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를 배경으로 70세 해녀와 그를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30대 청년의 사랑을 담은 영화가 오는 30일 개봉된다.
2020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소문준 감독의 ‘빛나는 순간’은 제주 최고의 해녀 ‘진옥’(고두심)과 그녀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찍기 위해 서울에서 온 청년 PD 경훈(지현우)의 특별한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성사해야 하는 경훈은 출연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진옥을 설득하며 점차 가까워지고 애틋한 둘만의 사랑이 시작된다.
진옥은 처음에는 경훈이 무척 성가시지만 바다에 빠진 그를 구해준 것을 계기로 점점 가까워진다.
제주 4·3 당시 동굴에 피신했다가 자신의 울음소리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픔이 있는 진옥과 제주 바다에 옛 연인을 잃은 경훈의 슬픔이 서로를 더욱 가깝게 끌어당기면서 둘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인생의 빛나는 순간을 알게 된다.
나이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로맨스가 곶자왈, 바다, 성산일출봉 등 제주의 풍광과 함께 펼쳐진다.
제주 올로케이션으로 제작된 ‘빛나는 순간’은 주연 고두심, 양정원을 포함한 출연자 98%가 제주 출신으로 채웠다.
주연 등 출연자 대부분의 대사가 제주어로 제작됨에 따라 이해를 돕기 위해 자막 처리됐다.
고두심은 이 작품에서 자신의 고향인 제주에서 해녀들의 삶과 노년 여성에게 찾아온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고 깊이있게 그려냈다.
개봉에 앞서 지난 11일 롯데시네마 제주 아라점에서 가진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고두심은 “제주 해녀들이 숨 쉬는 과정을 다룬 영화이다 보니 제가 적격이라고 생각했고, 운명적으로 내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고두심은 “인간으로서 놓지 말아야 할 감성의 끈이 있다. 투박함과 딱딱한 이미지가 강한 해녀도 여자다. 70세 해녀인 진옥이 그 끈을 놓지 않았기에 젊은 청년에게 다가가며 생애 처음으로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며 “관객들도 자신만의 빛나는 순간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