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의 열쇠가 된 '로제타석'(Rosetta Stone)(사진)을 실물에 가깝게 복제해 오는 10월 공개하기로 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로제타석을 소장한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 협조를 받아 '로제타석 복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로제타석은 기원전 196년 이집트에서 제작된 비문이다.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프톨레마이오스 5세를 찬양하는 내용이 쓰였다.
179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군이 이집트 북부 로제타에서 로제타석을 발견했다. 1822년 프랑스의 이집트학자 장 프랑수와 샹폴리옹이 로제타석의 상형문자를 해석해 4천년 만에 이집트 문자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영국군이 이집트에서 프랑스군을 몰아내면서 1801년 항복 합의에 따라 로제타석 등 유물 수십 점을 프랑스로부터 넘겨받았고, 현재 영국박물관이 소장해 전시하고 있다.
세계 문자를 연구·전시하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으로선 이집트 문자 해석의 시발점인 로제타석 원본을 가져올 수 없는 상황에서 완성도 높은 복제품이 필요하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측은 지난 7월 영국박물관을 찾아 로제타석 복제에 관한 협조를 약속받았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영국박물관으로부터 받은 로제타석 3D 스캔 데이터 분석과 현지 실사 등을 통해 우리나라 기술로 복제 작업을 하고 있다.
로제타석은 높이 120㎝, 너비 75㎝, 두께 28㎝ 크기다. 표면은 3단으로 구성돼 있고 상단에는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중단에는 고대 이집트 민중문자, 하단에는 그리스문자가 새겨져 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우리나라 기술로 로제타석에 새겨진 글자뿐 아니라 색상과 질감까지 실물에 가깝게 복제할 계획이다. 복제품은 올해 10월 중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이집트실 개관식에서 대중에 공개할 예정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김성헌 관장은 "로제타석 공개와 함께 문자 발전의 근간이 된 쐐기문자와 이집트 상형문자의 역사적 중요성을 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로제타석 복제와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박물관이 세계 문자의 총체적 허브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