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가 지역경제를 불황의 늪으로 이끌고 있다. 물가가 둔화한다는 정부 평가와 달리 소비자 체감물가는 여전히 매섭다. 대출금리 또한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에 7%대를 넘보고 있다. 여기에 치솟는 원·달러 환율은 원자재 값을 밀어 올리면서 여력이 없는 지역 중소기업을 전방위로 옥죄는 요인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100)으로 1년 전보다 4.8%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에 정부는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공공요금과 생필품 등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소비자 체감은 크지 않다.
같은 기간 전기·가스·수도는 28.4% 올라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폭을 갈아치웠고, 가공식품 상승률도 10.4%로 13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외식물가지수도 1년 새 7.5% 올랐다. 서민들 사이에서 "외식하기 겁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 2월 대전지역 주요 외식품목 8개 중 비빔밥을 제외한 7개 품목이 전년동월대비 모두 인상됐다. 지역 평균 칼국수 가격은 7700원으로, 6400원이었던 1년 전보다 20.3% 뛰었다. 김치찌개백반(13.0%)과 삼계탕(9.1%), 짜장면(8.6%) 등도 뒤를 이었다.
은행권 대출금리도 반등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자 긴축 기조를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일(현지시각) "(필요 시)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며 빅스텝(0.5%포인트)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41-6.52% 수준이다. 한 달 전(연 4.13-6.64%)보다 하단이 0.28%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5.42-6.45%로 한 달 새 하단이 0.27%포인트, 상단이 0.14%포인트씩 올랐다.
이처럼 물가 인상과 겹친 금리 상승은 소비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이날 발간한 'BOK이슈노트: 국별 비교를 통한 소비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에서 "우리나라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부담이 크고, 부동산 경기의 부진 정도도 심해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올해 민간소비 증가세는 전년에 비해 상당폭 둔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같은 날 발간한 '3월 경제동향'에서 금리 인상 영향으로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KDI는 "소비는 소매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가 약화하는 등 점차 둔화하고 있다"며 "고금리 기조에 따른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건설투자도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도 하루 만에 20원 이상 뛴 1321.4원에 마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한 영향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7.8원에 오른 1317.2원에 출발, 장중 상승폭을 확대해 1320원을 넘어섰다.
이미 원자재 값 상승 등 영향으로 부진한 업황을 보였던 지역 중소기업들에게 이 같은 환율 인상은 사업 비용을 늘게 하는 악순환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은 대부분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하기에 고환율로 원자재 값이 오를수록 전망은 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대전은 특히 중소 제조업이 많은 지역 특성상 이 같은 흐름에 더 취약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현재 상황에선 정책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 인상이 멈추고 물가 상승세가 둔화돼야 서서히 소비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며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소비 활성화 정책 등을 펼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