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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광주·전남, 경험 못한 복합경제위기 오나

유례 없는 자산가치 폭락
집값·부동산 투자 수익률 ↓
상장사 시총 2조5000억 증발
민간 소비 위축 이어져
자영업 비중 높은 지역경제 충격

 

#.광주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조모(43)씨는 5년 전 광주에 2층짜리 상가 건물을 구입했다. 건물을 담보로 신용대출까지 껴서 건물을 매입할 때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매달 들어오는 임대료로 충분히 대출금을 갚을 수 있었기에 과감히 투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상가 임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대료는 낮아져 수익률은 떨어진 데다, 장기간 공실이 발생해 본인 월급으로 이자 갚기도 벅찬 실정이다.
 

#.회사원 이모(40)씨는 3개월 전 분양받은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결혼 후 5년간 18평대 임대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보냈던 그는 30평대로 이사를 하며 꿈에 부풀었다. 새 아파트 분양가는 4억5000만원대로 대부분 대출로 구매했지만 집값이 7억원까지 올랐기에 여유자금까지 대출을 받아 집을 꾸몄다. ‘내 집 마련’의 달콤함도 잠시 7억원을 넘나들던 집값은 분양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6%대의 금리로 상환 압박은 심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집값이 올랐다는 생각에 마음에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우울감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불황이 이어지면서 광주·전남지역 상가 공실이 늘어나고 투자수익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주택거래 감소로 집값은 연일 하락하고, 주식시장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지역민들의 자산가치 손실이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치의 하락은 민간 소비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영업 비중이 큰 지역경제에 극심한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2022년 4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광주는 구도심 공동화로 인한 인구 유출이 계속되고 정주인구 고령화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로 모든 상가 유형에서 임대가격지수가 하락했다.

광주의 오피스 사무실 임대료는 ㎡당 5500원으로, 전년 대비 0.74% 하락했다. 임대료 역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2위 수준이다. 중대형 상가도 ㎡당 2만700원으로 전년보다 0.62% 하락했고, 소규모 상가는 ㎡당 1만6100원으로 1.08%나 떨어졌다.

전남지역 상황도 만만치 않다. 전남의 오피스 임대료는 ㎡당 4700원으로 0.89% 떨어지면서 충북과 전북(4300원)에 이어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중대형 상가도 전년보다 0.70% 떨어진 1만1600원, 소규모 상가는 0.72% 하락한 9700원에 머물렀다.

그동안 상업용부동산의 연간 투자수익률은 5~6%대로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높은 편이었지만, 금리와 물가상승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감소하는 등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광주와 전남의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각각 4.75%, 4.01%에 불과해 전국 평균(6.70%)를 크게 밑돌았다. 중대형과 소규모 상가의 수익률도 광주가 5.41%와 4.99%로, 전남은 4.62%와 4.59%였다. 전국 평균 투자수익률(5.54%, 5.0%)을 밑돌며 17개 시·도 중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산가치의 하락은 상업용 부동산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의 ‘2023년 1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0.2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남은 0.46%나 떨어졌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광주·전남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1.38%, 1.48%씩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여기에 고강도 긴축과 금리인상 여파로 코스피 지수는 2900선에서 작년 말 작년 말 2200선까지 폭락했다. 광주·전남 코스피 16개사와 코스닥 20개사의 시가총액도 2021년 23조원 대에서 지난해 말 20조5000억원 대로 2조5000억원이 증발했다.

유례없는 부동산 및 주식시장의 불황으로 전체적인 자산가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향후 주택가격 하락은 물론 상업용부동산의 수익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자산가치 손실 규모는 점차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고, 물가가 올라 소득 대비 지출이 커지는 등 실질소득은 줄면서 서민들의 소비 또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남은 지난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40.3%에 달했고, 광주는 5명 중 1명 꼴인 19.1%를 기록했다. 지역 특성상 자영업 비중이 큰 탓에 소비 감소로 인한 이들의 피해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진석 (주)한국창업컨설팅 대표이사는 “소비가 위축되면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가는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줄어드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내몰리는 것은 물론, 이들이 고용한 일용직도 감소할 것”이라며 “소비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 중소기업 역시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빚에 금리 인상 부담으로 자영업자·중소기업이 위기에 내몰리면 지역경제가 큰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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