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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라떼는 말이야]4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고사장 밖 풍경

1976년 대학입학 예비고사

 

 

1950년대 대입 국가시험화 '연합고사' 시행…'국가고사'로 명칭 변경
1960년대 말 '예비고사'·'본고사' 도입…1982년 '학력고사'로 통합
1993년부터 '수능'…초·중·고 학업의 결실 하루에 심판 받아 '억울'


오늘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날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고사장 입구에서 펼쳐지는 후배들의 요란한 응원은 볼 수 없지만 수험생 모두에게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서로 이름은 달랐지만 광복 이후부터 대학 진학을 위해 치러지는 시험들은 다른 시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부담감을 안겼다. 같은 학생의 지위이지만 어엿한 성인이 돼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낭만 같은 것은 어쨌든 시험을 잘 치른 후의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시대를 막론하고 이 시험 날 마음속 온도는 항상 낮았다.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제도는 해방 이후 수 없이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해방 직후 대입전형은 '대학별 단독 시험제'로 치러졌다. 그래서 시험의 난이도는 대학별로 서로 달랐다. 언뜻 합리적일 것 같아 보이는 이 시험제도는 부정입학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라진다.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입시험은 국가시험으로 치러진다. '대학입학 연합고사'가 시행됐고, 이후 '대학입학 국가고사'라는 이름으로 시험이 치러졌다. 1960년대 말에는 '예비고사' 제도가 도입됐다. 이 시험에 합격해야만 '본고사'를 치를 수 있었다. 1982년부터는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통합한 '학력고사'가 시행됐고, 1993년부터 현재와 같은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정착됐다. '학력고사' 시기에는 대입 모집군이 전기, 후기로 나뉘어 있었고 선 시험 후 지원(1982~1987학년도), 선 지원 후 시험(1988~1993학년도) 등으로 연이어 변동이 있었다. '선 지원 후 시험' 시기 대입시험에 지원한 학생들은 많게는 3번(전기·후기·전문대)의 시험을 치러야 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대입시험은 초등과정 6년과 중·고등과정 6년을 합해 총 12년간 갈고닦아 온 학업의 결실을 단 하루 만에 심판받아야 하는 조금은 억울한 시험이다. 특히 언제나 쉬우면 변별력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어렵게 출제되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힐난을 들어야 하는 시험을 주관하는 입장에서도 늘 조심해야 하는 시험이기도 하다.

그나마 수시전형 등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한번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도박 같은 모험이 사라진 것은 다행이지만 수험생이나 그 가족들에게는 대학 입학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스트레스다.

1976년 춘천지구 대학입학 예비고사 제2고사장이 춘천여고(사진 1)에 차려졌다. 춘천시 교동에 있던 춘천여고 교문 앞은 자녀들의 고득점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입실에도 불구하고 귀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복 차림에 고무신을 신은 여성부터 구두를 신고 현대식 양장을 입은 여성들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 초조한 표정을 하고 있다.

고사장 대문 주변엔 홍천고, 원주고, 대성고, 성수고 동문과 학생들이 격문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성수고라면 무조건 대학', '원고의 건아들이여 그대들의 최후의 순간까지 실력 발휘를', '춘천고 태권도 청도관 100% 합격', '필승 100% 합격 영자, 영숙, 송희, 영희, 영옥, 영란, 경희, 민정' 이름이 적혀 있다. 현재 환갑이 넘었을 당시의 수험생들은 그해 대학에 합격했을까.

본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강원대 교정(사진 2)에 줄지어 서 있다. 멀리 가정학과 안내판이 보이고 학생들은 양복을 입은 학교 관계자로부터 수험표를 받고 있다. 머리모양은 갈래머리와 단발머리 학생들이 태반이다. 반코트와 구두를 거의 모든 학생이 착용하고 있다. 한때 고등학생들이 롱패딩을 즐겨 입었듯이 당시는 이런 풍이 유행했나 보다.

김남덕·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