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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서민들에 더 가혹한 ‘난방비 폭탄’

광주·전남 역대급 강추위 속
난방비 50% 이상 폭등
“관리비 고지서 보기 무섭다” 아우성
저소득층·독거노인도 힘겨운 삶

 

 #. 회사원 정모(53)씨는 올 겨울 1월 들어 일주일에 두 번씩 부모님 댁을 방문한다. 초겨울 4만원 정도 나왔던 가스비가 이번 달에는 배가 많은 8만원이나 나왔다며, 보일러 가동 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거실 바닥이 양말을 신고도 차가워서 혹시나 팔순 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갈 때마다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있다.

#. 네 가족이 함께 사는 김모(46)씨는 할머니가 실내 온도를 영상 22도로 설정해 둔 탓에, 실내에서도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개의 방에서 모두 전열기를 사용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난방 때문에 온수매트나 전기장판을 쓰는 시간이 많은 까닭에 8만원 냈던 전기세가 이번에는 50% 더 많은 12만원이 나왔다.
 

연일 역대급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주민과 주부들 사이에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난방비가 50% 이상 폭등함은 물론 전기세를 포함한 전체적인 관리비도 크게 뛰었다는 것이다.

난방비 급등에 화들짝 놀란 서민들은 대부분 실내 온도를 낮추는 대신 거실에서도 두터운 옷을 입는 등 ‘열에너지 비용’ 절감 모드에 돌입했으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가스공급사의 난방비 고지 문자나 전기세 등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공유하면서 에너지 비용 절감 아이디어를 구하는 내용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설 연휴 기간 민심을 건드린 이번 달 도시가스요금 고지서는 가스 사용기간(검침)이 아파트마다 차이가 있어 지난 12월 한 달치이거나 12월초~올 1월초 사이의 1개월 사용량인 까닭에, 혹한의 날씨가 잦은 현재 1월의 가스 사용량은 더욱 많을 수밖에 없어 다음 달 난방비는 이번 달보다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25일 통계청의 지난 달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기·수도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3.2% 올랐으며, 특히 도시가스는 36.2%나 상승했다. 하지만 각 가정에서의 체감 난방비 상승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최소 50%에서 100%에 달한 실정이다. 주부들은 가스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사용했거나 심지어 사용량을 절감했는데도 불구하고, 가스요금 인상률이 지나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추운 날씨가 상당 기간 남은 시점에서, 한부모가정이나 독거노인 등의 저소득층 및 서민들은 기본 음식·식량비, 의료비 지출을 제외하면 당장 줄일 데가 난방비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겨울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부족한 난방으로 인한 감기, 폐렴 등 건강 저하는 물론 가스비 절약을 위한 장기간 온열기구 사용에 따른 화상이나 화재 위험까지 높아지는 실정이다.

광주시 북구 일곡동 48평형 아파트에 사는 주부 고모(50)씨는 지난달 16만원이 나왔던 난방비가 이번달(12월4일~1월3일 사용량)에는 60% 이상 증가한 26만원이나 나왔다. 추운 날이 많아 보일러를 자주 틀었던 이달 초·중순을 감안하면 다음 달 난방비는 무조건 30만원을 넘을 것이 확실해, 일단 급한대로 평상시 24~25도 맞춰 놓은 실내온도를 21도로 낮췄다. 거실에서는 가디건을 걸치고, 양말도 신은 채 생활하고 있다.

부부와 자녀 둘이 함께 광주시 서구 33평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오모(45)씨는 지난달 6만2000원의 난방비가 나온 직후, 나름 절약한다고 노력했으나 이번 달에는 100% 넘은 12만8000원이 적힌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답답함을 못 견디는 어머니 탓에 평소 난방을 약하게 하는 대신 실내에서 따뜻하게 옷을 입고 지내는 정모(53)씨는 30평 아파트에 2명이 살며 지난달 3만원의 난방비를 납부했으나 이번 달에는 배로 오른 6만원을 송금했다.

광주 광산구 수완동 33평형 아파트의 송모(58)씨는 난방비·가스비 등을 포함한 총 아파트 관리비를 지난 10월 27만9000원(전년 10월 25만7800원), 11월 30만6950원(27만7460원), 12월에는 37만3600원(30만7050원)을 냈다. 10월과 11월에은 아파트관리비가 전년보다 10% 정도 늘었으나, 12월에는 전년 대비 32%나 뛰었다.

애초 에너지 절감에 체계적으로 대비해 폭탄을 면한 가정도 있다. 33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공모(57)씨는 평소 관리비 가운데 난방비 비중이 너무 큰 점을 감안, 12월부터 실내온도를 낮추고 집에서도 겨울용 운동복이나 양말 및 실내화를 신는 등 에너지 절감에 신경을 써 그나마 작은 성과라도 거뒀다. 전달에 12만원이었던 난방비가 이달 2만원이 오른 14만원에 그친 것이다.

광주시의 한 사회복지 공무원은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들은 생활비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가스비가 급격히 오르면 뻔한 경제 상황에 우선 난방부터 줄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독거노인들은 난방을 줄이면 감기에 걸리기 쉽고, 난방 대신 전기방판 같은 온열기구를 장시간 사용하기 때문에 열로 인한 화상을 입거나 누전 등으로 인한 화재 위험도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