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온몸으로 막아낸 시민들은 정치권의 여파 수습에 대해 ‘미완’ 상태로 남겨져 있다고 평가한다. 혼란을 야기한 주동자들의 문책과 진상 규명이 더뎌지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헌법학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과 위헌적 계엄의 반복을 막을 대책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비상계엄 직후 인천대 시국선언을 주도한 김철홍 명예교수는 “첫 단추조차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다”고 사태 1년 후를 진단했다. 6월 출범한 특검팀이 수사를 지속해 가담자들 대부분을 재판에 넘겼지만, 아직 책임자와 가담자들에 대해 선고된 판결 없이 1심에 머물러 있다. 특검팀은 오는 14일 공식적인 수사를 종료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엄 선포의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 김 교수는 “혼란을 야기한 세력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단계는 하나도 진전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고, 이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제대로 수습이 안 되니 또다시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한 유학생 이모(30)씨도 “아직도 당시의 계엄령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정부가 바뀌고 사람들의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의 반세기 고통을 치유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50년간 불합리한 중복규제로 주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제기된 ‘팔당 상수원 규제 헌법소원’의 위헌 여부가 27일 결정된다.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하루 앞둔 26일,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은 예정된 선고 결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조안면은 병원·식당·마트 등 기본적 생활 인프라를 여전히 찾기 어려웠지만, 거리에 내건 상수원 규제 철폐 관련 현수막은 모두 제거된 상태다. 30년 넘게 어부 생활을 해온 임춘일씨는 “평생 북한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왔다. 봄엔 60일, 가을엔 45일 단속을 한다. 여름철에는 장마, 녹조로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다. 어민들이 먹고 살 수 있게 기존 규제를 완화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기준 조안면 주민통합위원장은 “환경과 사람의 공존을 고려하는 새로운 규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헌재가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했고, 장은호 상봉2리 이장은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는 수질을 보호한다는 공익 목적 아래 운영돼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기본권, 특히 재산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이 장기간 제한돼왔다. 공익과 지역의 삶이 균형을 이루는
수년간 찬반 논쟁이 이어진 사실적시 명예훼손 제도가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며 도마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폐지 검토를 지시하며 법무부와 여당이 관련 논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익적 목적의 폭로를 막는 악법이란 여론이 높은 반면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어 실제 폐지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관련 조항인 형법 제307조 1항 등의 폐지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장관에게 검토를 지시했고, 여당인 민주당도 법 개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관련 조항인 형법 제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경우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예외 규정이 있지만, 내부고발과 미투 등 부조리 폭로자에 대한 보복성 조치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다. 실제 자녀의 양육비 미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신상 등을 공개하는 시민단체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구 배드파더스)의 운영자인 구본창 대표는
용인 영동고속도로 마성터널 한가운데서 벌어진 대형 화재에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소방당국의 재빠른 초기 대응 덕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선제적 1단계 대응 발령부터 차량 통제를 통한 소방차량 도착, 인명 수색까지 재난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한 조력 등이 겹치면서 초기 진압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용인소방서 소속 이정용 소방위는 지난 16일 발생한 마성터널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구급대원 중 하나다. 오후 9시17분께 신고 접수 직후 빠른 기동이 가능한 소방·장비 차량인 생활안전차에는 이 소방위를 포함한 5명이 탑승했다. 용인 처인구 역북동의 용인소방서에서 마성터널 강릉 방향까지 14㎞ 거리를 아무리 재빨리 달려도 20분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 당시 발령된 선제 1단계 대응으로 인근 지역 소방서들도 투입돼 긴급 도로 통제에 나섰다. 차량 통제가 완료됐다는 무전에 생활안전차는 역주행할 수 있었고, 도착 거리와 시간을 절반 이상 줄였다. 10여분만에 도착한 현장에서 이 소방위는 가장 먼저 차량에 남겨져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을 수색했다. 출동 중 “버스와 충돌한 차량에 사람이 한 명 있다”는 무전을 받은 그는 터널 출구 쪽으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대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3년 가까이 책임을 회피하고 무심했던 정부의 태도가 전향된 데에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피해 참상을 알린 보도들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70명이 넘는 피해자들과의 국가배상 소송에서 정부는 줄곧 “책임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상소 포기 선언(8월6일자 1면 보도)으로 피해에 대한 책임을 공식 인정하게 됐다. 공식 사과와 특별법과 전국 단위의 지원 등 산적한 피해회복 과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6일 법무부에 따르면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피고인 정부와 경기도를 상대로 제기해 진행 중인 국가배상 소송은 총 42건으로, 1심 21건, 항소심 18건, 상고심 3건이다. 피해자와 유가족으로 구성된 해당 소송들의 원고는 총 377명이다. 정부는 2022년 12월 제기된 첫 국가배상 소송부터 최근까지 그동안 법원에 일관된 주장을 이어왔다. 선감학원 국가배상 관련 올해 선고된 3개의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피고 대한민국은 운영 주체가 대한민국이 아닌 경기도이고, 운영 사무가 경기도의 자치사무에 해당하며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가 구체적·개별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대한민국에 손해배상책
2년 만에 재추진되는 사망사고 건설사 명단공개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제기된다. 반복되는 사망사고 개선을 위해 사회적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노동계의 요구가 있는 반면 ‘망신주기’ 정책에 그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오며 부딪치는 상황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3일 ‘건설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건설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해당 건설사업자명과 건설공사명, 현장 소재지, 사망자 수 등을 정부가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건설사 명단공개의 법제화가 추진된 건 처음이다. 정책은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시작됐는데, 건설업계의 반발과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윤석열 정부인 2023년 4분기부터 중단됐다. 정책 중단 이후 대형 사망사고가 반복되면서 추진 여론이 높아졌고,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 구간의 교량 붕괴사고 직후인 지난 2월27일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국회가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약 2년 만에 정책이 부활하는 셈이다. 노동계에선 경각심 강화를 위해 명단공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 건설 사업들을 주로 수주하는 대기업의 경우 브랜
호우 특보가 발효 중인 경기도에서 붕괴로 인한 사망 사고 등 비 피해가 잇달아 발생했다. 1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16일 오후 4시 30분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폭우 관련 112신고 접수 건수는 총 118건이다. 구체적으로 도로침수 51건, 신호기 고장 22건, 교통불편 21건 등이다. 현재 누적 강수량은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평택 157㎜, 안산 135.5㎜, 화성 114.5㎜, 군포와 안성 109.5㎜ 등 도내 평균 80.2㎜이다. 평택, 화성, 안성 등 경기 남부 3개 시에 호우경보가, 이외 28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각각 발효된 상태이다. 시간당 41㎜의 비가 쏟아진 오산에서는 붕괴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6일 오후 7시 4분께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면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고가도로 아래 도로를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차량 운전자인 40대 남성이 사고 3시간 만인 오후 10시께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피해 차량은 무게 180t, 길이 40m, 높이 10m가량 콘크리트 구조물에 눌려 있다가 굴착기 등을 동원한 작업 끝에 수습이 됐다. 사고
용인 항타기 전도 사고가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 아파트 주민들과 사고 현장 사업관계자 간의 ‘거주지원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일 찾은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의 항타기 전도 사고 피해 아파트 현장. 전도되며 아파트를 때린 항타기는 공사장 바닥에 해체된 채 있지만, 그 옆 건물 꼭대기인 15층은 파손된 베란다가 검은색 천막으로 뒤덮인 채 임시 조치만 된 상태였다. 사고수습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해를 본 해당 아파트 건물의 60세대 중 절반 이상이 아직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전히 충격으로 인한 붕괴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호텔과 모텔 등의 숙소, 원룸의 월세 생활, 친인척 집에서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비대위는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업체를 선정하고, 조만간 자체 안전진단을 진행할 예정이다. 1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진단을 통해 안전을 충분히 확보한 후 60세대 모두 입주하겠다는 게 비대위의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5일 오후 10시 13분께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공사 현장에서 항타기가 해당 아파트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지면서 60세대 전원이 대피
경찰이 수사와 피해자 보호에 미흡한 점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한 화성 동탄 납치 살해 사건(5월29일자 1면 보도)처럼 긴 시간 동거 중인 관계에서 발생한 ‘보복살인’의 시도가 경기도에서 매년 반복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보복살인 대부분은 동탄 사건처럼 이미 수차례의 폭행에 노출되고 경찰 신고가 접수됐지만, 비극을 막을 수 없었다는 공통점이 드러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경인일보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올해까지 5년간 수원지법에서 동거 등 사실혼 관계 속 발생한 살인(4건) 및 살인미수(8건)에 대해 선고한 1심 12건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이 살인 및 살인미수 전에 폭행과 재물손괴 등의 ‘전조 범행’이 있었다. 지난 2023년 2월 살인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A씨는 사실혼 관계의 40대 여성을 살해했다. 3년 이상 오산에서 동거한 A씨는 사건 발생 한해 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던져 재물손괴죄로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다. 살인 범행 8개월 전 또다시 그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경찰에 잡혀 폭행죄로 입건되기도 했다. 마
불법 개조 사실을 모르고 ‘근린생활시설 빌라’(근생빌라)를 매입한 피해자들이 6년 이상 이행강제금 부과 등 고통에 방치된 가운데 관련 특별법이 발의돼 피해구제 가능성이 생겼다. 근생빌라에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피해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2018년 47명이 숨진 밀양 병원 화재가 계기다. 제천·밀양화재사건 이후 정부지침에 따라 소방당국은 화재안전특별조사팀을 꾸려 다중시설을 전수조사했다. 제천·밀양에서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만큼, 공공시설보다 취약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근생빌라의 불법 용도 변경이 적발됐다. 건축법상 근린생활시설은 상업용으로 허가받은 곳이라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주택으로 전용한 사례가 근생빌라다. 건축주는 확보해야 하는 주차면수를 줄이기 위해 1~2층을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은 뒤 주거용으로 전용한 뒤 분양해 왔다. 이런 사실을 적발한 행정당국은 화재안전특별조사 결과에 따라 건축법을 위반한 주거용 건축물에 원상복구 행정처분을 내렸다. 건축법 위반 사례는 성남시 중원구·수정구와 같이 근생빌라가 밀집한 구도심에 집중됐고 남양주시, 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