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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동네 벌거숭이 아이들 기웃대던 강촌역, 젊은이들 해방구 됐네

1968년 춘천 강촌

 

 

춘천 강촌이 1970년대 대학생들의 핫한 MT 장소로 등극하기 전, 우리나라, 대만, 일본, 미국 등 4개국 청년들이 1968년 여름 한적한 시골마을인 강촌을 찾았다.

강촌은 구한말 화서학파의 학풍이 이어져 이소응 의병장을 배출한 곳이자 항일의병 활동의 거점으로 일본인에 대한 감정이 남다른 곳이다. 이런 마을에 일본 학생의 등장은 주민들에겐 뜨거운 관심으로 떠올랐다.

강촌역~서울 청량리 100원
신남역은 15원 하던 시절,
군데군데 초가·함석지붕 주택
길 여가리 밭엔 콩·옥수수 뿐
저 멀리 경춘선 철길만 외로이


한일국교가 정상화된 지 3년이 지난 여름날, 강촌으로 외국인들이 몰려왔다.

동네 벌거숭이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캠핑장을 찾았다. 가난하고 소박한 농촌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눈부신 흰옷을 입고 있다. 넉넉한 시골 인심과 남을 배려하는 깊은 품성은 어느새 이질적인 다름의 문화를 무력화시켰다.

이 국제학생캠프에 일본인 학생을 이끌고 온 노무라 모토유키는 마을 풍경은 물론 참가자들의 활동을 사진집 '강촌에 살고 싶네(눈빛출판사)'로 발간했다.

타임머신이 된 사진집은 반세기가 넘는 53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현장 한복판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강촌역에서 서울 청량리까지 3등 운임은 100원, 신남역 15원, 남춘천역 20원, 춘천역 25원 하던 시절이다.

외지인에 대한 호기심과 서울에 대한 갈망으로 강촌역엔 서성대던 아이들이 많았다. 흰옷과 고무신을 신은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어른들과는 대조적으로 아이들 옷차림은 현대식으로 바뀌고 있다. 러닝셔츠 바람의 이아들은 비포장길을 따라 할 일 없이 역까지의 거리를 맴돌았다. 아이를 업고 나온 어린이와 나무그늘에서 환담을 나누는 어른들 모습이 모두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강촌역에서 창촌중 방향의 도로 폭은 3m 정도의 비포장길이다. 비가 온 직후라 도로 중간 중간에 물웅덩이가 보인다. 초가와 함석지붕을 한 주택들이 왼쪽 산 방향으로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다. 길 여가리 밭에는 콩과 옥수수가 아이 키만큼 자라 있다. 왼쪽 논에 시퍼런 벼가 한여름 볕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주택들이 옥수수보다 조금 커 보일 정도이고 높은 건물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강촌은 경춘선 철길만이 직선으로 보일 정도로 자연 친화적인 마을이다.

북한강으로 흘러든 강촌천은 장맛비로 물이 불어 있다. 허리 높이의 교각 위에 통나무를 발처럼 엮은 다리를 주민들이 건너고 있다. 10세 미만의 아동이 집안 재산 1호인 소에게 꼴을 먹이려고 흙길을 따라 소와 함께 걷고 있다. 마을 안 한옥 안에 자리 잡은 '구내 이발관'이 보인다. 까까머리 중학생 형은 짐칸 자전거에 동생을 태우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람들의 표정엔 여유가 넘쳐난다.

수도권 대학생들의 MT 장소로 각광을 받으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한적한 시골 마을은 도시화됐다. 밭과 논엔 콩과 벼 대신 빌딩이 세워지면서 유유자적했던 사람들은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바빠졌다.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자전거, 사발이를 들여다놓고 각종 놀이기구도 설치했다. 일상생활은 더 편리해졌지만 지속 가능한 내일을 만들기 위해 더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니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 현재 강촌은 마을협동조합을 구성해 새로운 활기를 만들기 위해 제2의 변화를 준비 중이다.

1968년 강촌을 기록한 노무라 목사는 일본 식민통치와 한국의 분단에 일본의 책임을 묻는 지식인이다. 도시 빈민운동에도 참가한 작가는 1970~1980년대 서울 청계천을 기록한 '노무라 리포트'가 있다.

김남덕·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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