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老人)이라 부르지 마라, 우리는 선배다
저출산·고령화로 노인의 인구 비중과 사회적 역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어르신으로 통용되는 노인 세대의 호칭을 '선배시민'으로 전환하는 입법이 경기도의회를 통해 추진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의 축적된 사회 경력과 경험을 강조하고 '노인'이나 '어르신'이라는 용어에 담긴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자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청년 기준도 40세 전후로 확대되는 가운데 전국 최초로 추진되는 선배 조례가 노인 세대 담론과 기준 변화에 불을 지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인 인구 늘며 사회적 역할 확대
김미숙 의원 발의 조례안 입법예고
초고령사회 앞두고 광역단체 최초
28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선배시민 지원 조례안'을 지난 16일 입법예고했다. 조례는 65세 이상 노인을 '선배시민', 65세 미만을 '후배시민'으로 규정한다.
노인 계층이 단순히 보호받는 대상이 아닌 은퇴 후에도 사회 속에서 생산과 가치 활동을 이어가는 대상으로 인정받도록 인식을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경기도가 관련 교육과 연구, 사회적 인식개선 등 사업에 나서거나 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를 발의한 김 의원은 "선배시민 조례는 노인을 돌봄의 대상에서 사회의 주체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청년의 연령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65세는 아직 한창 사회생활을 이어갈 나이다. 조례가 통과될 경우 현재 도가 추진하는 어르신 사업들도 명칭, 내용 등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노인의 호칭은 고령화 진행 속도에 따라 전환됐고, 관련 제도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1990년대까지 노인은 대부분 정년을 채우고 은퇴한 후 재취업 보다는 쌓아놓은 자산을 바탕으로 여생을 살아가는 '늙은이'로 주로 불렸다.
2000년 한국이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호칭에 대한 인식 개선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노인 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늙은이란 호칭이 주는 무기력한 이미지 대신 존중되고 보호받는 존재로 부각돼야 한다는 요구가 늘면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본래 남의 아버지나 어머니를 높여 이르는 말인 '어르신'이 2000년대 초부터 행정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후 2008년부터 기초노령연금(현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노인 보편 소득보장·복지 제도들이 시행된 바 있다.
선배시민도 오는 2025년이면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고되면서 노인들의 직업, 일자리 교육과 재사회화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며 노인 학회와 복지계를 중심으로 거론됐다.
돌봄 아닌 생산 주체로 인식 변화
"인권·빈곤 등 거시적 해법 필요"
입법 추진이 전국 광역단체 중 경기도가 최초인 만큼, 전문가들은 후속 대책과 입법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어르신이란 호칭도 처음 보편화될 때는 남성 중심적 단어란 이유 등으로 적합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정착한 후에 존중 관련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며 "선배란 호칭 변화가 형식적 입법에 그치지 않으려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이 노인의 인권, 정년, 빈곤 등 여러 안고 있는 거시적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함께 구상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