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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호남, 인구 유출에 유권자 감소·정치력 약화

중진 키우고 신진 발굴 … 미래 열어야
사라지는 지방 막을 수 없나
<5> 호남 정치의 쇠락
내년 총선 지역구 2석 감소 전망
지역·세대 아우르는 리더십 시급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 소멸의 흐름은 점차 변방으로 밀리고 있는 호남 정치의 쇠락과 괘를 함께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 유출은 유권자 규모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호남 정치의 영향력 약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의 노골적 차별과 5·18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한 호남 민심의 결집에 힘입어 호남 정치권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잇달아 창출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호남 정치권은 두 차례의 정권 창출에도 지역적 낙후 극복에 한계를 보임은 물론 정치적 비전 확보 및 신진 육성 등에 소홀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호남은 경부(서울~부산)축을 근간으로 하는 산업화 과정의 영향으로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지역민이 대거 이동, 인구수가 크게 줄며 정치·사회·경제 등의 근간이 크게 약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60년 호남 인구는 594만8000여 명으로 총 인구(2천498만9000명) 대비 23.8%를 차지했다. 수도권(519만3000명)은 20.7%, 영남(803만명) 32%, 충청(389만7000명) 15.5% 등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 1월말 현재 호남 인구(광주 142만9000·전남 181만6000·전북 176만8000명)는 501만 여명에 불과, 총 인구(5143만명)의 9.7%에 불과했다. 1960년에 비해 오히려 인구수가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 인구(서울 942만4000·경기 1359만6000·인천 296만9000명)는 2598만9000 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50.5%)을 넘어섰다.
 

타 지역에 비해 경제적 기반이 탄탄한 영남(부·울·경 770만, 대구·경북 495만)은 1265만 여명으로 총인구의 25%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과 접근성이 강한 충청권 인구도 554만 명(10.7%)으로 호남을 넘어섰다. 수도권의 인구 폭발과 타 지역의 비교적 완만한 인구 비율 감소는 호남의 지방 소멸 위기가 더 크고 심각하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호남의 인구 유출은 유권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당장, 내년에 치러질 22대 총선에서 호남의 국회의원 지역구는 전남 1석, 전북 1석 등 적어도 2석 정도가 감소할 전망이다. 이 경우, 호남 의석수는 28석에서 26석(광주 8, 전남 9, 전북 9)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수도권(서울 49·경기 59·인천13)은 111석에서 2~3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남은 부울경(부산 18·울산 6·경남 16)이 40석, 대구·경북은 25석에 이른다. 대구·경북에서 1석이 줄어든다고 해도 영남의 의석수는 64석에 이른다. 충청권(대전 7, 세종 2, 충남 11, 충북 8)도 28석으로 호남보다 의석수가 더 많게 된다.

이로 인해 호남 정치권은 점차 정치적 변방으로 밀리고 있다. 호남이라는 지역 프레임을 극복할 리더십과 시대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호남에서의 민주당 독점 구도는 지역 정치권의 퇴행을 부르고 있다.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을 형성하며 기득권 체제 구축과 줄서기 정치 문화를 만들어내며 호남 정치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10년 이상 표류하고 있는 군 공항 이전 문제, 전남지역 의과대학 설립을 둘러싼 소지역적 갈등, 안정적 지역구 확보를 위한 광주의 행정구역 개편 지연 등은 광주·전남 정치권의 무능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21대 국회 들어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호남 최고위원 주자들이 단 한명도 지도부에 진출하지 못한 것도 호남 정치권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호남 정치권의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 광주와 전남 정치권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전북이 특별자치도 체제로 전환되면서 광주·전남과 전북 간의 심리적 거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변화되는 사회적 가치로 ‘호남’이라는 지역적 동질감이 약해지면서 전국 호남 향우들의 정치적 결집력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이 같은 호남 정치권의 쇠락은 민심의 신뢰 저하와 물갈이로 이어지고, 정치적 역량 약화가 반복되는 ‘빈곤의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진보 진영의 심장이었던 호남을 진보 진영의 정치적 상수에서 변수로 전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결국 호남 정치권이 각성, 소통과 결집을 토대로 지역과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적 기득권의 틀을 넘어 정권 창출의 길을 주도적으로 열어, 새로운 지방시대를 여는 비전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 소멸을 막지 않고는 호남의 미래도, 호남 정치의 활로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호남 민심도 차기 총선을 앞두고 선택과 집중의 강한 결집력으로 중진을 키우고 신진을 발탁, 미래를 열어가는 집단 지성의 발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