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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KTX타고 고향 가고 싶다" 호남선 증편 여론

서대전역 정차 하루 한자릿수 이용객 발 묶여
국가기간교통망 무색·지역간 단절 고착 우려

 

지난 4일 대전 중구 오류동 KTX 서대전역 매표소. 나들이에 나선 관광객과 출장을 오가는 회사원 등이 승차권을 사고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호남이 고향인 김모씨는 이마를 찌푸린 채 역사 내 전광판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예전부터 서대전역을 자주 이용했던 그에게 KTX 호남선은 가까이 하기엔 먼 열차다. 집안 대소사를 살뜰히 챙기는 탓에 고향 방문이 잦지만 고향으로 가는 고속열차가 적어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김씨는 "대전에 사는 호남 주민들의 이동권이 상당히 제약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015년 운행에 들어간 호남고속철도가 수년 째 호남과 충청지역 단절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대전역 경유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충청과 호남, 호남과 충청을 하나로 잇는 '국가기간교통망'으로서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서대전역을 지나는 호남 방면 고속열차가 적다 보니 시간을 제때 맞추지 못하면 별 도리가 없네요…." 김치수 전 대전지역 호남향우회장은 "향우회가 직접 나서 서대전역 호남행 증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대전역은 경부선 KTX만 이용할 수 있어, 고향에 갈 수 있는 교통편은 직접 차를 몰 거나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암담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고령의 노인들은 자가 운전이 어렵기 때문에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호남고속철 증편이 정말로 시급하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매일 전북 전주에서 대전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 씨는 KTX 열차편이 적다며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씨는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전주역이 있지만 대전으로 향하는 열차가 하루 4대 밖에 없다"며 "매 번 가까운 역을 두고 승용차로 출퇴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소 출·퇴근 시간대라도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열차가 추가 증편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에 거주하는 호남향우회 한 인사는 "서대전역을 지나는 호남선 KTX가 적어 청주 오송역을 주로 찾게 된다"며 "가까운 곳에 고속철도역을 두고 이웃 도시인 청주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은 불편함을 넘어 아주 짜증이 날 정도다. 그런데, 정부나 대전시, 정치권은 국민 불편을 해소할 생각을 안하고 뭐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당초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추진하면서 천안에서 전북으로 진입하는 노선을 구상했지만, 지름길 직선이 아닌 오송역을 분기역으로 정했다. 이에 호남 지자체는 서대전역 증편 경유만은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관철시켰다.

 

그 결과 현재 호남선고속철도는 출발역인 서울에서 종착역 목포까지 하루 평균 29회 이상(하행 29회, 상행 30회) 운행 중이다. 하지만 이 중 서대전을 정차역으로 하는 열차편은 하루 8차례뿐이다. 충북 오송-전북 익산을 잇는 직통 노선(하루 16회 운행)의 경우, 서대전역 정차 횟수는 4차례로 급격히 줄어든다. 주행 속도 확보를 위한 역간 거리를 감안하더라도 과거 철도교통 중심이었던 서대전역으로서의 체면이 깎이는 상황이다.

 

정치적 수사로 가득한 분기역 선정 논란은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감차를 초래했고, 호남 관문 역할을 자임했던 대전의 도시 위상까지 바닥에 떨어지는 '나비효과'로 이어진 셈이다. 나아가 충청-호남 지역의 심리적 간극을 키워 정치 쟁점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2004년 4월 1일 역사적인 경부고속철도(KTX) 개통으로 고속철시대가 열리면서 전국이 반나절 시간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충청과 호남, 호남과 충청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저속철 시대에 사는 수모를 겪고 있다.

 

박정기 대전세종호남향우회 연합회장은 "대전·세종 시민 중 적어도 50만여 명 이상은 호남에 뿌리를 뒀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작 광주, 전라도 지역을 찾을 땐 자가용이나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99@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