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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평생 굴 까서 산 게 불법?… 우짜노 이게 우리 삶인데”

[진해 안골 ‘굴막’ 못 떠나는 주민들]
조류 소통 원활한 굴주산지 안골 마을주민 겨울마다 굴 팔아 생계
부산신항 공사 이후 어업권 소멸 삶 힘든 주민 자연스레 굴막 형성

“우리가 평생 배운 게 있나 돈이 있나 그냥 했던게 굴 까는거니께 그래서 계속 굴 깠지. 근데 갑자기 불법이라네. 그래도 우짜노 이게 우리 삶인데.”

 

창원 진해구 안골마을 ‘굴막’에서 20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는 김모(75)씨가 던지듯 말했다. 굴을 얼마나 다뤘냐는 물음에 “평생”이라고 답한 그가 장갑을 벗어 손을 보였다. 주름진 오른손 손가락 끝 마디가 안쪽으로 휘어져 있었다.

 

 

안골마을 주민들은 겨울이면 굴을 팔아왔다. 원형으로 움폭 들어간 모양을 가진 진해 안골만은 조류소통이 원활하고 만이 깊어 굴주산지로 알려졌다. 바다에 바위를 던지거나 가지치기 한 나무통을 수심이 얕은 바다에 들여놓으면 그곳에서 굴 유생이 붙어 자라났다. 어민들은 봄, 여름, 가을에는 물고기를 잡다가 겨울만 되면 굴을 따러 물가로 나왔었다. 김씨가 어린 날을 회상했다.

 

“어릴 때는 굴에 구멍을 뚫고 그사이에 줄을 꾀면 어른들이 우리 테레비 보게 해주고 그랬지. 온 동네 사람들이 어민이었고 굴 다루는 재주가 있었다.”

 

안골마을의 환경이 변한 것은 1998년도, 부산신항만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다. 공사 이후 안골마을 사람들의 어업권도 소멸돼버렸다. 선이창(60) 안골마을 통장은 “정부에서 보상금을 줬지만 그게 직장인 퇴직금처럼 많은 것도 아니고 1~2년 수익을 몰아서 준 게 다였다”며 “삶이 팍팍한 어민들은 굴을 씻고 다듬고 그렇게 살았다 보니 다시 그 업을 찾았고 자연스럽게 굴막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 아침 안골 바다를 나가는 대신 고성과 통영 등지에서 굴을 사와 파는 방식을 선택했다. 난장처럼 바닥에 앉아 한겨울 굴을 까던 장소가 점점 커져서 하나의 상권처럼 만들어졌다. 입소문을 타면서 ‘안골 굴막’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2003년 즈음이다.

 

어업권이 소멸된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계속해서 굴을 깐다. 천막 하나당 평균적으로 7~8명의 마을 사람들이 일을 하는데, 천막이 28개 있으니 ‘안골 굴막’에 최소 190여명이 생계를 기대고 있는 셈이다. 안골마을에는 4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러다가 2018년, 이들은 공유수면관리법 등 위반으로 경찰에 조사를 받고 벌금형을 받게 됐다. 어민들은 그로부터 매년 적으면 200에서 많으면 400여만원의 벌금을 내고 있다. 선 통장은 “국가가 어민들의 어업권을 소멸시켰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들이 다시 굴막을 차리게 된 것”이라며 “그런데 불법이라고 몰아세운다.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다 내주고 이제는 범법자까지 됐다”고 토로했다.

 

굴막 상인들은 그럼에도 떠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상인인 주모(61)씨는 “평생을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합법적으로 굴막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싶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주씨는 “안골마을의 명소가 된 굴막을 창원시가 이용해줬으면 한다”며 “관리비든 대여료든 돈을 지불하면서 정당하게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마을 사람들은 안골 굴막이 정식적인 특화상권이 된다면 굴 껍데기 등 부산물로 인한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 선 통장은 “고성과 통영, 거제, 여수 등 굴이 유명한 곳은 굴 껍데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굴막이 양지화된다면 지자체 관리 아래 영업을 하게 될 것이고 상인들도 부산물 처리에 신중해질 것이며 굴 껍데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 등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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