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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경남 통영 마른멸치

너를 만나니 뭐든 맛나네

마른멸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다. 멸치볶음은 급식이 없던 시절 도시락 반찬의 단골메뉴였다. 고추장과 함께라면 마른멸치 하나로도 불만 없는 술안주가 된다. 시래깃국, 김칫국, 콩나물국, 미역국에 깊은 맛을 담당해 온 식재료 또한 마른멸치다.

 

경남 통영 욕지도가 고향인 언론인이자 시인 김성우 선생은 에세이 ‘돌아가는 배’에서 “나의 뼈를 기른 것은 8할이 멸치다. 나는 지금도 내 고향 바다의 멸치 없이는 밥을 못 먹는다.”고 했다.

 

한국인 밥상 단골메뉴
수산물 소비 3위 ‘뼈대있는 생선’
우리나라 멸치 50~60% 통영서 잡아
바다에서 바로 삶아 신선하고 고소
찬바람으로 말려 깨끗하고 곧아
‘한려수어’브랜드 전국 공급

 

 

 

◇멸치도 생선이냐고?= 누군가는 ‘멸치도 생선이냐’고 묻지만 멸치는 엄연한 생선이다. 그것도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수산물 3위(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 4.168㎏. 농촌경제연구원 집계)에 오른 뼈대 있는 생선이다.

 

실제로 우리 밥상에는 멸치가 빠질 날이 별로 없다. 볶아서 먹고, 국 끓여 먹고, 마른멸치 그대로 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김치에 젓갈로 들어가고 육수로 우려져 국이나 찌개의 감칠맛을 결정한다. 그 집 요리의 맛은 멸치가 좌우한데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마른 멸치는 영양적으로도 우수한 식품이다. 멸치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회분, 핵산, 타우린 함유량이 월등하다. 비타민A와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 빈혈, 고혈압과 골다공증을 예방해 주고,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칼슘의 보고다. 등 푸른 생선인 멸치는 두뇌발달에 좋다고 알려진 DHA와 EPA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

 

무엇보다 마른멸치 속 풍부한 단백질은 6.25 전쟁을 거치며 어려웠던 시절 한국인의 체력을 책임져 왔다.

 

 

 

 

◇마른멸치의 고향 통영= 멸치수협 본소가 있는 경남 통영은 우리나라 멸치 어획량의 50~60%를 담당하는 곳이다. 해마다 7월1일이면 통영시 동호항 멸치수협 부두에서 풍어제를 지낸 기선권현망 선단들이 남해안 멸치 떼를 쫓아 일제히 출어한다.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금어기를 마친 선단들이다. 주요 조업지는 통영 욕지도 남방 해역이다.

 

멸치는 권현망, 유자망, 안강망, 낭장망, 연안들망, 죽방렴 등 30여개의 다양한 어업으로 어획되지만 이중 대표적인 어법은 기선권현망이다. 기선권현망 어업은 멸치를 잡기 위해 특화된 어업 방식이다. 어군탐지선 1척과 그물을 끄는 본선(끌배) 2척, 운반가공선 2척 등 5척의 배가 한 선단을 이룬다. 기선권현망 1선단에는 25명 내외의 선원이 승선한다. 멸치수협에는 기선권현망 50여 선단이 소속돼 있다.

 

기선권현망의 조업현장은 그야말로 일사불란하다. 어군탐지선의 지휘에 따라 본선 2척이 거대한 그물을 끌어 떼지어 군영하는 멸치를 잡아 올린다. 그물 속에서 멸치 떼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던 가공운반선이 거대한 호스로 멸치를 빨아올린다. 이렇게 올라온 멸치는 선별 작업을 거쳐 바다 한가운데 조업현장에서 바로 삶는다. 삶은 멸치는 육지의 건조장으로 옮겨 찬바람으로 말린 뒤 멸치수협 브랜드 ‘한려수어’가 인쇄된 포장상자에 담아 다음날 아침 경매에 상장된다.

 

 

 

 

◇마른멸치 잘 고르려면= 멸치는 크기에 따라 5단계로 나눈다. 7.7㎝가 넘는 큰 멸치는 ‘대멸’로 분류되며 칼국수, 우동, 된장찌개 등에 시원한 육수와 구수한 국물을 우리는 데 쓴다. 분말기에 곱게 갈아 병에 보관해 놓고 천연조미료로 사용해도 좋다. 4.6~7.7cm 크기인 중멸은 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술안주도 좋고 국물을 내도 좋은 크기다. 선물용으로 많이 쓰이며,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4.5cm 소멸은 꽈리고추 등과 같이 함께 볶아 먹으면 좋은 크기의 멸치다. 그대로 먹어도 훌륭한 술안주가 된다. 1.6~3cm 크기의 멸치를 자멸이라 부른다. 가장 많이 선호하는 볶음용 멸치로써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가 가능하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부드러운 볶음용 반찬으로 딱이다. 1.5cm 이하 크기의 세멸은 멸치의 영양분을 가장 완벽하게 섭취할 수 있는 멸치다. 유아나 어린이 볶음 반찬용으로 좋다.

 

마른멸치는 어떤 걸 골라야 할까. 푸르스름한 은빛이 윤기 있게 돌고 표면에 상처가 많지 않고 비늘이 벗겨지지 않은 것이 신선하고 좋은 멸치다. 너무 말라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짜서도 안 된다. 씹었을 때 약간 촉촉한 정도의 식감이 느껴지고 고소하면서 짭조름한 맛이 은은하게 나는 멸치가 좋은 멸치다. 세멸의 경우 희고 고른 것이 좋은 상품이다. 맑고 뽀얀 색깔을 띄는 것이 좋다.

 

 

 

 

 

 

 

 

 

◇멸치수협의 브랜드 ‘한려수어’= 멸치수협의 기선권현망 어선들이 잡은 통영 멸치는 조업현장에서 곧바로 삶기 때문에 신선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성질이 급한 멸치는 물 밖으로 나오면 이내 죽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삶아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언제 삶고 건조하느냐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또, 냉풍기를 이용한 찬바람으로 말리기 때문에 비늘이 깨끗하고 뒤틀림도 없다.멸치수협은 2010년부터 기선권현망 방식으로 잡은 멸치에 ‘한려수어(閑麗水魚)’라는 이름을 붙여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

 

‘한려수어’는 통영시 한산도에서 시작하는 한려수도의 ‘한려’와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뜻하는 ‘수어’를 합친 것이다.

 

멸치수협 권중원 지도과장은 “한려수어는 청정 남해안에서 생산한 무공해 바다식품이자 한려수도 대표 수산물인 멸치를 뜻한다”며 “다른 지역에서 생산하는 멸치와 차별화되는 브랜드 네임”이라고 말했다.

 

멸치수협은 해마다 마른 멸치 1만6000t을 출하해 1000억 원 안팎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