 속으로 오롯이 빠져 들었다. 이것이 자전거가 주는 진정한 마성이다. 이야기 수첩에 깨알같이 흔적을 새김질한다. 이것으로 또 하나 행복 추가다.

다음길은 또 다른 색깔의 오지 Y(영양)를 향해서 달린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특집부 weekl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