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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강원 고랭지 배추·무

이슬 머금은 청정 채소 아삭 달큰 남다른 맛
강릉·평창지역 여름배추 80% 이상 생산
아침저녁 이슬 내려 작지만 노란 속 알차

여름철 30℃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전국의 소비자들이 신선한 배추와 무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바로 해발 600m 이상의 고랭지에서 이들의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80%가 넘는 면적이 산지로 구성된 강원도에서는 평균 해발 700m인 대관령, 평균 해발 900m인 태백 등이 고랭지 채소 산지로 유명하다. 이곳은 여름철 평균기온이 20도 내외로 서늘한 데다 밤낮의 일교차가 커 고랭지 농업이 발달하기에 적합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자라난 강원도의 고랭지 배추는 조직이 치밀하게 자라 일반 배추에 비해 당도가 높고 싱싱하며 아삭아삭한 식감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강릉·평창= 하늘 아래 첫 동네 대관령 자락은 고랭지 배추가 자라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구름 위에 밭이 있다는 해발 600m 이상인 이곳에서 우리나라 여름배추의 80%가량이 생산된다. 여름 강원도만의 맛이 담긴 것이 바로 고랭지 배추다.

대표적인 곳이 강릉의 안반데기와 평창 대관령지역 고랭지 밭 등이 주 생산지다. 여름배추가 금배추라는 소리만 들려도 총리와 장관들이 줄줄이 대관령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전에는 산자락 높은 산비탈에 조각보처럼 조각조각 쪼개진 밭들이 펼쳐졌지만 고랭지농업이 기업화되면서 이제는 드넓은 초원처럼 배추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래서 여름의 끝자락인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수확을 앞둔 대관령과 안반데기에 푸른 배추의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배추 출하 시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때를 놓치면 한여름 ‘풍경의 별미’와 마주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대관령 고랭지 배추가 유명한 것은 바로 그 맛에 있다. 구름 위에 밭이 있다 보니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래도 아침과 저녁은 서늘하다. 일교차가 클수록 배추에는 많은 이슬이 달린다. 이슬 먹고 크는 대관령 고랭지 배추는 섬유질이 많고 단단해서 저장성이 좋다. 그리고 고소하고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배추의 즙이 가득하다. 그러니 아삭아삭 고소한 배추의 맛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비탈밭에서 크다 보니 반은 자갈밭이다. 이슬은 먹지만 물이 잘 빠지니 아침저녁으로 먹는 이슬의 힘이 제법 큰 역할을 한다. 여름에 비가 많이 쏟아지고 쨍쨍 내리쬐는 햇빛도 견디며 배추가 단단히 여무는 것도 어쩌면 돌멩이 가득한 자갈밭의 힘일는지도 모른다. 여름배추는 작다. 가을배추같이 속이 꽉 차 있지는 않고 결구율이 85%일 때 수확한다.

중요한 것은 그래도 다른 여름배추같이 퍼런 잎사귀만 성하지 않고 노란 속 알맹이도 제법 들어차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랭지 배추로 여름김치를 담그면 고소한 배추의 풍미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손바닥만 한 노란 배춧잎에 쌈만 싸 먹어도 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에 기운을 넣어준다.

◇태백= 고원도시 태백시에는 두 곳의 고랭지 ‘배추고도’가 자리하고 있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과 귀네미 마을이다. 서울 남산(해발 262m)보다 거의 5배가 높은 매봉산은 해발고도가 1303m를 자랑한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분기점이자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조성된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하다. 해발고도 1303m 정상에서부터 1100m 8부 능선까지 고랭지 배추밭이다. 워낙 높은 곳에 조성되다 보니 배추밭 위로 구름이 수시로 넘나들며 쉬어간다. 매봉산에서 자라는 배추는 일교차가 큰 날씨 덕에 고소한 맛과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태백 고랭지 배추는 201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기도 했다.

태백의 경우 1960년대 추운 겨울철 땔감을 마련하느라 산림 벌목이 성행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태백의 석탄을 난방용 연탄으로 만들어 널리 보급하며 땔감용으로 산림을 벌목하는 것을 막았다. 또 화전민들을 매봉산으로 이주시키고 산림을 개간해 이처럼 대규모 고랭지배추단지를 조성했다.

 

 

‘바람의 언덕’이 자리한 매봉산 고랭지배추단지는 일출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하얀 풍력발전기와 132만㎡(약 40만평) 넓이의 푸른 고랭지 배추밭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과 이국적인 풍광을 찾아 매년 수만 명의 관광객이‘바람의 언덕’을 찾는다.

◇홍천= 홍천 내면은 고랭지 무의 주산지다. 전국 고랭지 무 총 생산량 23만7000t의 24%가량을 차지한다. 내면 일대 고도 600m 이상에서 생산하는데 주산지는 창촌리, 방내리, 자운리 등이다. 파종 기간은 단모작의 경우 6월 중순부터 7월 초순, 이모작은 7월 중순부터 8월 초순까지이며 출하는 8월 하순부터 10월 하순까지다. 올해는 164개 농가에서 545㏊ 5만6050t을 생산하고 있으며 폭염, 폭우 등으로 일부 생육 부진을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작황은 양호한 편으로 알려졌다. 고랭지 무는 일반적으로 여름 무로 불린다. 저위도에 위치하고 표고가 600m 이상으로 높고 한랭한 곳에서 심어 가꾼다. 내면이 주산지인 이유다. 생육이 빨라서 파종 후 50~60일이면 수확 가능한데 수확적기에서 며칠만 지나도 바람이 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수확은 될 수 있으면 온도가 낮은 아침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고랭지 여름무는 무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시기에 재배하기 때문에 기후 문제는 물론 일손을 구하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무는 더위에 약하고, 서늘한 기후에서 가장 잘 자라기 때문에 겨울 무는 당분이 많고 조직이 단단해 어떤 요리를 해도 풍부한 맛을 낸다. 반면 여름 무는 겨울 무에 비해 조직이 연하며, 물러지기 쉽고 상대적으로 단맛이 덜하다. 쓴맛 또한 강한 편이어서 당분을 첨가한 조리법을 사용하면 좋다. 반면 소득은 다른 종류의 무 재배보다 높다는 분석도 있다.

 

강원일보 김광희·조상원·하위윤 기자