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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피해보상금의 향방

허베이조합, 기금 2024억원 중 인건비 100억 사용, 사업비는 64억 집행 불과
조합 내부 갈등으로 진통…피해민 불신 팽배, 해양수산부 향해 분노 터뜨려
감사원, 최근 해수부 감사 "조합 감독 강화" 강력 권고…해수부 행보 주목

 

2007년 발생한 태안 기름 유출사고와 관련, 피해 지역을 돕기 위해 마련된 피해보상금(발전 기금) 1800억 원이 5년째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기금운용 명목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이 내홍을 겪으며 파행을 거듭하자, 지역민들은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 미흡을 지적하며 해양수산부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감사원은 이 같은 해수부에 대해 감사를 진행, '조합운영체계 구성 지연 관리·감독 소홀' 등을 밝히며, 조합 운영의 정상화와 기금 집행을 강력 권고했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크레인을 실은 부선과 중국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해 원유 1만900t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충남을 포함해 전남·북 해안가 약 3만4703㏊가 오염됐으며, 어업민들은 물론 지역 경제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삼성은 배상금과 별도로 피해지역 발전 기금 2900억 원을 내놨고, 이를 수탁·운영하기 위해 충남 태안·서산·당진·서천의 피해주민단체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허베이조합, 4개 지부 1만4504명)'을, 군산·신안 등 피해주민단체는 '재단법인 서해안연합회'를 만들었다. 2018년 허베이조합은 삼성으로부터 약 2024억 원(이자 포함)을 배분받았으며, 해양수산부 감독하에 오는 2028년까지 1809억 원(인건비·운영비 제외)을 장학사업과 어장 환경 복원, 주민 복지 등에 쓰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조합 대의원 선출 기준을 둘러싼 분쟁에 의해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총회 구성이 지연되면서 허베이조합은 정상적인 조직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됐다. 특히 이사장이 지부장 동의 없이 각 지부의 사업자등록증 명의를 지부장에서 이사장으로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부와 지부 간 갈등양상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결국 조합 대의원들은 대의원총회를 열어 이사장을 해임했고, 몇 번의 법적 다툼 끝에 현재는 이사장이 제기한 총회결의무효확인 청구의 소 본안소송 패소 관련 항소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조합 내부 갈등은 사업 진행의 차질로 이어졌다. 허베이조합이 기금을 운영한 지 3년이 지난 2021년 말 기준 사업비 집행 실적(누적)은 총 64억7000만 원으로 집행률이 3.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때까지 조합 간부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쓰인 금액은 100억 원에 달했다.

허베이조합 관계자는 "대의원총회 개최도 쉽지 않고, 법적 다툼으로 내부 갈등이 심화되면서 관련 사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내부적으로도 소모적인 싸움을 멈추고 조합 설립 취지를 되새기며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지역 주민들은 조합의 기나긴 내부갈등에 피로감을 호소하다 못해 조합의 존재 자체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미 조합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충남 태안군 피해민 단체 소속 주민은 "조합에서 마스크 나눠주는 게 피해민 복지라고 볼 수 있나. 그것마저도 주민등록등본 초본을 떼어 와야 받을 수 있다는데 80대 노인들이 가당키나 하겠는가"라며 "지역 발전 기금을 조합 임직원 인건비로 다 사용하는 게 말이 안 된다. 허베이조합 설립인가를 취소하고 기금을 회수해 태안군이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의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했어야 할 해수부를 향한 분노도 터뜨리고 있다.

태안지역 피해민들은 2021년 감사원에 해수부가 위법·부당한 조합운영 및 사업추진을 방치하고 있다며 국민감사청구를 제기했다. 감사원은 해수부가 협동조합 기본법 등에 따라 허베이조합의 운영·사업에 대해 관리·감독권이 있음에도 실효성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조합이 제출한 사업계획의 적정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부 역할과 권한이 제한돼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피해민들의 원성은 잦아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 설립인가취소'라는 강력한 키를 쥐고 있는 해수부가 감사원·피해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합 운영 정상화를 위해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