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리트마이어 초대전 'Existence-Korea'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팔조(대구 수성구 용학로 145-3 4층) 전시장은 미처 빠지지 않은 유화 물감 냄새가 가득했다.
네덜란드 출신 작가 르네 리트마이어는 그가 만난 인물, 그가 방문한 지역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을 작품에 담아왔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독일, 캐나다, 프랑스, 아일랜드, 미국 등 수많은 나라에서 장기 체류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은 그의 시그니처 작업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달 초 한국을 찾았다. 한국 방문은 물론, 전시도 처음이다. 2~3주간 서울과 대구에 머물며 경험한 도시의 주관적인 느낌을 대형 캔버스에 옮겼는데, 모두 갤러리에서 그려냈다.
서울을 주제로 한 그림들의 색감이 강렬한 데 비해, 대구를 주제로 한 그의 그림은 대체로 채도가 낮다. 리트마이어는 "대구가 계획적이고 잘 만들어진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도 부드럽고 차분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한편으로 숙소 근처에서는 역동성과 활기도 느꼈는데, 겹겹이 쌓인 색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그곳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흡수해 작품으로 나타낸다. 머무는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 그때 받은 영향을 즉석에서 표현하는 것이다. 한국을 다시 찾았을 때 다른 느낌을 받게된다면, 또 작품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의 작품은 두 개의 색이 분할된 형태다. 어떤 작품은 가로선이, 어떤 작품은 세로선으로 나눠져있다. 그는 "사실 선은 중요하지 않다. 전시장에는 내가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전시해놓은 것이고, 어떤 식으로 걸어도 상관 없다. 내가 보는 관점에 따라 작품을 90도, 혹은 180도 돌려도 된다"고 귀띔했다.
기존에 리트마이어의 대표 작품은 박스(Boxes) 시리즈다. 콘크리트, 나무, 유리, 금속 등으로 만든 입체 상자의 5개 면을 색칠해 벽이나 바닥에 여러개 설치한다. 미니멀리즘적인 접근인 듯하지만, 그는 다소 다른 입장을 취한다.
"미니멀리즘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대상성입니다. 대표적인 작가 도널드 저드처럼 작가의 흔적이 투영되지 않고 최소한의 색상, 단순한 형태로 사물의 근본만을 표현할 뿐이죠. 하지만 내 작품에는 재료, 색, 표면 질감처리 등 모든 부분에 나의 모습이 반영됩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계와 연결된 작업이죠."
그러면서 그는 "작품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작품 속에 나를 표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관람객들도 내 작업을 보면서 내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전시는 11월 13일까지. 0507-1429-6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