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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돈 받긴 틀렸다" 한계 도달한 전세사기 피해자들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700명 달해…최근 극단적 선택하기도
피해대책위원회 출범 "실질적 도움되는 구제 방안 마련해야"

"돈 받기는 틀렸다."

최근 대전 동구 인근에서 전 재산이나 다름없던 전세보증금 8000만 원을 떼일 위기에 처한 4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중구 선화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거주하던 이 남성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마지막임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집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망 당일 아침에도 다른 피해 세입자들에게 "돈 받기는 틀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건물의 임대인은 미국으로 도피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가 심상치 않다. 전세사기 사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른 지 1년이 돼가지만 여전히 지역 곳곳에서 피해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지자체 등 유관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경찰에 신고된 지역 전세사기 건수는 모두 92건이다. 피의자는 238명, 피해자는 695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가운데 42건에 대해 98명(38건)을 구속 송치하고, 28명(5건)은 불송치했다. 나머지 50건(피의자 112명)은 현재 수사 중이다.
경찰은 최근 대덕구 일대에서 다가구주택을 10채 이상 운영하며 50명이 넘는 임차인들로부터 선순위 보증금 액수를 속이는 등 방식으로 100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바지사장과 건축주, 부동산 중개업자 등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인지도가 있는 전 프로야구 선수 출신 A 씨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보다 쉽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20·30대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40억 원대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임대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 없이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전세금을 속여 뺏는 이른바 '깡통전세' 수법을 이용한 것. 이들은 앞서 서구 가장동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러 총 52명에게 약 44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전세사기 피해 사실이 끊임없이 밝혀지면서 피해자들은 실효성 있는 구제책이 마련되지 않은 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됐지만 담당자들마저 관련 업무에 대해 정확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인증서를 발급받은 한 피해자는 "무이자 대출을 신청하려고 시에 물어보니 제대로 받은 지침이 없다고 했다"며 "은행에서도 확실하게 내려온 지시 사항이 없다며 책임 전가를 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 억장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 속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정부와 지자체에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대책위는 이날 대전시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와 각 지자체, 정부기관은 대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 제대로 된 행동에 나설 것인가"라며 "전세사기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다. 정부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창식 대책위원장은 "지금 대다수 피해자들은 전 재산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진 상태"라며 "앞으로 대책위 일동은 대전지역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표해 시와 각 자치구, 정부 기관에 전세 피해 실태를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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