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오지호·김환기 작품, 전남도립미술관 품에 안기나?’
다음 주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에 대해 삼성 일가가 상속 내용과 절차 등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의 향방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일부 작품이 전남도립미술관과 대구미술관 등 지역 미술관에도 기증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실현 여부에도 관심이 높다.
이건희 컬렉션은 국보급 문화재를 비롯해 국내외 근현대미술품 1만 3000점, 감정가액은 2조 5000억~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장작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보 30점과 보물 82점을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클로드 모네·마크 로스코의 명작 등 서양 근현대미술 1300여점, 이중섭·박수근의 주요 작품 등 한국근현대미술 2200여점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계에서는 추정 감정평가액이 그대로 인정될 경우 미술품 상속세로만 1조원 넘게 내야한다는 점을 감안, 컬렉션 중 일부 작품들이 국공립미술관과 박물관 등에 기증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국보급 문화재 등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과 서양미술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에 연고를 둔 일부 작가들 작품의 경우 지역 안배 차원에서 지역 공립미술관 기증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눈길을 끈다.
광주·전남의 경우 지난 3월 공식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이 기증처로 떠오르고 있다. 광양에 문을 연 전남도립미술관은 광주·전남 출신 작가들을 중심으로 남도미술의 아카이빙을 주요 가치로 내걸고 있다. 기증 여부가 오르내리고 있는 작가는 고흥 출신의 천경자, 신안 출신의 김환기, 화순 출신의 오지호, 광주의 허백련 화백 등 한국 근현대 화단의 대표적 작가들이다.
20일 전남도립미술관 이지호 관장은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은 맞지만 기증될 구체적인 작품, 규모 등에 대해 확정된 것이 아직 없어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며 “우리의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남도립미술관은 개관 전 소장작 구입을 통해 김환기 화백의 ‘Ⅰ-1964’, 천경자 화백의 연필 소묘 작품 ‘디즈니랜드’, 오지호 화백의 ‘항구’ 등을 보유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오지호 화백의 ‘설경’ 등 7점, 천경자 화백의 드로잉 20점, 김환기 ‘무제’ 등 3점을 소장중이다.
또 다른 지방 공립 미술관인 대구미술관에는 대구 출신인 이인성, 이쾌대 작가의 작품이 기증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제대로 공개된 적 없는 이건희 컬렉션의 면면은 화려하다. 이건희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병철 회장은 개인으로는 국내에서 국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컬렉터였고 ‘인왕제색도’(국보 제21호), ‘금강전도’(국보 제217호), ‘금동미륵반가상’(국보 제118호) 등이 컬렉션 안에 포함돼 있다. 또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모네의 ‘수련’ 등과 박수근의 ‘빨래터’ 등 국내 근현대 작가 작품들도 다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회장의 유산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19조원과 한남동 자택 및 용인 에버랜드 부지, 미술품 등을 포함해 모두 22~23조원가량이며 유족이 납부할 상속세는 총 12조∼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