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집단 휴진이 진행된 18일 대전지역에서도 일부 개원의 등이 병원 문을 닫긴 했으나, 우려했던 만큼 큰 혼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오전 진료'만 하는 방식인 이른바 '꼼수 휴진'을 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병의원 문 앞까지 헛걸음을 한 내원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18일 충남대 대전병원은 감염내과와 신경과, 비뇨기과,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소속 전문의들의 휴가로 인해, 이날 진료를 모두 중단했다. 텅 빈 진료실엔 간호사 한두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병원 곳곳엔 '최근 의료 상황으로 인해 외래진료가 지연될 수 있다'며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앞서 충남대 대전병원 소속 전문의 263명 중 46명은 의협 집단휴진 선언일에 맞춰 휴가를 신청했다. 충남대 세종병원까지 합치면, 이날 충남대병원에서만 총 61명의 전문의가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네 의원이 대거 몰려 있는 대전시청역 인근에선, 약 20% 이상의 동네 병원이 저마다 개인사정과 직원 워크숍, 세미나, 휴가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오전 9시부터 점심시간 전까지 단축 운영하거나, '1시간'만 반짝 운영하는 신경과의원도 있었다.
이날 대전시가 파악한 휴진 의료기관은 전체 1177곳(병원 53개·의원 1124개) 중 257곳(22.9%)으로 집계됐다. 시가 휴진 신고 접수를 마감한 지난 13일 기준 지역 30병상 미만 의원(1124개) 중 휴진 신고를 한 의원은 4.3%(48개)였으나, 실제 참여율은 5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서구 둔산동의 한 이비인후과의원은 의협 집단 휴진에 동참하기 위해 당초 오전진료만 하기로 했다가, 진료 예약을 문의하는 환자 전화가 이어지자 결국 정상 진료로 방침을 바꾸기도 했다. 휴진에 대한 시민 비판을 의식한 듯, '개인사정으로 인해 금일 휴진합니다'라거나 '세미나 관계로 휴진하오니 이점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안내문을 붙인 병원도 있었다. 안내문 옆에는 서구보건소에서 보낸 업무개시명령서 등기 우편물 도착 안내서도 눈에 띄었다.
한 병원 빌딩 1층에 위치한 약국 관계자는 "휴진한 줄 모르고 헛걸음했다가 '내일 다시 약 처방 받으러 병원에 오겠다'며 발걸음을 돌리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휴진 때문에 약국도 매출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하루 휴진이라 다행이지만, 추후 무기한 휴진이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집단 휴진에 동참한 병원에는 '불매 운동'을 해야 한다"며 성토하는 글도 이어졌다.
집단 휴진에 나선 대전시의사회는 지역 전공의, 개원의, 대학교수, 의대생 등 약 240명과 함께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 집결한 뒤, 저마다 상기된 표정으로 전세버스 9대에 각각 몸을 실었다. 대학교수와 개원의 등이 두루 참석했으나, 참가자 대부분은 젊은 의대생들이었다.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은 서울로 출발하기 전, 회원들과 학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향후 의협 방침대로 (계속) 움직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이날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