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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폭우가 할퀴고 간 충청권… '트라우마' 호소하는 시민들

충청권, 이번 호우로 22명 사망·16명 부상
주말 비 예보에 "재해 반복될까 두려워"

 

 역대급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충청권 주민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주말 또다시 장맛비가 예보되면서 침수, 산사태 등 재해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차도 등 폐쇄 공간에 두려움을 느끼며 일상생활에 차질을 빚고 있다.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 기준 전국적으로 총 46명이다. 실종자는 4명, 부상자는 35명이다. 대전과 세종, 충남·북 등 충청권에서는 충북 17명, 충남 4명, 세종 1명 등 모두 22명이 숨졌다. 부상자는 충북 14명, 충남 2명 등 16명이다. 주택 침수와 산사태 등 피해를 입은 이재민은 전국 15개 시도 111개 시군구에서 1만 601가구 1만 6514명이다. 이 가운데 5302가구 7843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친척집이나 경로당, 마을회관, 학교 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폭우가 할퀴고 간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비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오는 22일 오전부터 남부지역에서 비가 시작돼 오후에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충청권은 오는 26일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수해 복구작업을 진행 중인 이재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군인과 자원봉사자 등을 총동원해 작업 중이나, 주말 전까지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 옥룡동 주민 김모(70대) 씨는 "지금 한창 복구작업 중인데 쉽지가 않다. 비가 더 이상 오지 않는다면 지금 이 속도로 작업을 해도 괜찮겠지만,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하니 더 빨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비 소식을 들은 이후 밤에 잠도 못 자고 있다. 하늘이 원망스러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산 바로 아래나 하천변에 거주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가 예보된 이번 주말 내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전 갑천변 인근 주민은 "이번 집중호우 때 갑천 수위가 엄청난 속도로 높아지는 것을 보고 온 가족이 불안해했다"면서 "비가 또 온다는데 이번에는 아예 집을 비워야 하나 생각 중이다. 제발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떠올리며 지하차도나 지하주차장 등 폐쇄 공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재해 발생 시 빠져나오기 힘들거나 안전장치가 확보되기 쉽지 않은 공간 등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를 느끼는 것이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31) 씨는 "출·퇴근길에 매번 지하차도를 지나다녔는데, 오송 사고 이후부터는 왠지 기분이 이상하고 무섭기도 해 돌아가고 있다. 이번 (오송) 사고도 그렇고, 지하주차장이나 반지하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나지 않았나"라며 "아무도 내 안전을 책임져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요즘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예견된 인재'에 희생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