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포항 7.8℃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순천 6.7℃
  • 홍성(예) 3.6℃
  • 흐림제주 10.7℃
  • 흐림김해시 7.1℃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메뉴

(강원일보)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스키장이 아닙니다 고속도로 한복판입니다

1989년 1월 대관령 폭설

 

 

1m 폭설에 전무후무한 고립
영동고속道 이틀간 완전 불통

800대 차량 뒤엉켜 꼼짝 못 해
승객 2천명 밤새 추위에 떨어
허기에 곤혹, 전쟁 피난처 방불
눈길 헤쳐 2km 절어 내려오기도


한겨울 영동지역의 폭설은 유명하다. 해마다 설 즈음에 내린 눈은 한꺼번에 많은 눈이 내려 교통에 큰 불편을 주곤 한다. “눈을 뚫어 길을 냈다”, “신영극장이 눈으로 무너졌다” 등 강릉은 눈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1989년 1월11일 강릉에 1m가 넘는 눈이 내렸다. 그해 강원일보 1월13일자 사회면에 '1m 폭설 두 손 든 고속도로'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다.

1975년 개통 이후 14년 만에 영동고속도로가 이틀간 완전 불통됐다. 고속도로만은 막히지 않는다고 장담해 온 도로공사의 제설능력이 1m에 가까운 폭설에 그만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제설장비 부족에 원인이 있으나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차량들이 뒤엉켜 도로를 지그재그로 가로 막는데는 속수무책이어서 한계점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차량 800여대의 승객 2,000여명이 고립돼 밤새 추위에 떨며 큰 곤혹을 치렀다. 이번 불통 사태로 대관령 폭설 대책이 제기됐다. 대설경보 속에 11일 새벽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 영동 산간지방에는 13일 오전 현재 대관령 95㎝, 한계령 90㎝, 진부령 140㎝, 대청봉엔 무려 188㎝의 적설량을 보여 지난 76년간 하루 동안 속초지방에 내렸던 80㎝의 폭설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다.

11일 새벽 1시께부터 영동지방에 내린 눈은 13일 오전 현재까지 계속 내리고 있으나 이틀간 불통됐던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은 13일 오전 5시 차량 운행이 가능해졌고 한계령과 진부령도 일방통행 운행을 하고 있다.

대관령 구간이 불통되기 시작한 것은 11일 오후 3시께로 이때부터 적설량이 30㎝를 넘어섰다. 고속도로 순찰대와 도로공사 측은 제설작업에 앞서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차량의 운행을 통제했어야 했으나 그대로 운행시킨 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으로 지적됐다.

월동장비 없이 내려오던 차량 및 상행선 차량들이 미끄러지면서 도로 한가운데 대각선으로 맞물려 정차하는 등 뒤엉키면서 차량들이 꼬리를 물며 지그재그로 정차해 버려 차량 행렬은 순식간에 진부까지 6㎞나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제설차량의 접근이 어려워 오도 가도 못하게 된 2,000여명의 승객은 밤새 추위에 떨다 일부는 휴게소에 몰려 몸을 녹였다. 대부분 정상 부근에 발이 묶인 승객들이었다.

다른 승객들은 대피할 때도 없어 차내에서 히터에 몸을 녹였다. 일부 차량은 밤새 히터를 가동시켜 기름이 떨어져 강릉과 횡계에서 등짐으로 기름을 수송하기도 했다. 승객들은 먹을 간식용도 구할 수 없어 허기에 곤혹을 치렀다.

한 고속버스에서는 남자 승객이 간신히 구해 온 김밥 5통을 40여명이 나눠 먹는 등 전쟁 피난처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대관령 구간에서 발이 묶여 있던 500여명의 승객은 12일 오후 1시께부터 차량 소통의 가능성이 없자 각종 짐을 머리에 이고 허리까지 빠지는 눈길을 파고 2㎞나 걸어 내려오기도 했다. 영동고속도로가 불통된 구간은 대관령 중턱~평창 싸리재까지 6㎞로 이곳에 발이 묶인 차량은 800여대에 승객은 무려 2,000여명이나 돼 고속도로에서 폭설로 고립된 재난치고는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또한 고속도로가 이틀간 불통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지역민들은 역경과 고난을 함께 극복하면서 끈끈하게 공동체를 만든다. 함께 재난을 이겨낸 경험은 이들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다지며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봄이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대형 산불, 태풍 루사(2002년)와 매미(2003년), 1996년 9월18일 강릉 앞바다 북한 잠수함 침투, 겨울철 폭설 등은 지역민들에게 회자되는 사건이다.

김남덕·오석기기자

많이 본 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