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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나무의 묵직한 울림 담은 사진들…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나무의 공명’

2월 19일까지…사진가 고(故) 김중만, 김대수, 김신욱, 이정록 참여

 

수억년 전부터 지구를 지켜온 나무는 하늘을 이고 가만히 제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듯 하지만 숨을 쉬고 새 생명을 만들고,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며, 병들고 죽는다. 어찌보면 나무의 삶도 인간의 삶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고요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인간과 닮은 나무의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사진전 '나무의 공명'(The Resonance of Trees)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 5층)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제6회 '포토 브뤼셀 페스티벌'의 하나로 주벨기에한국문화원에서 처음 선보였던 전시다. 나무에 대한 고유한 감성과 시각을 지닌 4명의 사진작가 고(故) 김중만, 김대수, 김신욱, 이정록이 참여한다.

 

김중만 작가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도심 속 거리에 우뚝 선 나무들을 담았다. 외로운 자신과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는 나무들을 찍는 작업을 그는 10여 년간 이어왔다.

 

한지에 흑백으로 인쇄된 나무들은 세찬 바람에 흩날리고, 때로는 고독과 침묵 속에 우리를 응시한다. 살고자 하는 절박한 열망 때문일까. 홀로 선 나무들은 슬픔 대신 강인한 에너지를 전한다.

 

 

김대수 작가는 오랜 시간 대나무에 집중해왔다. 휘어짐이 없는 모습은 한결같이 곧은 정신을, 빈 속은 세상 일에 얽매이지 않는 비운 마음을 상징한다. 작가는 특정한 곳에 초점을 맞추거나 원근으로 강조하지 않고, 모든 대상들을 온전히 담으며 오랜 세월 뿌리 깊게 전해내려온 선비 정신을 표현한다.

 

이정록, 김신욱 작가의 작품에서는 빛을 활용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정록 작가는 홀로 우뚝 선 나무 한그루와 나무를 감싸는 신비한 빛을 통해,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담은 나무의 숭고한 느낌을 나타낸다.

 

김신욱 작가 역시 어두운 밤, 빛으로 모습을 드러낸 나무의 강인함을 'The Night Watch' 시리즈로 선보인다. 젊은 시절 야간 경계근무를 하다 큰 나무에 걸려 넘어진 그는 나무를 사람으로 착각하는 환영을 경험하고, 이후 그 기억을 살려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들이 담아낸 나무의 다양한 모습은 그것이 주는 묵직한 울림을 사유하게 만든다. 전시를 감상하는 내내 작가들이 찾아낸 나무의 기운과 에너지, 생명력과 숭고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는 "어쩌면 나무는 우리에게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있었을지도 모른다. 살기 바빠 둔해진 인간의 감각이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뿐. 이번 전시는 그동안 나무가 들려주고 싶었던 깊은 공명이 담겨있다. 그것을 통해 잠시라도 위안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053-766-3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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