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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대전 현대아울렛 참사 한 달…"어느 해보다 쓸쓸한 가을"

사실상 무기한 휴업에 손님 발길 '뚝'…인근 상권도 매출 타격

 

"그 여느 때보다 쓸쓸한 가을입니다. 그날로부터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아요…"

24일 오전 10시쯤 방문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여가 지났건만 화마가 할퀴고 간 상흔은 여실히 남아있었다.

건물마다 거뭇하게 남겨진 그을음은 육중하게 버티고 선 가벽 탓에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다만 공기 중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매캐한 냄새만이 그날의 참사를 소리 없이 증언할 뿐이었다.

지난달 26일 오전 7시 45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발생한 화재는 건물 외벽과 지하 주차장을 새카맣게 다 태워버린 뒤 7시 15분 만인 오후 3시쯤에야 진화됐다.

인근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당시 급박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그는 "오전 8시쯤 출근을 하던 길에 하늘에서 검은 버섯구름이 뭉게뭉게 솟구치는 것을 목격했다"며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줄 알았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도 어느 새 가을이 내려앉았다.

영업장은 문을 닫았고,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겨버렸다. 화재 현장에는 버석거리는 낙엽만이 굴러다녔다.

가벽 뒤에서 금속성 물질이 뚱땅거리며 부딪히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려왔다. 화재로 무너진 건물을 한창 복구하는 중이었다. 몇몇 인부들이 그 앞을 분주하게 지나다녔다.

현장에서 쇠파이프 등을 나르던 인부 B씨는 "밖으로 시끄러운 소리가 새어 나가고 먼지가 나니까 가벽을 세우고 복구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가벽을 세운 지는 2주 정도가 됐고, 언제 끝날진 모르겠지만 아마 겨우내 공사를 계속 할 듯 싶다"고 전했다.

매캐한 화마를 뱉어내던 지하 주차장 출입구 앞은 원천 봉쇄된 상태였다. '수사중 출입금지'라고 적힌 질서유지선 뒤엔 섬뜩할 정도로 까만 적막만이 감돌았다.

지하 주차장 출입구를 지키던 도급사 직원 C씨는 "오전 8시 30부터 12시간 내내 이 앞을 지키고 서 있다"며 "언제쯤 피해가 복구되고 화재 원인이 밝혀질진 오리무중"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상인들 역시 힘겨운 계절을 나고 있었다.

특히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상권에서 영업을 하던 상인들의 매출 타격이 심각한 상태였다.

근처에서 옷 수선집을 운영하는 D씨는 "대다수의 손님들이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구매한 옷을 맡기러 오는 곳"이라며 "사실상 상점들이 무기한 휴업이 들어간 만큼 가게 매출도 덩달아 뚝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한식당을 경영하는 E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엔 식당가가 존재하지만 주말 같은 경우엔 손님들이 우리 같은 외부 식당으로 어느 정도 유입됐다"며 "화재 이후엔 시간이 멈춰버린 듯하다"고 탄식했다.

일부 상인들은 식당 앞에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그들의 입에선 안타까운 푸념들이 흘러나왔다. 이 중 한 상인은 "어려운 계절이 찾아왔다"고 중얼거리더니 이내 자리를 옮겼다. 떠난 상인의 어깨 넘어 텅 빈 거리가 을씨년스러웠다. 참사의 현장은 그렇게 가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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