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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길 2천km] (1)예천~안동 회룡포 나루길 75km

자전거 타고 경북의 속살 찾아…꽃중년 30명 거침없이 달린다
예스러운 예천 초간정에서 스타트, 회룡포 전망대 2km 오르막 비지땀
비룡교로 가는 제2뿅뿅다리 사라져. 자전거 어깨 메고 '내성천 도하작전'
약 7시간 내달려 병산서원서 마침표

 

 

자전거 여행의 독특한 매력은 무엇일까? 마치 새아씨 발목위로 살풋 드러난 백옥의 살결을 훔쳐보듯 자전거는 깨알같은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다. 여행지의 뒷골목을 속속들이 후벼파듯 숨겨진 책갈피 속을 자전거는 하나씩 파헤친다. 두바퀴는 내맘대로다. 가다 서다 유유자적이다. 그렇게, 좌충우돌 경상북도의 속내를 찾아가는 자전거는 늘 흥분되어 있다. 그속에 행복도 오롯이 쏙 담겨있다. 경상북도 명품 자전거길 23선, 총 거리 2,000Km를 가슴에 담기 위해 약30명이 모였다. 최고령70세, 최연소51세, 평균 나이56세의 꽃 중년들이 페달질을 한다.

 

경북은 넓다. 인구는 270만명에 불과 하다지만 서울땅의 31배, 전 국토의 약19%를 점한다. 경북은 깊다. 삼한시대 부족국 의성의 조문국, 고령의 대가야, 경주의 통일 신라를 지나서 조선시대의 뿌리를 만들고 또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졌다. 경북은 길다. 약230Km에 달하는 동해, 태백산맥 소백산맥 백두대간의 정맥, 강, 호수, 다양한 얘기거리등 촘촘하고 오밀하다. 그 경상북도의 땅을 두바퀴 자전거로 약 4개월에 걸쳐서 달려보는것은 자못 가슴 쿵쾅하는 일이다. 10개의 시, 13개의 군, 도합하여 23개의 경북도의 곳곳을 두바퀴로 달리며 하나씩 선을 긋고 이야기의 매듭을 풀어간다.

 

 

 

◆ 감성만점, 예천에서 안동 75Km

 

초간정-회룡포-삼강주막-삼수정-부용대-하회마을-병산서원

 

자전거 길은 묵향깊은 옛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예천땅 '초간정'에서 시작한다. 1582년 초간 권문해가 완성한 초간정은 금곡천이 내려다뵈는 기암괴석위에 자리 잡았다. 누구라도 저 정자위에 자리하면 기개높은 선비가 될듯하다. '초간정'에서 달릴수 있는 길은 셋이다. 동림쪽으로 향하면 문경 경천호를 만난다. 용문사 방면으로 나가면 예천 땅이 한눈에 뵈는 해발 800m의 소백산 하늘자락 공원으로 뻗어진다.

 

우리는 예천의 자랑인 '회룡포' 쪽으로 향한다. 잠시 달리니 조선 태조의 천하명당 십승지지중 하나로 꼽혔다는 이름도 어여쁜 '금당실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초입에 솟아지른 아름드리 송림이 유난히 울창하다. 갈길이 바쁜 탓에 후다닥 증거만을 남기고 냅따 '가오실 공원'으로 내지른다. 5가지의 아름다움이 스며있다는 호수공원이다. 200년도 더 된 버드나무 정자옆에서 자전거 무리는 잠시쉰다.

 

물 많은 오이로 목을 축이고 초콜릿도 오물댄다. 이제 곧 예천의 자랑거리를 향해 강한 오르막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길은 마치 인생길과 닮았다. 딱 세가지다. 오르막, 내리막, 평탄길. 어느 길이나 영원한 것은 없다. 오르막에서 숨을 헐덕이다 보면 어느새 내리막에 이른다. 내리막의 환호를 즐기다 보면 또 다른 언덕이 나타난다. 쉼없는 반복이다. 굳이 어느것을 좋아할 것도 마다할 것도 없다. 늘 그려느니 한다. 그냥 포기않고 가면 되는것이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라고 치부한다.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 척박하게 펼쳐지는 자전거의 길위에서 인생을 새롭게 연마한다.

 

 

 

◆ 예천의 자랑 회룡포

 

비룡산 자락에 자리잡은 '장안사'는 태평성대의 시대에서 이름따온 신라의 고찰이다. 예천의 자랑거리중 으뜸인 "회룡포"로 가는길 초입에 있다. 장안사, 회룡포 전망대까지 이르는 약2Km 구간은 꽤나 땀 흘리는 오르막이다. 하지만, 그 보상은 크다. 노래깨나 한다는 트롯트 가수들이 노래한 "회룡포"를 흥얼대노라면 구성진 감흥이 자연스레 솟아난다. 그중의 백미는 12세 트롯 천재소녀 김다현이다. 회룡포를 맛갈스럽게 불러, 그녀는 예천군의 명예군민이 되었다.

 

 

장안사 오르막을 지나서 232개의 계단을 헤아리며 오르다 보면 이윽고 회룡포를 한눈에 아우를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환호가 쏟아진다. 다들 인생샷 남기기에 분주하다. 그 회룡포는 언듯 쓸쓸해 보인다. 내성천에 휘감겨 3면의 물길속에 잠긴 약 50호에 불과한 회룡포 마을은 잠자는듯 고요하다. 그 누구의 범접도 마다할 독야청청의 고집이다. 그 외로움에 잠긴 회룡포를 보담아 주고 싶다. 우리는 마을의 가운데를 향해서 가기로 한다.

 

전망대에서 가파른 산길을 약 2킬로 정도 내려가야한다. 또, 회룡포에 이르기 위해서는 구멍이 쏭쏭난 "뿅뿅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 뿅뿅다리는 쇠철판에 구멍이 쏭쏭나서 만든 다리에서 이름이 유래한다. 영주의 무섬다리 마냥, 그 위를 찬찬히 걷다보면 소싯적 감성이 송글송글 솟아오른다. 원래는 그랬다. 제1뿅뿅 다리를 건너서 마을을 둘러본 후 제2뿅뿅다리를 지나 비룡교로 향하려 했는데 아뿔싸 작년 태풍으로 제2뿅뿅 다리가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 되돌아 갈수도 없다.

 

 

도리없이 다들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발을 둥둥 걷고서 내성천 도하작전에 돌입하여 마을로 들어간다. 때아닌 이색 진풍경에 함박웃음이 연신 터진다. 4월!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힌 회룡포 마을은 모두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끝간데 없이 펼쳐진 봄꽃의 향연은 "과연 회룡포!" 딱 한마디로 마침표를 찍는다. 정말이지 예천땅은 이야기의 연속이다.

 

비룡산 능선을 자전거를 밀고 메고 넘고나면 낙동강의 삼면이 합류하여 옛적 오가는 이들의 쉼터였다는 삼강(三江)나루터 '삼강주막'에 이른다. 공원, 한옥, 캠핑장, 펜션, 주막, 물 문화관등 온갖 볼거리 먹거리 얘기거리가 이곳 삼강주막에서 펼쳐진다. 우리도 이곳에서 지치고 허기진 배를 채운다. 매년 가을 이곳에서는 삼강주막 나루터 축제가 열린다. 코로나가 조금 가라앉으면 올해는 삼강주막에서 가족 연인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는 축제가 다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 전통이 살아 숨쉬는 안동 하회마을

 

이제 자전거는 예천땅을 넘어서 한국정신의 수도인 안동땅으로 향하려 한다. 삼강주막 강변을 따라서 낙동강 자전거길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누구나 시인이 된다. 낙동강변과 어우러진 갈대숲 사이를 달리다 보면, " 아, 이게 진정 행복이구나 " 라고 소리칠 정도로 소확행을 실감 하게된다. 약, 2Km 남짓 달리면 '삼수정 생태숲'의 초입에 이른다. 쌍절암, 관세암, 대동산을 넘어야 안동땅에 다다른다.

 

여기서 선택지는 두가지다. 강변을 따라서 잘 놓아진 데크길 (약1.2Km)을 우아하게 걷던지, 아니면 대동산 임도길(약4Km)를 넘던지 해야한다. 사실, 데크길은 자전거의 통행이 금지라 부득이 땀 빼면서 임도길을 넘어야 하지만 그 보람은 매우 크다. 괜히 명품 생태숲길이 아니다. 청록빛에 둘러싸인 생태숲길은 살아있는 만물에 생기를 쏟아준다. 허물대던 자전거 무리도 생태숲 속에서 오히려 되살아난다. 개선장군 마냥 이윽고, 자전거는 안동땅에 쓰윽 자리매김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을 즐기는 방법은 두가지다. 첫째는 여느 사람들 처럼 하회탈 문화관등을 통하여 마을의 이곳저곳을 찬찬히 보는 것이다. 풍산류씨 문중등 오랜 가옥과 하회탈등에 얽힌 스토리를 밟아 가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고만고만하다. 두번째 하회마을을 즐기는 방법은 부용대에 오르는 것이다. 하회마을을 발 아래 한눈에 둔다. 옥연정사, 겸암정사, 화천서원등 인근에 고풍이 물씬 풍기는 정자와 서원을 함께 즐길수 있다.

 

부용대는 약65미터 높이의 절벽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오르면 반대편 강건너 하회마을이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탄성은 기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하회마을을 약7~8차례 다녀왔지만 감흥은 다소 밋밋했다. 하지만,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은 과연 대한민국 제1의 전통마을이라 부를만 했다. 그동안 꾹 체해 있던 속이 뻥 뚫리듯 청량함이 몰려왔다. 다만, 아쉬웠던것은 작년 태풍에 부용대와 하회마을을 잇는 운치만점의 섶다리가 휩쓸려 가버린것이다.

 

 

 

이제 자전거는 오늘의 종착점인 병산서원을 향해 끝달음을 한다. 2019년 7월, 유네스코는 한국의 서원 9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병산서원은 도산서원, 양동의 옥산서원, 달성 도동서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서원문화를 대표하는 유산의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서애 류성룡의 뜻에 따라 1575년 지어졌다는 병산서원은 한국건축의 우월함을 단연코 보여준다. 200명이나 너끈히 앉을수 있다는 만대루에서 내려다보는 서원앞 강변자락의 풍광은 솜씨좋은 작가의 수채화 이상이다. 서원은 각기 저마다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툭터인 풍광을 자랑하는 병산서원은 학구열 높은 학동의 열기가 저절로 느껴진다.

 

이제, 30여명의 자전거 무리는 약 7시간에 걸친 도합 75Km, 예천~안동 회룡포 나루길 자전거길의 마침표를 찍는다. 다들 큰 박수로 자축한다. 숨막힐듯 순간순간 변화로운 자전거길은 과연 명품길에 전혀 손색이 없다. "아름다운 예천안동으로 놀러 오세요"라고 목청높혀 합창한다.

다음번, 자전거는 감이 주렁대는 고장, 청도로 간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특집부 weekl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