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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당근밭 모두 갈아엎게 생겼으니...”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새싹 꺾여
조풍(潮風)으로 염분 피해도 발생
당근 파종 면적 중 40% 피해 추산
무·감자·마늘·양배추 농가도 걱정

 

 

“다 갈아엎게 생겼으니 속이 타들어가네요, 어디 원망할 곳도 없고….”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강타하며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6일 오전 전국 최대 당근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에 있는 한 당근밭을 찾았다.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몰고 온 강한 비바람에 푸릇푸릇해야 할 당근 싹이 강풍에 꺾이고 그나마 버티고 있던 잎사귀도 힘을 잃은 채 진흙탕이 돼버린 땅에 누워있었다.

당근밭 1만3200㎡와 함께 감자, 무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상용씨(49)는 비가 그친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김씨는 “7월 파종한 당근이 잦은 비로 수해를 입어 8월 중순 재파종했는데 하룻밤 사이 휩쓸고 간 태풍으로 새로 심은 당근마저도 상품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구좌읍 일원 당근밭은 태풍이 염분을 머금은 바닷바람을 몰고 와 조풍(潮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피해를 입으면 바람이 약해지는 즉시 작물에 물을 뿌려 염분을 제거해야 하는데 태풍이 물러간 이후에도 한동안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 농민들은 피해 복구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씨는 “비가 더 내리면 염분이 씻겨내려가면서 그나마 피해가 덜하다. 싹이 꺾이고 이미 진흙탕이 돼버린 땅이지만 남아있는 당근을 조금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또다시 비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구좌농협에 따르면 구좌읍 일원에는 ▲당근 1450㏊ ▲무 1400㏊ ▲감자 650㏊ 등이 경작되고 있다.

구좌농협은 파종된 면적 중 당근 40%, 감자 20%, 무 20%가 태풍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대정읍과 한경면을 중심으로 농경지가 침수되며 마늘과 감자를 재배하는 농가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애월읍에서는 최근 모종을 심은 양배추가 뿌리째 뽑힌 밭이 많았다.

문제는 당근과 감자는 이미 재파종할 시기를 놓쳐 피해 입은 농가는 휴경을 하거나 대체 작물로 월동무를 경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지난해와 같이 월동무가 과잉생산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윤민 구좌농협 조합장은 “시기적으로 감자는 재파종이 어렵기 때문에 당근 피해를 입은 농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월동무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당근에 대해서도 휴경 보상비를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철 대정농협조합장도 “현재 파종 작업이 30% 가량 진행된 마늘의 경우 피해를 입어도 시기적으로 재파종이 가능하지만 감자는 재파종이 안돼 월동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강승표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은 “당근은 파종이 끝났지만 싹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강풍과 폭우에 큰 피해를 입었고, 한창 파종에 들어간 마늘과 감자도 농지가 침수돼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며 “피해 농가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소정 기자 so17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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