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모 마을에서 이장 선출을 놓고 갈등이 격화되면서 90억원 규모의 국비 사업마저 무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12일 제주시와 구좌읍에 따르면 선거로 2023년 1월 임명된 구좌읍 모 마을 이장 A씨는 그해 7월부터 장기간 입원과 투병생활에 이어 거동 불편으로 이장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A이장은 작년 3월 사회관계망(SNS)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다시 번복했다.
이 마을에서는 자생단체장을 중심으로 지난해 7월 개발위원장 선출에 이어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렸고, 그해 8월 임시총회를 열고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임 이장으로 B씨를 선출했다.
이에 대해 당시 현직 이장 A씨와 마을회 감사 등은 ‘향약’이 정한 절차대로 선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선거를 요구했고, 이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현직 이장이 있는데도 실시한 선거는 무효라고 반발했다.
반면, 개발위원장과 일부 자생단체장들은 A씨가 1년 반 동안 이장직을 수행하지 않으면서도 수당(월 30만원)을 받았고, 향약에는 이장이 3개월 이상 부재 시 개발위원장이 업무를 대행할 수 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이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으로 이 마을은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 300사업’을 자진 포기했다.
총사업비 90억원(국비 61억원·도비 26억원·자부담 3억원)을 투입해 마을어항 정비, 해녀의 집 건립, 탈의장 리모델링 등 해녀 관광을 테마로 한 관광산업은 물거품이 됐다.
제주시에 따르면 어촌뉴딜사업은 어촌계장과 마을 이장의 결재가 필요하지만, 이장 선출을 둘러싼 문제가 마을 내 갈등으로 확산돼 마을지역협의체에서 사업 포기서를 제출했다.
이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과 관련, 제주지법은 지난해 12월 3일 ‘구좌읍장의 이장 임명 시까지 신임 B이장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현직 이장 A씨에 대한 임기가 지난해 12월 31일 종료되자, 구좌읍은 최근 신임 이장 B씨에 대한 임용 문서를 마을에 전달했다.
신임 이장의 임용장은 이달 열리는 이장 정례회의에서 수여하기로 했다.
구좌읍 관계자는 “신임 이장에 대한 임용을 늦출 경우 결국 마을 전체 주민들의 피해만 커질 수 있어서 임명권자인 읍장의 재량권을 통해 이달 중 임용장을 수여하기로 했다”며 “A씨의 이장 임기가 종료된 만큼, 향후 소송과 관련해 구좌읍 대 해당 마을 이장이 아닌, 전직 이장 대 현직 이장의 사인간 소송이 진행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구좌읍에 따르면 그동안 수 차례 현직 이장과 신임 이장과 주변 당사자에 대해 중재에 나섰으나 번번이 결렬될 정도로 양측은 갈등의 골이 깊어서 향후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