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인정 못한 급발진, 경기도가 인정할 수 있을까?
경기도의회가 연평균 50건 넘게 의심 사고가 발생하는 반면 법원이 인정하지 않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해 경기도가 피해를 지원하는 조례안을 추진중인데, 전문가를 중심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운전자 책임으로 전가된 급발진 사고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가 생길 것이란 기대가 모이는 반면 과학적 입증이 어렵고 관련 상위법이 공백인 상태에서 추진되는 조례라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되면서다.
현재 제조사 상대로 운전자가 '입증'
피해 지원 조례, 회복 도움 규정 골자
경기도 별도 판정기구 설치 가능해져
경기도의회는 최근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기인(국·성남6)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자동차 급발진 사고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경기도가 급발진 의심사고의 피해자에 대해 법률과 심리 상담, 그 밖의 재산 등의 피해 회복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게 골자다. 의심사고를 판정하기 위해 도는 별도의 기구나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으며 가속·제동장치 등의 급발진 기록장치를 도 공용차량에 시범 부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현재 자동차 급발진은 주로 소송 결과로 사고 진위 여부를 판명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접수된 의심 사례는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총 766건이나 발생했지만, 아직 법원이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에 이 의원은 "현재까지 급발진을 사법에만 의존해 관련 피해자들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는데, 이제는 행정기관이 생명과 안전을 위해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어 추진하게 됐다"고 입법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의회도 지난달 관련 조례를 입법한 바 있다.
법조계는 급발진 사고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례가 긍정적 기능을 할 것이란 입장이다. 급발진 의심 사고 피해자는 사고 당시 블랙박스와 기록장치 등에만 의존하고 있어 도의 판정 기구가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운전자는 거대 기업인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혼자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지자체의 판단이 입증의 근거도 될 수 있으며 모든 책임을 혼자 떠안는 운전자에겐 도움이 되는 입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극소수" 실효성 의문도
관련법 개정 추진… 국회 계류중
반면 해외에서도 인정 사례가 드물 정도로 과학적 입증이 어려운 급발진 사고를 지자체가 판단해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도 제조물책임법 등 급발진 관련 법 개정이 올해 초부터 추진되고 있지만, 앞서 거론된 어려움과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계류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급발진 의심 사고를 판단한다면 위원회 구성에 얼마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데, 현재 한국에는 급발진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도 극히 드문 상태"라며 "급발진 입증 결과를 뒤집을 법을 못 바꾸는 상황에서 조례만 추진될 경우 형식적인 입법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