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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유럽 인문학 기행] 자식은 어머니의 슬픔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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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문학 기행-독일] 뮌헨 프라우엔키르헤

뮌헨 시청사(노이에 라트하우스) 옆으로 돌아가면 유명한 교회가 하나 나온다. ‘성모 마리아 교회’로 번역되는 ‘돔 주 운저 리벤 프라우’이다. 뮌헨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프라우엔키르헤로 알려진 곳이다. 옛날에는 운저 프라우엔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프라우엔키르헤의 두 첨탑 사이에 큰 문이 하나 있다. 문의 오른쪽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예루살렘 동쪽의 감람산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새긴 돌 하나를 볼 수 있다. 500여 년 전 옛 프라우엔키르헤에 얽힌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돌이다. 아주 정직하고 겸손하면서 신을 두려워하고 공경했던 슬픈 어머니 마리아에 얽힌 이야기이다.


 

 

 

방탕한 아들의 일탈

 

마리아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인생의 모든 희망을 아들에게 걸었다. 세상에 있는 모든 덕목의 씨앗을 아들의 머리와 가슴에 심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들은 어릴 때에는 어머니의 말을 잘 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자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선한 계율을 모두 잊어버렸다.

 

마리아는 뒤늦게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아들을 타이르려고 했다.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선량하고 성실하게 사는 게 하느님의 뜻이란다. 제발 다시 옛날의 착한 아들로 돌아오도록 해라.”

 

아들은 어머니의 충고를 무시했다. 그는 일부러 더 나쁜 길로 빠져들었다. 어머니가 계속 나무라자 아들은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는 나이가 많아 현명하고 나는 어려서 어리석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어머니가 하는 대로 저도 해야 한다고요? 웃기지 마세요.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제게 주세요. 그리고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아요.”

 

마리아는 의절하자는 아들의 말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머니의 모습을 본 아들은 더 화가 나서 어머니를 때리려고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팔이 마비돼 움직이지 않았다.

 

“내 팔이 왜 이래?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아들은 사흘 동안이나 팔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래로 내릴 수도 없고 구부릴 수도 없었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마리아가 아들을 타이르며 충고했다.

 

“프라우엔키르헤 교회에 가서 무릎을 꿇고 하느님에게 용서를 빌도록 해라. 그렇게 하면 팔이 낫게 될 거란다.”

 

아들은 어머니의 충고대로 교회에 가서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해달라고 기도했다. 여러 날 동안 교회에 다닌 덕에 그의 팔은 조금씩 낫기 시작했다. 그 동안 그는 나쁜 친구들을 멀리 하고 만나지 않았다.

 

며칠 뒤 아들의 친구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웃으며 놀렸다.

 

“네가 교회에 다닌다고? 핫핫! 지나가는 쥐가 웃을 일이구나. 그래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니 굳었던 팔이 나았다고? 그동안 안 보이더니 사기 치는 기술만 늘었구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친구들의 말에 얼굴이 빨개진 아들은 그들을 따라 집을 나갔다. 다시 나쁜 길에 빠져들게 된 것이었다.

 

마리아는 늘 타이르고 또 타일렀다. 하느님에게 가서 기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 올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해라.”

 

아들은 버럭 화를 내면서 어머니를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서랍장을 열어 안에 들어 있던 돈, 귀중품을 몽땅 꺼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는 집에서 뛰쳐나가며 소리를 질렀다.

 

“이건 원래 내 것이에요. 저는 이미 충분히 나이를 먹었다고요. 당신의 충고는 이제 진절머리가 나요.”

 


 

상심한 어머니의 기도

 

상심한 마리아는 교회에 달려가 바닥에 몸을 던졌다. 하느님에게 빌고 또 간청했다.

 

“하느님, 이 불쌍한 여인을 도와주소서. 하나뿐인 아들이 제발 다시 옛날의 착한 아이로 돌아오게 해 주소서.”

 

마리아는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석공을 찾아갔다. 그에게 마지막 남은 적은 돈을 주면서 부탁했다.

 

“감람산에서 십자가로 끌려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돌에 새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석공이 돌에 예수를 새기는 동안 마리아는 하루 종일 프라우엔키르헤에 가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기도의 내용은 똑같았다.

 

“아들의 죄를 담은 ‘고난의 잔’을 마지막 찌꺼기까지 비우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아들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여러 날이 흘렀다. 마리아는 석공이 완성한 석판을 들고 프라우엔키르헤의 목사에게 찾아갔다. 그녀는 석판을 새긴 이유를 설명하고 교회 외벽 한쪽 모퉁이에 붙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마리아의 딱한 사정을 이미 잘 알고 있던 목사는 기꺼이 승낙했다. 이렇게 해서 프라우엔키르헤의 벽에 감람산의 예수를 새긴 석판이 달리게 됐다.

 

마리아는 그날 이후 매일 프라우엔키르헤를 찾아갔다. 석판이 붙은 벽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에게 빌고 또 빌었다. 아들의 죄악을 용서하고, 그의 저지른 모든 잘못의 책임을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빌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줄도 모르던 아들은 범죄를 저지르는 바람에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그는 7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동안 바깥세상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 그곳에서 온갖 고생을 한 그는 그제야 어머니를 떠올리게 됐다.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은 자신을 자책했다.

 

‘어머니의 말씀을 제대로 들었더라면…. 여러 차례나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헌신하고 기도하신 분인데…. 내가 어머니의 말씀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벌을 내리신 거야. 부끄럽지만 어머니가 보고 싶구나.’

 

아들은 감방 한쪽 구석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고개를 들어 작은 창밖 하늘에 걸린 달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하느님,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벌을 내리셔도 달게 받겠습니다. 여기서 나가면 개과천선해서 새 사람이 되겠습니다. 대신 어머니를 다시 한 번만이라도 만날 수 있는 축복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기회를 주시기를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돌아온 아들의 후회

 

세월은 흐르고 흘러 7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아들은 초췌해진 모습으로 감옥에서 나왔다. 그는 서둘러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운 어머니가 정말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집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낯선 사내가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본 이웃 주민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물었다.

 

“혹시 이 집에 살던 아주머니가 어디 가셨는지 모르시나요? 그 분은 저의 어머니이십니다.”

 

그제야 이웃은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보았다. 그는 버럭 화를 내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다른 이웃들도 밖으로 나왔다.

 

“바로 자네였군. 천하의 못된 녀석 같으니라고. 선량하고 성실한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고, 세상의 모든 고통과 불명예를 평생 안고 살게 만든 불효자! 네 어머니는 벌써 돌아가셨어.”

 

“네?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요?”

 

“뭘 그렇게 놀라는 척 하느냐? 어차피 네 놈은 어머니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느냐? 네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이 비뚤어져 세상의 모든 나쁜 짓을 다 저지르고 다니다 감옥에 간 사실을 알고는 상심해서 시름시름 앓다 죽고 말았어. 지금 프라우엔키르헤 공동묘지에 묻혀 있지. 당장 우리 동네에서 나가! 네 녀석이 있는 곳은 어디든 신의 저주가 내려 재수가 없어.”

 

아들은 프라우엔키르헤로 달려갔다. 교회 벽에 감람산의 예수를 새긴 석판이 붙어 있었다. 그 아래에 어머니의 무덤이 있었다. 아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통곡했다.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여러 차례 머리를 쥐어박으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고통의 깊이만큼 그의 가슴에도 회한의 아픔이 밀려 왔다.

 

아들은 그날부터 하루 종일 어머니의 무덤을 지켰다. 음식을 먹지도 않고 눈물만 흘렸다. 그의 기질과 지나온 행적,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슬픔을 잘 아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저건 다 쇼야. 저러다가 며칠 지나면 다시 벌떡 일어나 옛날 개망나니 짓을 다시 하게 될 걸. 사람들의 동정을 사려고 저렇게 우는 척 하는 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아들의 슬픔과 고통은 진심이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아들은 하루 종일 어머니의 무덤만 지켰다. 그제야 사람들은 아들이 진정으로 회개했다고 믿게 됐다. 그들은 그를 동정하기 시작했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교회에 들어가던 젊은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얘야! 저 사람을 보거라. 어머니 말씀을 듣지 않고 방탕한 짓만 하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있는 거란다. 너는 절대 저 사람을 닮지 말고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마리아의 아들마저 어머니의 곁으로 따라갈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동네 어르신들이 그를 말리러 왔다.

 

“자네가 그렇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가슴이 아프군.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자네는 살아야 할 게 아닌가? 하늘에 계신 어머니는 이미 자네를 용서했을 걸세. 어머니가 바라는 건 지금부터라도 착하게 살아 어머니의 불명예를 씻어달라는 것일 거야.”

 

아들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 어머니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이 정도 뉘우침만으로 용서를 받는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일곱 번의 종소리

 

아들의 몸은 점점 약해져 갔다. 급기야 걷지 못할 정도가 됐다. 어느 날 그는 어머니 무덤에 갈 수 없게 됐다.

 

‘어머니를 뵈러 가야하는데…. 어머니가 생전에 받으신 고통에 비하면 이 정도 괴로움은 아무 것도 아닌데….’

 

무덤에 가지 못해 괴로워하던 그는 쌓인 피로 탓에 깊은 잠으로 빠지고 말았다. 그는 꿈을 꾸었다. 누군가 꿈에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바로 자신이었다.

 

“지난 밤 어머니가 나를 찾아 오셨지. 마치 천사처럼 빛나시더군. 얼굴에는 기쁨이 충만하고 있었고…. 하지만 두 눈이 젖어있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가 있었어.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지.

 

‘오, 어머니, 두 눈이 젖으셨군요. 제가 어머니께 드린 엄청난 고통과 슬픔의 눈물이군요. 이제 하늘에서라면 눈물을 멈추셔도 되지 않나요?’

 

어머니는 나를 꼼꼼히 살펴보시더니 이렇게 대답하시더군.

 

‘아들아, 나는 늘 울었고, 지금도 늘 울고 있단다. 이전보다 더 자주….’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어. 그래서 어머니의 목을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지. 어머니는 이렇게 다시 말씀하시더군.

 

‘아들아, 네가 나에게 저지른 어떤 잘못에 대해 용서하고 말 게 없단다. 너는 나의 아들이고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제야 나는 어머니에게서 용서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어. 어머니가 늘 나와 함께 있다는 기분도 생겼지. 하느님이 허락해 주신다면 어머니에게로 가서 다시 함께 살고 싶어.”

 

그때였다. 프라우엔키르헤에서 종이 울렸다. 모두 일곱 번이었다.

 

“땡땡땡땡땡땡때~~~앵.”

 

아들은 종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꿈이었다.

 

종소리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신의 목소리 같았다. 그가 꿈속에서 스스로에게 했던 말에 대한 답이 내려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일곱 번의 종소리가 7일, 7주, 7개월, 7년을 뜻하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아들은 다시 프라우엔키르헤의 어머니 무덤에 갔다. 하늘에 올라가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세월이 7일이든 7개월이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어머니의 용서를 받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아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돌았다.

 

그로부터 7일 뒤였다. 프라우엔키르헤에 매일 새벽 기도를 드리러 가던 노인이 마리아의 무덤 주변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는 걸 보았다. 그는 교회 목사에게 달려갔다.

 

목사는 서둘러 나와 그 남자를 살펴보았다. 마리아의 아들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기쁨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하면서 어머니 무덤을 지키느라 고생한 사람의 얼굴답지 않게 환한 빛이 비치고 있었다.

 

프라우엔키르헤는 많은 세월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중건됐다. 하지만 감람산의 예수를 새긴 석판은 사라지지 않고 교회 문 위에 자리를 잡고 교회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축복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